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 비정규직 담론은 불평등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 담론비평(2007. 4. 17) 

"비정규직은 불평등의 중심문제 아니다"

 

정이환 교수, '경제와사회'에서 비정규직 편중 담론에 일침

 

리뷰팀 review@dambee.net

 

▲ 부품사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모습

기다리던 '경제와사회' 봄호가 출간되었다. 여러 편의 주목할 만한 논문들이 많지만, 그가운데 먼저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사회학)의 '기업규모인가 고용형태인가-노동시장 불평등의 요인분석'을 먼저 소개한다. 정 교수는 비정규직 그자체에 집중된 현재의 양극화담론을 송곳으로 예리하게 잘라내서 그 빈틈과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그 중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불평등의 중심적 문제라는 것은 세간의 상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그건 그렇게 자명한 사실은 아니다. 특히 정책 대안의 실행을 염두에 둘 때에 그러하다. 왜 그러한가.

정 교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노동패널조사', '사업체근로실태조사' 등의 원자료를 분석해 노동시장 격차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본다. 특히 '고용형태'와 '사업체규모'에 초점을 맞춰서 분석했다. 

그 결과 고용형태와 사업체 규모가 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나 둘 중에서 고르라면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보다는 사업체 규모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고용형태보다 사업체 규모가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고용형태, 즉 정규/비정규직인가의 여부가 노동시장 불평등의 요인으로 더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대해 정교수는 첫째, 기간제 노동자 등 비정규직이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을 든다. 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고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노동시장 문제를 보려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둘째,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는 기업규모 간 격차에 비해 공평성 원리에 더 위배되고 더 심각한 불평등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근로조건 격차는 어디까지나 서로 다른 기업 간의 격차로 보여지고, 게다가 한국에는 사회적 표준임금 관행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간 근로격차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것.

이에 비해 정규/비정규직 간 격차는 많은 경우 동일 사업체 내에서의 격차이며, 동일한 일을 하는 사람간의 불평등인 경우도 많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 자신, 그리고 제3자에 의해서도 부당한 차별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기업규모별 불평등이 고용형태별 불평등보다 덜 문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왜냐하면 기업규모별 불평등이 훨씬 클뿐 아니라,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체 내부의 불평등이 사업체간 불평등보다 더 부정의하거나 불공평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는 종합적이고 거시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대안도 종합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정 교수는 주문한다. 그 대안은 물론 우리 노동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영세업체 근로자들을 위한 대책을 충분히 포함하는 것이어야 하며, 기업규모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나 노동계의 대안은 이들보다는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훨씬 더 잘 조직화, 동원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하지만 조직,동원화되지 못하며 사회적 발언도 미약하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양한 방법에 의해 투쟁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대기업에 노동조건 개선요구를 할 수 있다는, 좀 다르게 표현하면 '기댈 언덕'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분석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도 크기 때문에 이들이 조직하고 투쟁하는 것은 당연하나, 이것이 노동시장 불평등에 대한 전체적 대안과 잘 결합하지 못하는 경우 일부 비정형 노동자의 조건은 좋아지지만, 노동시장의 전체적 평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 교수는 일례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를 든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정규직 노조의 대리교섭으로 인해 임금이 빠르게 상승했다. 그 대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사외 부품사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정 교수는 조성재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사외 1차 부품사에 비해서는 30%, 2차 부품사에 비해서는 51%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정 교수가 기본적으로 제안하는 대안의 방향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정부는 영세업체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기준법의 실질적 적용범위를 5인 미만 사업체에까지 확대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대폭 올릴 것, 그리고 노동조합은 거시적 관점에서 노동시장 전체적 조건 평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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