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16.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정수윤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5.

 

오에 겐자부로는 독서를 통해, 특히 문학, 그 중에서도 시를 통해 문체를 다듬어가며 자신의 소설을 쓴다. 엘리엇의 시, 단테의 󰡔신곡󰡕,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에서 얻은 착상들과 삶에서 생기는 경험들은 융합되어 소설에 드러난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이 대학시절 은사에게 배운 독서방법을 소개한다. 3년에 한명의 사상가나 작가를 집중적으로 읽고, 원서와 번역서를 함께 꼼꼼히 읽는 방식인데, 본받고 싶다.

 

읽으면서 이미 1940~50년대에 일본은 뛰어난 서구 문학 번역들과 선생들이 있었다는 생각에 부러워졌다. 오에 겐자부로는 번역과 원서를 읽으며 번역에 매료되기도 한다. 김동인이 일어로 생각하고 조선어로 썼다는 고백과 유사하면서도 다르게, 오에 겐자부로는 일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영어나 프랑스어의 세계로 갔다가 이를 다시 일어로 옮겨적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일본어 문체를 만든다.

 

외국어 텍스트를 읽으면서, 그것도 주로 사전에 의지해 읽어가면서 제 마음속 혹은 머릿속에, 그러니까 제 언어의 세계에 다양한 형태의 영어나 프랑스어 원서가 메아리쳤습니다. 그것을 일본어로 옮겨놓고자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정말 새로운 언어와 만나게 됩니다. 혹은 새로운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외국어와 일본어 사이를 오가면서요. 이렇게 언어의 왕복, 감수성의 왕복, 지적인 것의 왕복을 끊임없이 맛보는 작업이,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문체를 가져다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번역을 하게 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소설을 썼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 소설의 세계가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67)

 

외국어 책을 읽는 것과 일본어 소설을 쓰는 것이 본질적으로 서로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어떤 소설의 근본적인 톤, 음악으로 보자면 선율 같은 것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문체라고 부릅니다. 소설의 스타일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며, ‘grief’라는 작은 단어 하나에서 문장으로, 이어서 작품 전체로 전개됩니다. 나아가 한 사람의 소설가가 지닌 인간을 바라보는 견해, 사고방식, 소설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세와도 이어지는 것이죠. 그것이 문체이며, 결국 우리는 이것을 읽어내기 위해 소설을 읽고 소설로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82)

 

오에 겐자부로는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대해서 말하며, 자신의 말년에 대해서 말한다. 계속 그는 자신의 소설이 지인들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한다. 이는 최인훈의 󰡔광장󰡕의 문지판 서문(2010)을 떠올리게 한다. 노인이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로서의 소설. 최인훈(1936년생)2010년에, 오에 겐자부로(1935년생)2007년에 70대의 심경.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 직전에 하셨던 말이 계속 떠오른다. 70대 노인이 되기 전까지는, 노인의 몸 상태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이는 정말 다르다는 말씀.

 

우리는 모두 늙는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병상의 마지막 날에서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은 글을 쇠약해서 쓸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말년의 양식. 앞으로 나에게도 40년의 세월이 더 있다면, 오에 겐자부로 식으로 읽는다면 오직 13명의 사상가들, 작가들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일단 이 시점에서 그 리스트를 만들어본다. (무순)

오에 겐자부로

에드워드 사이드

루이 알튀세르

김윤식

조동일

사서삼경

황현산

미셸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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