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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독실한 기독교도 친구에게, 나와 성별, 성적 지향, 인종, 계급, 장애 여부가 다른 사람보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 제일 멀게 느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무신론자 입장에서, 독실한 기독교도란 그만큼 멀다. 그들이 사는 세계는, 나와 전혀 다르다고 느낀다.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존재하는 세계를 진심으로 믿는 이들이 사는 세계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매우 날카롭게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 사후세계나, 내 모든 행동을 알고 있는 타자가 있는 세계란 나는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전혀 실감할 수 없는 세계인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끝끝내 동감되지 않았던 부분이 여기에 있다. 이 소설은 기독교 남성 신앙 공동체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깊은 산 속에 숨겨져 있던, 내버려진지 오래된 수도원이 들어나고, 이것에 얽힌 사람들의 과거사가 이 소설의 얼개를 이룬다. 어떻게 이들은... 비참하게 죽어갔는가, 그리고 이러한 죽음과 연관된 ‘후’라는 사람이 겪은 인생사가 핵심 스토리이다. 이승우는 매끄럽고 교묘하면서도 박진감있게 소설을 서술하지만 (말미의 정영훈 선생님의 해설은 매우 긴요하다), 끝내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신론자 입장에서 신앙 공동체의 열정은 감탄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끝내 온전히 공감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내내 남성들 위주의 서사가 이루어진다.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 혹은 성매매를 요구하는 인물로만 나타난다. 기독교 신앙 공동체도 ‘형제’들인 남성들이다. 여성은 성과 관련된 매매 (성폭력 피해자도 그의 삼촌과 성폭력 가해자 사이의 물질적 거래가 이루어진다)대상이나 주체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결국 나에게 소설이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매개이다. 사회과학적 분석이나 환원으로, 자연과학적 실험으로 포착되기 힘든 지점을, 소설가는 공부와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메꾸어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설가는 어떠한 종류의 인간상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사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에게 이해하고 싶은 타자 중 하나인 ‘기독교도’를, ‘순교자’를 납득하고 공감하게 해주기에는 이 소설은 부족했다. 세상에서 유리된 남성들만의 기독교 공동체를 “지상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 “지상”이 아닌 것으로 나에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