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 평전 - 우리 근대와 민족주의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 한겨레역사인물평전
류시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류시현 교수는 최남선 전공자인 역사학자이다. 그런 필자인 만큼, 많은 자료들을 주석으로 제시해서, 최남선이 어떤 글을 썼는지 궁금하거나, 그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평전을 썼다.

그러나 두 가지 정도 아쉬운 점이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최남선이 어떤 '인물'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도 고민을 했을 것이고, 후회를 했을 것이며, 유혹도 당했고, 또 사랑도 하고 아이도 길렀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소거되어, 오직 최남선이 쓴 글에 대한 내용 정리만이 있다. 따라서 인간 최남선의 내면이 전혀 들어나지 않는다. 


평전이니만큼, 최소한 어떤 서사를 바랬다. 최남선은 이런 인물로, 이런 교육을 받아서 이런 사고체제 하에서 이런 글을 썼는데 이 때 그의 심정은 이랬고, 당시 사회는 이랬다... 등의 내용을 바란 것은 과한 욕심이거나 전기에 대한 문학도의 편견일까?(김윤식 교수의 "이광수와 그의 시대"가 내가 상상하는 좋은 평전이다.) 이 평전은 거의 그의 저작들에 대한 시기별 정리에 그칠 뿐이다. 그가 반일에서 친일로 전향할 때의 고민 등에 대한 저자의 추정이나 상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시도일까? 역사학자로서는 자료가 말하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료 안에 인물의 내면까지 복원하지 못하면, 이는 온전한 의미의 평전이라고 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또 최남선은 한국문학사에서 신체시로 유명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근대시의 시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급이나 서술이 없다. 아무리 역사학자가 필자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서술은 문학연구들을 참조해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최남선의 문학가로서의 면모가 너무 소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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