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한 연구
이용호 지음 / 동광문화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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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요한 문학에 대한 연구는 81년 김윤식 선생과 89년 박수환에 의해 <<독립신문>>의 필명 '송아지', '요', '목신' 등이 주요한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주로 '불노리'를 비롯한 초기시들과 민요시운동의 일환으로만 다루어졌다. 그 이후 90년에 위 책은 이용호에 의해 명지대학교 박사논문으로 제출된 것을 공간(公刊)한 것이다. 사실 90년에 공간했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었을 이 논문은, 그 후 12년이 지난 2002년에 공간되어 논문의 현재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박사학위 논문과 이 책을 대조해 본 결과, 차이점이 없다. 그런데 왜 박사논문이 책으로 바뀌는데 12년이나 걸렸을까. 알 수 없다.

이 책은 제목처럼 '주요한 연구'이다. 절반이 주요한에 대한 전기적 고찰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1992년 나온 심원섭 교수의 학위논문처럼 당대 사상적 배경과 주요한의 내면에 대한 정치한 고찰이 아니라, 전기적 사실의 나열에 그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주요한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개관이고 또 대일협력 시기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 논문은 물론 1990년 당시에는 의미가 있는 논문이었다. 일반인은 물론, 현대시 전공자들 또한 주요한은 '불노리'의 시인으로서만 기억되었고 아니면 '국민문학파'의 일원으로서 일제말기에는 친일에 앞장선 사람정도로만 그를 기억하였다.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산 안창호 계열로서 해방후에 장면 내각에서 부흥부 장관을 지냈다는 것 정도. 그가 <<독립신문>>에 일제와 투쟁하는 시들을 써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를 처음으로 학위논문에서 다루었다는 것은 분명 의의 있는 일이다. 이로써 이 '책/학위논문'은 주요한이라는 문제적 인물(왜 문제적인지는 조금 후 서술하겠다)의 초기 유학시기부터 친일로 빠지기 전까지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학위논문이 된다.

이 논문 이후에 이렇게 주요한의 전시기를 다루려고 노력한 학위논문은 찾기 힘들다. (국문과 논문의 경우이고 교육학과의 논문은 3~4개 석사논문들이 있다. 그러나 교육학과는 국문과와 접근방식도 다르고, 본격적인 국문학적 성과로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는 왜 그럴까.

주요한은 우리 근대문학사는 물론이고 근대사에 있어서 정말 문제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호의 위 연구 이후 주요한은 연구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신시의 선구자'로 알려진 그는 일본문단에 16살에 데뷔하게 되어 중앙문단에까지 진출한 조숙한 천재였다. 공부도 잘해서 동경제일고등학교(동경제국대학 예과) 불법과에 입학 허가까지 난 상태. 1919년 주요한은 김동인과 함께 <<창조>>를 창간하고 '불노리'등의 시를 쓴 이후, 3.1운동에 귀국한다. 이어 상해로 건너가서 <<독립신문>>에 일제에 대한 투쟁을 선동하는 시를 쓰면서 동시에 '민요'를 계승할 것을 주장하는 '민중시/민요시'운동에 나선다. 귀국 후에는 수양동우회(도산 안창호 계열) 운동과 신간회에 참여, 광주학생운동 민중대회 발기인으로 구속, 기소유예로 풀려난다. 이후 37년 일명 '동우회'사건으로 4년동안 공판을 계속하면서 40년 이후 주요한은 친일로 나아간다.

이러한 주요한의 행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첫째, '조선적 근대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모색. 일본에서 등단한 시인이자 수재였던 주요한은 예민한 감각으로 당시 일본에 유행하던 프랑스의 시들을 수용한다. 그는 자신이 이를 한국어로 써 본 것이 '불노리'라고 고백하지만, 문제는 보다 복잡하다. '불노리' 속에 서도 잡가의 뚜렷한 영향이 있기 때문. 그리고 계속 그는 '민요'를 계승할 것을 주장하고, '시조' 창작으로 나아간다. 즉, '조선적 근대문학'이란 무엇이어야 하느냐라는 고민.

둘째, 민족국가가 부재하는 상황 속에서 '문학'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모색. 그는 상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을 편집하며 일제에 투쟁을 선동하는 시들을 쓴다. 그는 30년대 중반에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조선의 문학이란 독립을 위한 선전 문학일 수 밖에 없다고 자신의 문학관을 밝힌다.

셋째, 이러한 그가 친일로 빠지게 되는 내적 논리랄까 필연성이란 무엇인가. 민족을 위해 친일을 했노라며 당당히 외쳤던 이광수. 주요한 또한 다르지 않았던 것. 이렇게 친일로 나아가게 되는 필연성이랄까, 내적논리는 무엇일까...

위 연구는 1990년에 의미있는 학위논문이었지만, 2002년에 출간되면서 '문제성'이 사라졌다. 이 책은 주요한의 문학과 삶이 제기하는 문제적 지점에 대한 답을 내려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미에 첨부된 주요한의 작품 발표 목록도 정확하지 않다. 따라서 궁금해지는 것이, 왜 이리 늦게 공간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12년 동안 주요한에 대해 실증적인 연구들도 많이 나와서, 그의 작품 목록이 일신된 것은 물론이요. 최근 친일문학에 대한 관심과 시각의 다양화, 일제 강점기 시대에 대한 사적 고찰의 누적등은 주요한에 대한 연구지평에 있어서 지난 12년을 큰 시간적 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있는 시간은 의미있었던 학위논문이 의미를 찾기 힘든 책으로 바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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