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위에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친구들이 별반 없습니다. (사실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는 나름 인기남이었지만 ㅋㅋ;; 대학원에 오고 하니 만나는 사람이 정말 친한 고딩, 학부 친구 아니면 대학원 사람들, 아니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 뿐이니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1년에 2~3번 만나는 것이니.. 그냥 홀로 살고 있습니다 ㅜㅠ (애인이랑은 거진 맨날 봅니다. 요즘은 애인이 체코에 있어서 정말 혼자 삽니다)
그런데 친한 고딩 친구들도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안 보는데 (저는 완전히 본 드라마는 없고, 주몽도 한 회도 못 봤습니다. tv가 없으니;;) 영화는 일년에 2~3편 정도는 그래도 봅니다. (최근에 본 영화는 괴물이랑 수면의 과학.. 보고 싶어서 본다기 보다는 애인이 영화보는것을 싫어하지 않아서;;; )
왜 저와 제 친구들이 영화보다는 오락, 오락보다는 창작에 더 관심이 많을지 생각해 봤는데.아무래도 영화는 텍스트를 강요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짜여진 텍스트 (에코 말마따나, 효과까지 치밀히 계산되어 만들어진)을 중간에 쉬기도 모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에 나름 집중해서 그 화면을 따라간다는 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험이고, 큰 결심을 해야 됩니다. 시트콤이나 코메디 프로도 컴퓨터로 다운해서 보기 때문에 재미없는 부분 같은 것은 '돌려서' 볼 수 있는 선택권이라도 있지요 ㅋ;;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보고 라는 것 자체의 답답함이랄까.. 영화를 '다운'해서도 안 보는 이유는 아마 그것일 겁니다. 단편소설이나 시 또한 '한번에' 보도록 만들어진 텍스트이지만 보다 자유롭게 독자가 중간에 쉰다던지, 더 '열려져'있다는 느낌때문일지 더 자유롭게 읽어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단편소설보다는 시를 더 좋아하는 것도 이런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굳이 '누가'다 짜놓은 텍스트를 왜 읽어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식민지 시기 소설은 '연구'의 일환으로는 읽지만, 현대 소설은 거진 '의무'로만 읽어나갑니다. 반면에 시를 읽으면, 보다 자유롭고 즐겁습니다.)
이보다 더 괜찮지만, 요즘들어서 시들어진 것은 게임인데, 게임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가장 '자유도'가 낮은 일인칭 액션 게임이나 RPG라 해도, 영화보다는 더 interactive 합니다. 그래도 이 또한 일종의 홈 파인 공간을 열심히 따라가는 것 뿐인데,
이것이 사람 vs 사람으로 넘어가면, (즉 일종의 장기나 체스와 같이) 게임을 매개로 상당히 interactive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같은 경우는 아예 가상적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보다는 제한되고 안정된 선택을 통해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는데서 오는 쾌락을 주고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게임'자체도 관심히 시들하고, (왠지 '논다'라는 것에 대한 금욕주의적인 생각 때문일까요..) 역시 가장 유쾌하고 자유도가 높은 쾌락은 '창작'입니다. 시나 소설을 쓰거나, TRPG를 하는 일! 나름의 장에서 정해진 규칙이 있지만 (인생 또한 그러하지요; ) 자신의 상상이 직접 반영되는 능동성! '내가 만들어간다'는 것. 그것의 재미. (사실 이렇게 게시판에 글쓰기 자체도 저한테는 큰 유희입니다 ㅎㅎ) 어찌보면 드라마를 사람들이 즐겨보는 이유도, 이를 같이 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재미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글쓰는게 큰 재미인만큼, 말하는 것도 큰 재미잖아요. 드라마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저는 만나서 드라마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까, 드라마를 안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애인이랑 매일만나서 할 이야기를 마련(?)하기 위해, 저희는 세미나 같은 것을 같이 합니다. 그래서 그것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싸우고 그러는 게 재미죠.
영화에서 오락으로, 오락에서 창작으로 ㅋ 어찌보면 헤겔식으로 자유 증진의 역사 비슷한 데요. 그렇다고 제가 TRPG나 창작에 그리 큰 시간을 쏟는 것도 아닙니다. (일주일에 4~5시간?) 그것보다는 밥먹을때 다운받아서 보는 하이킥 시트콤이나, 화장실에서 읽는 무협지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크겠죠. 오히려 지난달까지 매일2시간씩 피아노를 치고, 1시간씩 탁구를 쳤던 것이 제 '문화생활'에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역시.. '대중문화'에 대한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시선 때문일까요... 대중문화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동조하는 것이라는 에코의 말이 귀에 선하네요. (귀에 선하다?)
역사와 현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대중문화와는 거리를 두는 것, 이것이 바로 눈가리고 아웅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른 의미의 '대중'또는 '대중문화' 속에 있고, 이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열심히 글이나 읽고 쓰고, TRPG하고, 오락도 하면서 살다 보면, 무언가 '대중'이라는 것의 의미도 잡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massmedia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대중문화란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사실 저도 거의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