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말은 듣지 않는 노동부 기관, 고용지원센터
필리핀 노동자 3명이 상담소에 찾아와서 월급봉투를 내민다. 작년까지는 근로계약서대로 식비, 기숙사비를 회사에서 부담했었는데,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식비와 기숙사비를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고 있다고 한다. 월급봉투를 보니 사업주부담으로 되어 있어야 할 산재보험금도 공제되고 있었다. 자꾸만 사업주가 말을 바꾼다며, 공제된 금액을 전액 환급받고 회사도 바꾸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주는 노동부에 다 물어봤다며 노사 간에 협의하면 되니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쓰겠다고 한다. 아니, 새 근로계약서가 있으니 계속 고용하겠다는 식이다. 노동자가 날인도 하지 않은 계약서를 가지고,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으니 된 거 아니냐는 식이다. 사업주는 일방적인 고지를 ‘협의’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거나, ‘근로계약’이 어떻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인지를 모르는 것일까. 또 노동자 얘기는 듣지 않고 근로계약을 어긴 사업주에게 협의하라고 조언한 노동부는 또 어떻게 된 것인가? 더군다나 최저임금제도의 취지가 노동자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제도임을 생각한다면, 최저임금인상을 이유로 실근로조건을 하향시키는 회사 측의 입장을 노동부가 용인하는 것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행위이다.
회사 측에 산재보험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사보험으로 상해보험에 든 것이라며, 산재가 났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좋지 않냐고 한다. 공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이것은 산재은폐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더군다나, 필리핀노동자들은 사보험에 가입하겠다는 동의도 한 적이 없다.
회사 측에 아무리 공제금액 환급과 업체이전을 요구해도 ‘협의’하면 된 거라고만 하니, 우리는 고용지원센터와 노동부에 진정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고용지원센터 담당자의 태도가 더욱 가관이다. 김해고용지원센터 직원은 인권모임에게 ‘일일이 다 보고해야 하냐’며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직접 통화하겠다고 했으나, 필리핀 노동자들은 어떤 연락도 받은 바가 없어, 고용지원센터에 찾아갔더니, 담당자는 노동자들은 쳐다도 보지 않고, 사업주 허락은 받고 왔냐? 사업주랑 같이 오라며 문전박대하였다. 필리핀노동자들이 국민연금공단에 알아본 바로는 국민연금마저도 1년이 넘게 공제하고는 단 한 푼도 내지 않았으나 사업주는 오히려 “사업장에 일하는 10명 다 국민연금 안 내고 있다며 필리핀 사람만 차별하는 게 아니”라며 어이없는 큰소리를 치고, 고용지원센터 담당자는 업체이전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 가서 알아보라”며 나몰라라 한다. 결국 업체이전은 되었지만, 아직도 체불금품은 남아있다.
회사에 잘못된 근로계약 관행을 조언하고, 노동자를 홀대하는 고용지원센터가 과연 노동부 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불어사는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