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우의 글을 다시 훑어보고, 이 글이 실린 New Left Review에 바디우가 영어로 썼다는 것을 상기하고 나니, 텍스트에 내재된 욕망이 읽힌다. 

우선 French라는 국적/언어로 철학을 한정해서, 이를 네가지 기준으로 간명하게 설명한 것이 함의하는 것. 이것의 효과는, '프랑스 철학'을 하나의 system이나 champ으로 파악/규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 '독일 철학'의 전유나 '프로이트'와의 대화같은 부분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들을 타자로 삼아 '프랑스 철학'이라는 것을 규정-설명 하고 싶어한다. 

이를 자신의 사유언어인 불어로 쓴 이후에 번역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영어로 썼다는 것(바디우의 '직접적' 소통의 열망?/영어라는 국제어에 '프랑스 철학'을 기입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이 글이 실린 공간이 New Left Review(좌파 비교적 대중지)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gender/class/등으로 철학을 나누지 않고,(예를 들면 여성철학자들의 사유 체계나 중산층 지식인들의 사유체계의 흐름 등) nationality나 language로 현대철학을 구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이는 또 어떤 전제하에서 작동되고 어떠한 신비화에 기여하는가.  

New Left Review가 바디우에게 최근 'French Philosophy'의 동향에 대해 써주세요 라고 부탁했다고 하더라도, 이 French라는 것을 사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폴드만(폴드만은 '미국'철학인가?)이나 푸코나 알튀세나 사이드라면 어떻게 썼을까. (New Left Review는 말그대로 '좌파'잡지이지만 맑스주의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좌파와 국적이라...)

글을 읽으면서 이것이 못내 걸리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사실 푸코보다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글을 써보고도 싶다.)  

 사르트르에서 들뢰즈까지(바슐라르, 메를리 퐁띠, 레비스트로스, 알튀세, 푸코, 데리다, 라깡, 그리고 바디우 자신까지)의 사상적 지형도, 그 풍성함.  

'우리'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 그리고 이를 '한국현대철학의 지형'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언제나 민족(주의)를 벗어났다고 말하고 있지만, 언어나 나를 둘러싼 제반환경은 언제나 나를 민족(주의)적 주체로 호명하고는 한다. 이번에는 바디우의 '프랑스 철학'이라는 것이 나를 '한국인'으로 호명했다.  

영문과 수업과 영문과 친구들이 나를 다른 방식으로 호명되게 하는데 도움되기를 :) 

푸코의 What is an Author을 읽기 전에,  

What is an French Philosophy?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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