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부 01학번 입니다. 사실 들어올 때 21세기 첫학번이라고 난리도 아니었던 기억이 납니다. Y2K 문제가 그 때있었는지 아닌 그 작년이었는지, 여하튼 공식적 첫 21세기 학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점은,,, 아마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분명 90년대 선배들과는 다른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맑스의 자본론을 지하철에서 읽은 세대지요. (헉; 저만 그런건가)
이를 보고 90년대 중반 선배는 자기는 그럴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 그런거였나. 그랬지요.

아. 존대로 쓰니 잘 안써지네요; 그냥 쓰겠습니다 ㅎㅎ;
여튼 나는 그랬다. 맑스는 지하철, 버스에서 읽었다. 붉은 자본론을 너덜너덜 할 때까지 읽었는데, 지하철에서 읽는 나를 한 선배는 말렸다. 사실 별로. 내가 자본론을 읽고 있을 때, 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고 타인도 나를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21세기 학번이고, 21세기 남한 사회는 이제 그렇게 되었다. 물론 어떤 선배가 잡혀갔다고 변호사비 마련을 위한 주점에 가서는 수배중인 다른 선배의 이름을 말하면 안됬지만, 곧 그 선배는 학교에 돌아왔고 학원 강의를 시작했다.
'이데올로기 투쟁' '네가 서있는 곳이 계급투쟁의 장이다'라고 하는 선배에게 '에어콘을 만들 수 있는데, 부채를 만들고 있는 것이야말로 위선'이라고 못 박았지만. 지금 봐라. 나 뭐 하고 있니?



그랬다.
그럼에도 임화의 시 전집을 지하철에서 읽을 때는 주위 시선이 의식되었다. 미제 놈들 때려부수자, 원수의 가슴에 총칼을 꽂고 김일성, 스탈린 만세!! 등의 활자들은 너무나도 커 보였고 사람들은 내게 너무 붙어서 서 있었다. 그래도 내게 와서 무슨 말 하는 이 없었다.


오늘도 재미있게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서 임화 '문학의 논리'를 펴들고 읽고 있었다.
나는 김남천의 '고발문학론'을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소부르주아적인 면모를 고백해서 도대체 무엇을 어쩌겠다는 것인지.. 그것이야말로 소부르주아적인 면모가 아닌가!!! 라고 제법 도도한 포즈로 '부채 만들어서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턱짓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남매'라는 소설은 최서해적 경향으로의 후퇴로 파악하고 있었던 바, 임화가 '남매'에 대해서 '의식이 없네, 세계관이 없네' 등등 혹평하는 부분에 대해서 열심히 읽고 있는 중.

어느 6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할머님이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아.. 임.. 임화.. 이게 누구에요? 나도 국문학도인데... 평론집이네.. 누구에요?
나는 아; 70년전 활동한 분입니다. 했다.
아.. 나도 국문학도인데 처음들어봤는데..
네;; 카프 서기장이었습니다. '납북'되셔서 아마.. 90년대 되서야 연구가 되었습니다.
아.. 그래요.. 우리때는 이태준이 유명했지...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나는 임화가 '납북'된 인물이라고 했을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21세기 학번이다. 맑스를 지하철에서 읽고, 국사과 수업 발표때는 신자유주의적 친미적 포즈로 발표를 해 대던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짜증이나서
'나는 사회주의자 입니다. 이를 감안해서 발표문을 들어주십시오.' 라고 하면서 한국전쟁에 관해서 매우 좌파적 견해로 발표를 하고는 했었다.
그럼에도 결국 지하철 낯선 60대 할머님에게는 순식간에 임화를 '납북'된 인물로 만들어버리고는 말었던 것이다. 아; 이런 어이없음이여!!!
그리고는 오늘 김남천을 지지하는 분(?)에 대항하여 임화를 열심히 변호하는 발언을 해댔다.
37년 38년 39년에 매우 다른 면모를 각각 보이는 임화에 대해서. 임화의 문학과 정치와 생활의 불일치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발문학론을 운운하는 성실한 청년 김남천보다 내가 임화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를. 이데올로기 투쟁, 네가 서 있는 곳이 계급 투쟁의 장이다 운운하며 임화를 옹호했다.
아아.... 임화 선생께 심히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납북된 임화라니 말이다!!!
열심히 지하철 2호선에서 임화의 '문학의 논리'를 펴들고 있다가 다시 묻는 이가 있다면
분명 말해야겠다. 에고. 심약한 소시민이여...
ps. 무엇인가. 이 글이야말로 김남천에게 절을 해야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