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진 속에는 그 사람이 살던 시절의 공기가 고여있다 따뜻한 말 속에 따뜻한 곰팡이가 피어 있듯이 모든 영정 속에 흐르는 표정은 그 사람이 지금 숨쉬고 있는 공기다 영정을 보면서 무엇인가 아득한 기분을 느낀다면 내가 그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 이곳을 느끼고,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쪽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나의 영정엔 어떤 공기가 흐를까?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붉은 공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