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늘빵 > 병역거부 ‘양심’을 위한 진지한 변명(김두식 인터뷰)

2007. 6. 9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14783.html

병역거부 ‘양심’을 위한 진지한 변명
‘양심’에 대한 정의 분석으로
“군대 가면 비양심이냐”는 질문에 대답
치밀한 자료 토대로 일반인 알기 쉽게
“지원병제가 문제 해결 열쇠”
한겨레 한승동 기자  탁기형 기자
» <평화의 얼굴>
인터뷰 / ‘평화의 얼굴’ 펴낸 김두식 교수

“군에 가지 않는 게 양심적이라면 군에 복무한 우리는 비양심적이란 얘기냐?” “만약 강도가 네 여동생을 강간하고 죽이려 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6년 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가 격렬한 논전을 거쳐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공론화된 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병역거부자들을 몰아붙일 때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해온 질문들이다. 지난 70여년 동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이 땅에서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과자가 됐고 지금도 늘 90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그 때문에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때 보수 주류 기독교단은 특정 종파 중심의 그들을 이단으로 몰며 ‘절대 불가’ 쪽에 앞장섰다. 그때 ‘그게 아니다’며 보수 교단 논리를 정연하게 비판한 〈칼을 쳐서 보습을〉이란 책으로 기성관념에 충격을 준 사람이 독실한 기독교도 김두식(40) 경북대(그때는 한동대 재직) 교수다.

“처벌만 놓고 본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가혹하게, 가장 많은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가둬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하는 그가 이번에 다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 〈평화의 얼굴〉(교양인)을 냈다.

〈칼을 쳐서 보습을〉이 “운동가를 위한 팸플릿에 가까운” 책이어서 한번 제대로 써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5년 만에 뜻을 이뤘다. 그 사이에 “괴물로 변하기 쉬운 국가와 그 국가를 통제해야 하는 법의 사명을 설명한” 〈헌법의 풍경〉도 썼다.

“한국 상황, 일제 시대 얘기 들을 넣는 등 많이 보완했다. 거의 새로 쓴다고 생각하고 작업했다. 5년 전에는 주로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번에는 일반인을 상대로 재미있게 쓰려고 애썼다.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칼을 쳐서 보습을〉의 완성판인 셈이다. 치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논리를 한층 더 탄탄하게 가다듬어 새로운 내용이 절반 이상 추가됐다.

〈평화의 얼굴〉에서 김 교수는 위의 두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았나? 첫 번째 질문은 먼저 그럴 경우의 ‘양심적’이란 게 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헌법학자들이 정의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 가치가 파멸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다. 이건 우리가 흔히 “그 사람 참 양심적인 사람이야”라든가 “그 사람 정말 비양심적이야” 할 때의 ‘양심’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그러니까 누구는 양심에 따라 군에 못 가겠다고 할 수 있고, 또 누구는 양심에 따라 군에 가겠다고 할 수 있다. 그 둘은 모순관계가 아니다. “군에 가는 게 비양심적이냐?”는 문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두 번째 질문에 김 교수가 내놓은 답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 하나는 “전쟁은 당신이 물어보는 그런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는 것이다.

» 김두식 교수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일본이 조선과 아시아를 침략할 때 꼭 그렇게 주장했다. 서구 제국주의 세력(강도)이 우리 국가와 국민(여동생)을 유린할 터이니 우리가 살기 위해선 부득이 조선을 식민화하고 중국과 동남아를 쳐서 대항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미국을 공격해올 조짐이 보이는 상대를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것도 꼭 같은 논리다. 그건 전형적인 제국주의 범죄논리다. 전쟁과 개인의 윤리는 전혀 다른 것이다.

“병역거부는 이단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 “예수님이 병역거부라도 했다는 건가?” “전쟁 중에 어떻게 병역거부냐?” 〈평화의 얼굴〉은 이런 무서운 항변들에 대해서도, 왜 흥분할 일이 아닌지 구체적인 국내외 사례들을 들이대며 편지글투의 경어체로 조근조근 대답한다.

주류 기독교가 이단으로 모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 병역거부 문제도 깊이 다뤘다. 김 교수는 “사실은 그들이 굉장히 고맙다”고 했다. 이 부분은 ‘자신부터 돌아보고 반성하는 삶의 자세, 자신이 직접 겪고 느끼지 않은 것은 결코 말하지 않는 정직함’이라는, 그가 지닌 미덕과도 관련이 깊다.

“국가와 교회, 그리고 평화는 청년 시절부터 나를 붙잡은 고통스런 화두였다”는 그는 원래 인문학 쪽 책벌레였으나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5년 2월부터 군 사령부 검찰관 보직을 맡았고 그때 국선변호인 자격으로 집총 거부로 재판에 회부된 여호와의 증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 만남은 “국가권력의 이름 아래 수백만, 수천만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당하고 있는데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 고민하면서도 안락한 연구실과 가정을 떠나지 못했던 그가 그 한계를 돌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김두식 교수
〈평화의 얼굴〉은 “일종의 신앙적 결단”이자 그가 꿈꾸는 “평화교회”에 관한 사유다. 자신을 “군대를 가는 평화주의자” 쪽에 자리매김하는 김 교수는 지원병제를 문제 해결의 열쇠로 본다. “지원병제로 가는 과도 조처로 민간 대체복무뿐만 아니라 비전투 복무에도 논의의 초점을 맞추자”고 촉구한다.

큰일 했다는 공치사에 “법학 제대로 공부했다면 누구나 도달하는 곳이고 그걸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한 것뿐”이라며 손을 내젓고는 심각한 불이익을 감수한 병역거부자들과 이를 알리고 그들을 도운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책이 나오자 “보수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가 정말 잘 썼다, 도움이 됐다”고 했다. 팔순이 가까운 아버지도 기뻐하셨는데, 다만 “혹시 자식이 다칠라” 걱정했다. 장애인 문제를 전공한 아내는 처음부터 ‘내 편’이었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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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1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6-1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은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 우선 그날로 잡으세요 저도 조정해보도록 할께요. 세미나가 토 아니면 일에 있는데, 그 주는 사람들이 어떤 요일로 정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