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육경과 <<논어>> <<맹자>>는 사관이 지나치게 높여 기린 말이 아니면 신하된 자가 지극히 찬미한 말일 뿐이다. 또 그렇지 않으면 우활한 문도들과 멍청한 제자들이 스승의 말씀을 기억해내되 처음은 있으되 끝이 없거나, 뒷부분만 얻고 앞은 빠뜨려 그 본 바에 따라 책에다 써 놓은 것일 뿐이다. 후학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고 문득 성인의 입에서 나왔다 하여 아예 경전이 된다고 지목하여 결정했던 것이니, 그 누가 이 가운데 태반이 성인의 말이 아닌 줄을 알겠는가? 설령 성인에게서 나왔다하더라도 요컨대는 또한 그때그때마다 일이 있어 나온 말로, 병통을 인하여 약을 주고 때에 따라 처방을 내려 이러한 어리석은 제자들과 우활한 문도들을 구하려 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약으로 거짓 병을 치료하고 처방으로 정해진 아집을 논난한 것이 어찌 갑자기 만세의 지론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탁오의 "동심론" 중에서-130-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