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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문에 들어선 젊은 벗들에게


 
3월의 캠퍼스는 활기에 넘친다. 흥분과 기대에 들뜬 새내기들의 호기심에 찬 눈빛만으로도 대학은 생동한다. 합격증을 받아든 환호도 잠깐,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숨을 골라야 할 때다. 전쟁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대들은 이제 출발선에 다시 섰다.
대학 입시를 위해 유치원부터 논술과외를 시킨다고 난리인 나라에서, 12년의 긴 터널을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그대들은 행운아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지긋지긋한 문제풀기, 학교와 학원과 과외로 이어지던 미로에서 해방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비로소 자기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와 맞대면하게 된 것을 함께 기뻐한다. 지난 세월 여러분을 지탱시켜 준 삶의 목표는 사라졌다. 다음 진군 목표는 정해졌는가?
슬프게도 오늘날 대학은 만신창이다. 학문의 전당이란 말은 무색해진지 오래다. 실용의 미명 아래 기초학문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이공계는 힘들다고 외면당하고, 인문학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렸다. 사람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무도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저 돈 잘 벌어 출세해서 부자로 사는 길을 찾기만 바쁘다.
나는 그대들이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벌써부터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토플 토익 성적에 목을 매는 영악한 젊은이가 되지 않길 바란다. 더 좋은 대학, 취직 잘 되는 학과로 전과하고 편입하기 위해서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고시 공부에 인생을 거는 맹목적인 청춘이 아니길 빈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면 안 된다. 출세가 곧 성공이라고 착각하지도 마라.
분위기 파악이 영 안 되는 대학 강의실, 연일 이어지는 선배들과의 술자리, 뜻밖에 많은 과제물의 중압감 속에 우왕좌왕 하다 보면, 여기가 어딘지 내가 누군지도 잘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게 대학이었냐고 말하지 마라. 대학은 원래 그런 곳이다. 누구도 입 벌려 먹을 것을 넣어주지 않는다. 시시하다고 속단하지 마라. 힘들다고 주눅들 것도 없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속으로는 누구나 당황스러운 것이 대학의 새내기들이다.
대학은 그대들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허락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렘과 흥분은 얼마 못가 심각한 혼란과 좌절로 바뀔 것이다. 누구나 그랬고 언제나 그랬다. 대학은 끝내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는다. 이제는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서 제힘으로 풀어야 한다. 기댈 언덕은 없다. 물러설 곳도 없다. 
내면의 목소리에 깊이 귀를 기울여라. 목표는 달성되는 순간 사라진다. 새 목표를 잘 세워야 삶은 제 길을 찾고, 과정은 차례를 얻는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할수록 일은 더 꼬인다. 길 가다 눈이 떠져 좋아하다가 제 집을 못 찾아 우는 눈 뜬 장님 꼴이 된다.
카르페 디엠! 그대들에게 허락된 모든 것들을 한껏 즐겨라. 더 깊이 고민하고, 참담하게 좌절하라. 소아(小我)의 각질을 깨고 ‘참 나’로 우뚝 설 때까지. 주체를 세우려면 더 많은 책을 읽어라.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라. 여가는 그저 생기지 않는다. 여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나가야 한다. 옛 사람은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즉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길을 여행하는 속에 인생의 대답이 들어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삶의 눈길은 깊어지고, 마음속에는 호연한 기운이 쌓인다.
그대들이 대학생활을 통해 희망과 설렘을 지나, 절망과 좌절을 건너, 눈 맑고 귀 밝은 듬직한 젊음으로 거듭날 것을 축원한다. 나는 누군가? 나는 나다. 그 나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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