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터디 -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과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
마크 C. 헨리 지음, 강유원 외 편역 / 라티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는 'A Student's Guide to the Core Curriculum'이라고 되어 있다. 원래 이런책에 관심이 있고, 알라딘 편집장 추천도서이고, 또 역자도 믿을만한 사람이라서 선택하게 되었다. 번역은 좋은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저자의 '인문학'이라는 것의 범위와, 해당 범위 내에서의 도서 목록 선택이 아쉽다.  

사실 이런 책을 한명의 저자가 쓴다는 것에서도, 조금은 물음표를 갖게 했는데 (반면 역자는 각 분야를 전공하거나 전문으로 하는 무려 6명의 역자가 맡았다. 보통 저자가 여럿이라도 역자는 개념등 번역의 통일성 때문에 그 보다 적은 경우가 많은데, 역자가 6배인 것이다.) 읽다보니 역시나이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라고 되어 있으니 사전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내용을 들어가보면, 한명의 저자라는 장점으로는 일관된 입장하에 책들의 목록을 뽑고 해당 주제에 대해 논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저자'가 한명이기 때문의 그의 정치색이나 세계관이 너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이를 인문학에 처음 입문하는 학생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까봐 걱정이 된다. 맑스주의에 대해 비판적이고, 기독교 신학에 대해서는 '신앙'의 측면에서만 논의하고 역사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는데, 그 근거도 납득하기 힘들다. 

분야는 문학예술(고전문학 혹은 고전학/근대문학/예술학), 철학정치(고대철학입문/근대철학/법과 경제), 역사학(고대로마사/1865년 이전의 미국 역사/19세기 유럽 지성사/과학의 역사), 기독교 사상(성서/1500년 이전의 기독교 사상)이다. 

'미국'대학의 특성, 저자가 한명이고 조금 bias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고, 책의 분량도 160페이지가 채 못되고 매우 조그마한 판본이다. 지하철에서 편하게 넘기며 읽으며 되겠다.  인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로 읽기보다는, 이 '마크 C. 헨리'라는 한 저자가 파악하는 인문학의 범위와 해당 분야에서 읽을만한 책들을 정리해놓은 것을 잘 번역된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 정도로 읽으면 될 것 같다.

*사족. 이 글의 저자에 대해, 자신의 세계관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이 있었다면, 읽는 입장에서 무엇을 가려서 읽어야 할지 알수 있을 것 같은데, 저자에 대한 설명이 전무해서 아쉽다.  

*사족 2. 이 서평을 쓴 사람은 대학 국문학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으니, 이래저래 낑긴 입장인 듯 하다. 학부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구자'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어쨌든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보았을때 위와 같이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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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침 누가 요점을 올렸네요
    from 텅 빈 세상에 2009-02-26 10:33 
    강연 녹음 파일을 3번 정도 듣고서 제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짧게 정리하였습니다. ------------ 항상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나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지금 나온 새로운 책, 새로운 이론을 익히지 않으면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가 일생동안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한정된 시간 동안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한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할 수 없고 그에 정통할 수도 없다. 그
 
 
Mephistopheles 2009-02-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가다 배에 사공이 많이 있어야 될 필요성도 종종 나타나긴 하죠..^^

방문자 2009-02-0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저자 서문을 보면, 미국 모든 대학의 교양교육 커리큘럼과 저명한 교수들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나와있어요. 추천도서도 그 교수들의 의견이고요. 저자 혼자서 맘대로 쓴 게 아닌 걸요..

기인 2009-02-0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 ^^ 이 부분 말씀하시는 것인 것 같은데요
"이 책에 나와 있는 핵심 커리큘럼을 종합하기 위해, 대학 연구소는 전국의 모든 공사립 대학의 강좌를 조사했으며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30페이지)부분인 것 같네요. 하지만 정작 글의 내용은 일방향적인 것 같아서요. '자문' 수준이 아니라, 많은 저자가 같이 썼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특히 신학 관련 부분은 하나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릴케 현상 2009-02-0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실정에만 해당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한국의 상황에 걸맞도록 수정 보완하였다. 또한 원저자가 추천하는 각 과정별 도서목록들이 영어원서로만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것은 본문에 그대로 두되, 한국어로 된 고전 번역본과 참고도서들을 따로 정리해서 독자들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게 하였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를 보면 6명의 역자가 나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뭔가 한 것 같은데 기인님 말씀을 보면 좀 아리송하네요. 인터넷에서(출처는 기억안나는데) 얼핏 본 표현으로는 역자들이 너무 많이 고쳐서 저작권료 내기도 싫다고도 하던데요

기인 2009-02-03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역자들이 목록만 추가했어요 ^^;
본문에는 각 분야별로 4~5개씩 추천도서가 있고, 그 후에 목록을 뽑았는데, 한국 목록은 그야말로 '목록'만 있어요; 별다른 설명이 없고요.

기인 2009-02-03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역자들이 책을 다시 썼으면 더 좋을뻔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지나가다 2009-02-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강유원 선생 인문학 강연회 다녀왔는데
:인터넷 서점에 있는 리뷰들을 다 보는데 .. 하면서 치 책에 대한 리뷰 제목을 말해주고 국문학 박사과정생이 쓴 리뷰를 까던데요. 국문학 박사과정이라는 말만 안했어도 ..등등 녹음 올라왔으니 들어보세요.

기인 2009-02-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뭐 굳이 들어보겠어요. 강유원 선생이 저에게 직접 한 말도 아니고 ^^;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으면 더 좋을 뻔 했는데, 아쉽네요 ^^

기인 2009-02-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그래도 역시 찔려서(?) 들어봤는데, 약간의 인신공격(국문과 박사과정생이 왜이리 글 못쓰냐는 것ㅜㅠ)과 강의의 자료로 쓰신 것 같더라고요. 뭐 정밀히 비판해주실 것 까지 기대도 안 했지만 ^^; 역시 말이 옮겨지는 과정에서는 생략과 과장이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릴케 현상 2009-02-2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여기 댓글 보고 앞부분 좀 들었어요^^ 근데 박사과정생이 못쓰냐고 한 거 맞나요^^ 전 박사라고 자랑하냐는 뜻으로 들었는데(잘못 들었네요ㅜㅜ)
강유원 선생의 반론(?)은 '편견이 아니라 논거를 갖춘 확신'이라는 데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듣고 좀 지나서 생각해 보니 기인님 주장과 초점이 좀 안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견(bias?)'라는 용어 선택이 잘못 됐다는 지적으로만 들으면 그런듯도 한데... 그걸 조정하는 건 소통의 시작일 텐데...시작에서 그쳤다고 봐야 할까나요...

기인 2009-02-2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 제 생각에도 제 글의 핵심 논점과 초점이 안 맞은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강선생님께 많이 배우고 싶은 독자랍니다. 사실, 헤겔 '법철학'의 후속 번역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기도 하고요 ^^;

기인 2009-02-2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 책이지만, 읽어볼만 한 것 같아요. 한국어 책 목록에도 설명이 조금더 있었으면 좋겠고, 사실 한국역자들이 모여서 한국에서 인문학 공부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종류의 책을 발행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강유원 선생은 기존 학계 제도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우니까, 선생의 기준에 입각해서만 편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초심자들에게 좋은 기준이 될 것도 같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