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항일독립투쟁소설선집
민현기 / 계명대학교출판부 / 198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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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김광주의 단편, "상해와 그 여자". 민현기 편, "일제강점기 항일독립투쟁소설선집", 계명대출판부, 1989에 실려 있다. 이 단편이 항일독립투쟁소설선집에 실렸다는 것이, 항일독립투쟁소설이라는 것이 식민지 조선에서 어떠한 제약 속에서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스토리는 간단하고, 예술적으로도 뛰어나다고 할 것이 없다. 상해에서 별다른 직업 없이 궁색하게 생활하는 인텔리인 화자 을 일면식도 없는 은순이라는 조선 여성이 찾아와 중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그래서 몇 달간 중국어를 가르쳤다는 이야기이다. 그 와중에 상해에서 말로만 혁명을 한다며 권력욕만 있는 조선인들을 비판하며, 진실로 민중을 위한 혁명을 하겠다고 은순이 편지를 남기는 것으로 끝나는 소설이다. 별반 사건이라는 것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 소품 수준이다.

 

그래도 흥미로운 점은 두 가지 정도. 첫째 1930년대 당시 상해의 일상을 묘사한 것. 물질만능주의적 상해의 사람들, 뮤직홀 등이 나온다. “사람을 대하면 한 달 월급부터 물어보는 곳이 상해이니 내 몸 하나를 주체 못하는 나로서는 사랑의 단꿈을 꾸고 싶은 그런 생각은 천리만리 아득한 일이었고” (253) 이러한 진술은 반대로 이 당시 식민지 조선은 물질이 아닌 다른 것. 예를 들면 가문이나 학식 또는 사람됨 등을 더 고평하는, 또는 적어도 상해보다는 덜 물질적이고, 이 물질만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 적어도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해는 임시정부의 근거지였고, 박헌영이나 주세죽과 같은 공산주의 청년들이 활동하던 곳이었다. 문학도에게는 이광수와 주요한이 󰡔독립신문󰡕에서 1910년대말에서 20년대까지 활약하던 장소였다. 이런 점에서 상해는 꼭 가보고 싶다.

 

두 번째는 혁명가들을 자신의 권력욕을 위한 사람이고, 아편쟁이 등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이러한 시각이 검열을 통과하게 한 장치로 사용되었는지는 검토해봐야겠으나, ‘우리 안의 파시즘과 같은 사유로 나아갈 단초가 있다.(김훈과의 연속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시 맥락에서는 일제의 검열, 상해의 운동가들의 상황 등과 함께 중층적으로 얽혀있어서 이것을 긍정적으로만, 또는 부정적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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