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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 베르나르 스티글러 지음, 김재희 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구판절판


프로이트에게 빌려와 알튀세가 사용한 <과잉규정 surdetermination> 개념은 원래는 마르크스의 예상과는 달리 20세기 초반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한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목적하에 고안된 개념이었다. 역사유물론의 일반적인 문제설정에서 보자면 이 개념은 역사적 인과관계의 복합성을 해명함으로써, 제2인터내셔널 이래의 진화주의적 경제주의와 헤겔주의적 목적론 양자를 넘어서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개념은 처음에느 토대에 대한 상부구조의 반작용(또는 역규정)이나 사회적 심급들의 (상대적) 자율성을 해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였으며, 이런 의미에서는 <다원규정>, <중첩규정>이라고 번역될 수도 있다.-20쪽

하지만 이후 과소규정 sousdetermination 개념과의 불가분한 연관성이 명시되면서, 이 개념은 훨씬 <해체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즉 두 가지 개념이 상호연관되어 쓰일 경우 과잉규정은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정세적 조건>으로, 과소규정은 <이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정세적 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이 양자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이며, 이는 이행의 아포리아적 성격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이는 어떤 체계의 간으성의 근거는 동시에 그 체계의 불가능성의 조건을 구성한다는 데리다의 의사-초월론적 quasi-transcendental 문제설정과 <유사한> 개념적 함의를 가진다(이는 복합적이면서도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데리다가 알튀세의 여러 개념 중 과잉규정 개념을 가장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이 개념은 보통 <과잉결정>이라고 번역되지만, 데리다가 결정 decision과 규정 determination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용어적 일관성을 위해 <과잉규정>으로 번역한다.-20-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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