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이장욱 지음 / 문학수첩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담하고 붉은 책. 일종의 연기설이라할까. 모든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는.

제목은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이지만, 러시아 소설들에서 종종 등장하는 작고 귀여운 악마와는 전혀 다른, 인간의 운명 곁에서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있는 악마들이 소설의 참 주제이다.

요즘 읽고 있는 모 평론가의 글이 계속 강조하고 있는 '운명'이라는 것. 그것의 필연성이랄까, 우연성이랄까. 전혀 반대인 두 속성이지만, 그것이 묘하게도 '유쾌한 악마'라는 이름으로 통합된다. 시인 이장욱의 힘이랄까. 본 소설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유쾌한 악마'들의 비행과 낄낄댐의 이미지는 선명하다.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들에서 등장하는 '장면!'의 힘과 비교할 만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충격은 없고, 여운은 비슷한 듯.

왜 시를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아마도 '이미지'일 것이다. 요즘은 소설도 '이미지'를 중시하는, 한 장면을 위해서 수십, 수백장의 원고지를 소모하여 하나의 이미지들을 구축하는 것들이 꽤 있다. 젊은 시인들이, 시를 쓰다가 소설로 '전향'하게 되는 것은 '이미지'를 이해받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만 풀어낼 수 있는 이미지 속의 서사 때문일까. 이 소설을 읽고도, 소설가 이장욱의 탄생보다는 시인 이장욱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 하나의 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혹은 그 이미지 속의 서사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소설을 풀어 냈다는 생각.

흥미로운 것은, <<문학수첩>>에서 이 작품에 상을 수여한 의도가 무얼까 하는 점. 잡지가 새롭게 일신하면 참신한 아이디어와 편집진으로 기대케 했는데, <<문학수첩>>의 일신이후 첫상을 수여받은 이 소설은 <<문학수첩>>이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짐작을 모호하게 바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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