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 미국 유학에의 종속 포획
* 경향신문(2007. 4. 4) / 美 한국유학생 10만시대···송금도 44억弗
미국 유학 중인 한국 학생 수가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유학생을 보낸 나라 가운데 가장 많다. 이러다보니 유학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미 이민세관국(ICE)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를 기준으로 미국 유학생 감시시스템(SEVIS)에 등록된 한국인은 9만3728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에 있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 63만998명 가운데 14.9%를 차지, 출신 국가별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인도(7만6708명), 중국(6만850명), 일본(4만5820명), 대만(3만3651명) 등의 순이었다.
이는 최근 급증하는 한국 학생의 미국 유학붐에 따른 것이다. 한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은 2004년 말 7만3000여명에서 2005년 말에는 8만3000여명으로 12.6% 는 데 이어 1년새 10.5%가 또 늘어난 것이다.
미국에 유학한 한국 학생을 학력별로 보면 대학생이 3만90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대학원생으로 3만6000여명이었다. SEVIS에는 한국 조기유학생(초·중·고생) 숫자가 3749명으로 나와 있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미국에 체류 중인 우리 초·중·고생을 1만2172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3배가량 차이가 난다.
‘미국 유학 10만명 시대’는 우리 공교육의 문제로 연결된다.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한 조기유학이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 강남에 사는 학부모 함모씨(43)는 “애가 10살인데 친지들이 ‘왜 아직도 미국 유학 안 보내느냐, 늦기 전에 서두르라’고 핀잔을 준다”고 털어놨다.
이병현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국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교육분야 개방 요구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미 우리 학생들이 미국 유학시장의 ‘큰 손’이 돼 있어 더 욕심내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은행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유학 목적의 해외송금은 지난해 말 기준 44억2000만달러로, 이 가운데 절반 정도(1조9800억원)가 미국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조기유학생들이 연간등록금이 1만~2만달러인 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대미 유학송금액은 폭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美유학 쏠림 현상···“미국파가 요직 독점”
해외 유학의 ‘미국 쏠림’ 현상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미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문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체제 전반이 미국화돼 다양성을 해치고 각종 분야에서의 양극화를 조장할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우선 유학의 미국 집중 현상이 ‘글로벌 스탠더드=미국식 스탠더드’로 인식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식이면 모든 것이 좋은 것”이라는 통념이 형성돼 우리의 전통문화는 물론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문화마저 배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공부한 엘리트들이 정·관·재·학계 등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이들이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주요 정책 등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대미종속의 틀’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 하재근 사무처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이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미국에 구걸하는 현상도 해외 유학의 미국 쏠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사무처장은 이어 “이 모든 것이 미국 유학파들의 ‘미국 지상주의’에서 나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미국 집중 현상은 또 미국에서 공부한 수많은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 주도층이 되려면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야 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고, 이는 유치원·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인식하게 돼 조기유학을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지도층이 되려면 미국 석·박사를 따와야 하고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조기 영어연수가 필요하게 되고 이는 재력에 의해 결정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연구가 황폐화될 가능성도 높다. 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미국 전문가는 넘쳐나도 아랍이나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전문가는 찾아 보기 힘들다”며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유학을 가면 영원한 소수파로 남게 되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