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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인숙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1월
평점 :
자본주의라는 늪에 빠져들어간, 아니 그 중심부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질척한 중국을 무대로 한 40대 여성의 이야기이다. 학생때는 중국혁명사를 공부했지만, 아이의 '세계인'이 되는 공부를 핑계로 남편과의 사실상 이혼을 담행하고 아이와 함께 둘이서 중국으로 간다.
그 곳에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 40대 남성과 결혼하는 25살의 조선족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범죄자의 공개총살을 목격하고 이를 목격한 한 쪽 눈은 장님이 되고 나머지 눈은 삶을 목격해야만 했다.
그래. 삶이란 바다를 건너는 나비와도 같다. 마침내 날개가 떨어지고 바다에 떨어져서 몸둥이만 남은채 힘없이 파도에 쓸려간다.
자본주의에 대다수의 약자들이 처하게 되는 현실이다. 2003현재 무수한 명퇴자들과 청년실업으로 지친 나비들. 날개를 잃었다.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의 모티프를 채용하여 뛰어난 작품을 창작해 냈다.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에서 나비를 자본주의라는 바다에 나아가는 순박한 청년들로 재해석해서 탄탄한 서사를 이끌어냈다. 전작의 권지예와 주제면에서 유사하지만, 권지예는 너무 빨리 세상에 해답을 내놓고 관조하려는 반면 김인숙은 고통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좋다.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인숙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 그럴수 없는 나비를 그려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