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복학하니 수업 듣는 모드가 잘 안잡힌다. 지금은 중문, 영문, 국문 수업을 듣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박사과정이라는 것은 이제 학계에서 '논문'이라는 것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직업적으로 논문을 써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들에서의 평가가 모두 얼마나 많은 수의 논문이 '등재지'에 실렸느냐 여부이다) 그런데 이 논문이라는 체제가, 논문을 위한 논문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고민이다.  

결국 논문이란 어떤 종류의 틀에 맞추어서 특정 종류의 '앎'을 생산이나 조직해 내는 것일 터인데, 과연 내가 이것을 하고 싶은가,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학부 때 알아차렸거나, 적어도 석사 때 끝냈어야 할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으니, 항상 늦되고 남들 고민 다 끝나면 고민을 시작하는 나이지만, 답답하다. 

국문학 연구에서는 '이론' '방법론' '연구'라는 세가지 층위가 있는 것 같은데, 이 세 층위가 따로논다. 이 세 층위를 화해시키는 것이, 결국 복학 첫학기의 목적일 터이다. 이론은 하늘에서 놀고, 방법론은 70~80년대이고, 연구는 지리멸렬하니 어쩌란 말인가.  

텍스트 속으로 들어가서 헤엄쳐야 하는데, 무얼 또 그리 머뭇거리는지... 

아마 이것이 '밥값'을 하는 일인지 하는 고민일 터이다. 빡세게 몸으로 굴리는 것이라면, '사회' 속에서 운동을 하거나 직업을 갖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 '박사과정'이라는 것. 과연 밥값을 무엇으로 해야하나.  

우선은 맘 편히 그냥 '학생'으로 생각하고 눈이나 크게 뜨고, 귀나 열어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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