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 문예이론 세미나에서, 워밍업이자, 결국 (서구) 맑스주의 문예이론가들의 '작업대상'이었던 서구 문예사를 개괄한다는 의미에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읽고 있다. 역시 재미가 없다. 하우저의 '역사'에 대한 감각이랄까, 이론에 입각해서 정리되고 명쾌하게 서술되었다기 보다는, '전체'로서의 역사를 지향하는 것에 가깝다. 이는 당연히 조동일 선생이 떠오르게 한다.

조동일 선생의 한국문학통사도 선생이 서문에서 밝히듯, 일단은 '전체'로서의 문학사를 지향한다고 했고, 이는 '한국'(?)이라는 공간적, 민족적(?) 범위와 '문학'이라는 장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또 하우저, 헤겔, 루카치 이후에, 김현-김윤식 이후에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방법론적 의식과 긴장이 뚜렷이 보여서 읽는재미가 있다.

사실 하우저보다는 조동일 선생에게 더 관심이 많고, 조동일 선생의 역사에 대한, 세계에 대한 감각이나 이론과 대결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연구해보고 싶은 문학사가는 조동일과 김윤식인데, 내가 학부 다닐때 이 두분 모두 강의를 하셨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가 수업을 들을 때마다, 연구년이네 뭐네 해서 한번도 직접 수업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물론 특강 형식은 꽤나 좇아다니기는 했지만. 한 학기 동안 꾸준히 선생님을 뵙고 수업을 들은 적은 없어서, 더욱 나에게는 '신화'같이 남아있는 분들이다. (특강 형식과 수업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특강은 신경림, 고은 등도 하는 것이고, 수업은 뭔가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수업을 들었으면 어떨까 아쉽기도 하지만, 수업을 안 들었기에 더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겠지라고 자위해 본다.

조동일 선생은 주지하듯, 공간적으로 또 시간적으로 동아시아 문학에서 세계문학사로 나아갔고, 철학사라는 장도 건드리며, 계속 '헤겔'과의 투쟁을 하고 있다. 정확히 조동일 선생의 입장이나 관점을 명확히 알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대상'으로서의 조동일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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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7-03-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하우저도 산업혁명 쯔음해서는 재미있어 진다 ^^;

나비80 2007-03-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우저는 1960년대 출신 비평가들에게는 어떤 룰 모델로 기능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1966년 <창작과 비평>이 창간할 당시 많은 지면을 할애해 줄곧 하우저의 평문을 번역 소개했던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창비>초반에 백낙청의 글보다 하우저의 글이 더 많이 실린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도 '창비'에서 나왔네요. ^^ 그들은 한국 사회와 한국 문학이 지향해야 할 근대적 이론의 구상을 하면서 하우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양입니다. 조동일 선생도 그 당시 비슷한 인물군에 속했던 것을 감안하면 하우저의 충분한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김윤식 선생은 누가 뭐래도 루카치 아닌가요.ㅋㅋㅋ

릴케 현상 2007-03-2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군대 가기 전쯤에 우리학문의 길을 읽었는데^^ 그때는 꽤 고무되었던 것 같아요. 그걸로 끝이었지만-_- 기억나는 것 중에...조동일교수가 '서양근대철학의 정점인 헤겔을 조선의 근대철학의 정점인 최한기를 통해 마주 보기를 하는 식으로 헤겔을 봐야 한다'는 맥락의 글이 있어요.(94년도 일이라^^정확하지 않을지도) 얼마전에 철학 공부하는 학생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라고 웃더군요. 제가 전혀 엉뚱하게 기억한 건지 아니면 어떤 건지 문득 궁금하네요

기인 2007-03-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부답님/ 넵. 루카치를 표나게 많이 말씀하시고, 골드만을 내세우는 '이광수와 그의 시대' 같은 역작도 있지요. 선생이 '말하는 것'과 선생이 '말한 것' 사이를 구분해서 김윤식을 연구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ㅎㅎ
자명한 산책님/ 네 ㅎ; 조동일 선생님의 연구들이 비판의 대상으로서 많은 연구자들을 밥먹고 살게 해주고 있습니다. 너무 큰 이야기를, 너무 큰 그물로 하니, 잡히는 것은 고래 밖에 없지요 ^^; 저는 오히려 조동일 선생님을 연구대상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릴케 현상 2007-03-28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동일교수님 주장을 제가 잘못 기억하거나 이해한 건 아니라는 건가요? 젊은 학자들이 원로비판을 통해 좀 더 세련된 이론을 제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죠^^

기인 2007-03-29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ㅋ 저도 잘 몰라요~ 그런데 '철학 공부하는 학생'님 께서 그렇게 쉽게 웃어넘길 수는 없는 지적 배경이 물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민족주의적=주체적이라는 등식을 넘어서, '주체적'을 사유할 수 있고, 이 '주체적'을 조동일 선생님의 사유를 바탕으로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인 2007-03-3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맑스주의 문예이론 세미나의 '워밍업'으로 하는 거라서, 아무래도 세미나 구성원들이 근대와 근대이후에 관심 많아서, 안타깝께도 3, 4권만 하게 되었어요. 사실 1, 2권이 재미있는데 말이죠 ㅎ

기인 2007-03-3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저도 결국에는 문화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이게 업인데요 ㅎ
요즘은 문학=국가라는 유비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재현체계로서의 문학과 국가 ㅎ

기인 2007-04-0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