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살펴본 일본 문화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80
스즈키 다카오 지음, 이길원 옮김 / 소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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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 즉 번역본을 읽은 것은 아니고 일어로 된 책을 읽었으니, 번역본에 대한 본격적 '리뷰'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본, 鈴木孝夫, <<ことばと文化>>, 岩波新書, 1973 (2007 인쇄본)는, 일본어 중급 이상의 실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한번 꼭 읽어볼만하다. 

일본에서 가족관계 상에서 왜 자신을 자신의 아이 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도 스스로를 '아빠' '엄마'라고 지칭하는 지의 이유를 인도-유럽어와 다른 일본어의 문화적 의미를 밝히고 있어서, 일본어'다움'을 이해하기 좋다. 영어에서 말하는 'I' 일본어의 私(わたし)는 똑같은 의미인 것 같지만, 영어의 체계와 일본어의 체계 속에서 보았을 때,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자신을 지칭하기 위해 'I'라고 하고, 그 이후의 타자인 'you'라는 개념이 도출된다면, 일어에서는 우선 나와 대화하는 타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私、わたくし、ぼく、おれ 등을 쓰기 때문에 전혀 순서가 반대이다. 또 이는 '나'를 지칭하는 것보다, 나와 상대의 관계를 나타내는 표시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아빠' '엄마'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부'라는 평등적 계약적 관계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에 의해서 규정되는 가족 체계 속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현인 '아빠' '엄마'라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는 부분도, 이 '대상의존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까지(1970년초) 서구 언어학을 직접적으로 이입하려는 사고방식 때문에 일본어의 특수성을 못 드러내었다고 비판하며, 일본어 연구는 일본어라는 체계 속에서 연구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학문연구에서도 유심히 경청해서 잊으면 안되는 부분이다. 이는 한국에서 학문을 하는 연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연구에서는 이를 '잊은 듯'한 모습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미에 밝히듯이,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최대한 글을 쉽게 썼기 때문에 읽기도 쉽다. 2007년에 65쇄이고, 30대중후반 된 일본 사람들은 대학입시때 이 책을 꼭 봤어야만 했다고 하니까, 교양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어 중급 이상인 분들, 일본어의 특수한 지점과 이것이 일본 문화와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이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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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9-02-1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 책도 읽어봐야 겠네요. 위 책에서는 한국어와 비교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었어요. 한국어와 일본어와 비교하면 참 흥미로울 것 같은 논의들인데, 일본어의 대타로서 인도-유럽어만 비교해서 아쉬웠어요. 스펙트럼 상에서 한국어까지 위치시키면 조금 더 입체적으로 흥미로워 질 것 같은데 말이죠. ^^
감사합니다. 그 책도 주문해야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