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라 > 소방서 생활 단상
아침에는 알람보다 5분 먼저 울린 출동벨소리를 듣고 깨어났다. 지령 사이로 들리는
지하철 역에 투신... 이란 말에 잠이 확 달아났다. 이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건 여기 있는
한 피할 수는 없는 일인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오랜 경력의 직원들이 이런 상황에 무던한 거
보면 나는 아직인가 싶기도 하면서, 나중에 나도 상황 후에도 밥 잘 먹고 잘 자고 하면서 무뎌지는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어쨌든 촬영을 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꾹 참고 보는 수 밖에. 이럴 때 보면
사람들이 아무리 고상하게 꾸미고 가리고 한다해도 결국은 다 피와 살과 뼈의 조합이다. 평소에는 그런걸
잊고 산다. 가끔 이런 사건을 겪으면, (나 외에도 대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환상 중 하나인) 지하철
승강장에서 자신이 밀려 떨어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 무엇이 아까 그 사람을
밀었던 것일까? 실제로 누군가 민 건 아니었지만, 무엇이 그 마음을 그렇게 절박하게 몰아붙였을까?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묻는 것은 사람이란 자기보존 본능이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일 것이다.
가령 이 사람을 정신이상자 등으로 간주하면 그런게 의미가 있을까? 소방이야 사고들의 원인에 큰
관심을 쏟지 않는다. 화재든 구조든 구급이든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사후조치를 취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그래도 사고 개요 보고서는 윗선에 올라가야 하기에 이런 경우는 보통 투신자를 정신이상자 추정.. 이라고
부연한다. 꼭 그런 이유라고만 볼 수는 없을 추레한 행색도 이럴 때는 사후적으로 정신이상을
뒷받침하는 게 된다. 보니까, 특히 경찰은 목격자가 없고 어떻게든 원인을 알 수가 없을 때가 가장
난처해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그러고보니 오늘 시내에는 전경들이 쫙 깔려있었다. 이건 뭐 계엄령이라도 내렸나 싶을 정도로 구석
구석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지난 7월 12일에도 이랬던 것 같다. (나는 일단 볼 것 많고 아름다운 서울의
미관을 해친다는 생각때문에 경찰들을 보면 얼굴이 반사적으로 찡그려진다.
물론 단순히 싫다는 감정적인 문제로 해결될 것도 아니고 경찰 조직이 해체 또는 전화되어야 할 이유는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지만... 아무튼 3% 퇴출 문제로 소방이 뒤숭숭할 때 경찰은, 압도적으로 많다.
의경과 의방 수도 비교가 안됨;; 말나온 김에 요번 서울시공무원 3% 퇴출제는 소방이 갖는 가외성이라는
특성을 아예 무시하는 듯 하다. 사실 말하자면 불이 하루종일 안 나는 날도 많다.
하지만 사고야 언제어디서 어떤 규모로 날지 모르므로, 애초에 소방조직을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운영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물론 구급 같은 경우는 지금도 인력이 매우 모자르기도 하다.)
여기 들어와서보니까 소방과 경찰은 생각보다 같이 움직일 때가 많다. 불이 나도 경찰도 같이 오고,
보통 집회가 있을 때도 그 사실이 관할경찰서에 신고되고, 그러면 소방서에도 협조공문이 온다.
구급차나 탱크차를 지원해달라는 것인데, 구급차야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 그 이유야 당연한 것이고
탱크차는 가령 분신이나 국기 소각 등의 우려가 있으니 초기 진화를 위해 보내달라고 한다. 하지만
(수치스런 일이지만) 아마도 탱크차는 전경 물대포의 공급원으로 주로 쓰이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경찰과 소방은 일단 시민의 생명 및 재산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사실 두 조직이 공통적이다. 굳이 차이를 들자면 소방은 그 작업에 있어서 무차별성을 어느 정도
지닌다는 것이다. 불이 났다면 그곳이 어디든, 요구조자가 누가 되든간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이 시민들을 민주시민과 '폭도'로 나누어서 후자에게는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 같은 일은
적어도 없다. 불 속에서 사경을 헤매는 사람이 미등록이주노동자이건 아니건 그런건 소방의 관심이
아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의 무차별성이 이 조직의 목적에 일종의 보편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무차별성이나 보편성 외에도 소방은 일종의 불가항력적인 대상을 상대한다.
경찰들이 주로 사람들 간의 분쟁 같은 문제를 다룬다면 소방은 그보다는 자연과 사람 간의 관계를
다루게 된다는 것인데, 가령 천재지변의 재난 같은 불가항력적인 경우 말이다. 그런데 마냥 그런 것
같지도 않은 것이, 생활해보니까 같은 구에서 불이 나거나 응급 상황이 나더라도 이른바 잘 사는 동네와
낙후된 동네에서의 빈도나 그 피해 정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유명한 부촌인 어떤 동네를 가면
거의 요새화되어 있고, 자체 경비 및 화재경보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고보면 앞에서 불가항력이라 말한 것은 그저 모두에게 똑같은 불가항력은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이토록 많은 경찰과 그 자체로 요새화된 집들과... 우리는 정말로 엄청난 경찰국가에 살고 있다!
안전하게 살 권리, 생명과 재산이 보호될 수 있는 가능성은 꼭 그것과 비례하지는 않는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