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드팀전님께...

흐흐, 드팀전님...

드팀전님이 남길 글을 읽다가 갑자기 열불이 나서 그냥 되는 대로 날 것 그대로 올려봅니다.

칼 맑스는 자본의 착취 과정이 어떻게 은폐되는가를 연구했습니다. 영주에게 농노로 고용되었던 농노는 누가 자기를 착취하는지 명확하게 알았지요. 그것이 모호해진 것이 자본주의고, 이전까지는 자본이 착취 과정이 주로 민족국가 단위에서 이루어졌다면 이제부터 자본의 착취 과정에 대한 연구는 세계단위의 연구 없이는 드러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타벅스가 돌멩이 던지는 팔레스타인 애들 때려잡으라고 돈 주는 거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요? 안 그래요? 그렇다고 한국 스타벅스 지사 앞에 가서 이거 따지는 일은 또 얼마나 뻘쭘해요. 지들은 사회적 책임 다하고 있단 거죠. 전세계적으로 이디오피아 커피는 인정받는 고급 제품이죠. 그런데 스타벅스에 이걸 아마 이게 1kg에 1.69달러인가에 구입하다는군요.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팔 때는 56달러 정도 한다죠. 그래서 이디오피아가 자기네 지역명을 따서 이걸 브랜드화하여서 일중의 상품특허를 출원하려고 했더니 이걸 가로막은 게 스타벅스에요. 지금 소송 진행 중이라던가? 아마 그렇다죠.

얼마전엔가 다국적제약회사에서 인도의 특정 지역에서 자라는 약초를 자기네가 특허출원해서 신약개발해서 다시 이걸 비싼 값에 팔려다가 인도 사람들이 무슨 말이냐. 우린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다 이 약초를 특효를 알고 먹어왔는데, 이제와서 니네가 무슨 권리로 이걸 특허를 낸다만다 하냐 뭐 그런 소송을 진행해서 이겼다는 뉴스도 있었죠. 관료화되고, 기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꼭 자본주의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는 것이긴 하지요. 눈 감으면 코 베가는 거죠. 하여간 국가가 나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고요? 아니죠. 못해요. 글른 거죠.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 거의 없어요.

그래도 국가가 기능을 하고, 아니면 민족국가 단위에서 어떤 문제든 해결해나가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던 시기만 하더라도 어느 기업이 문제 일으키면 국가기구에 달려가서 하소연이라도 할 터인데, 이제는 그게 어렵죠. 가끔 제가 요즘 다국적기업들 보면서 그런 농담하곤 해요. 지금 다국적기업들은 근대 이전의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 부르봉 왕가 같다고요. 스페인 국왕인데 스페인 말 못하죠. 스페인 사람도 아녜요. 제1차 세계대전 일어나기 전에 영국 국왕이랑 러시아 국왕이랑 독일 국왕이랑 셋이 촬영한 사진 본 적 있어요? 이 셋이 수염이며 헤어스타일이며 다 똑같아요. 셋이 친척이거든요. 다 같은 가문이죠.

그런데 통치했던 나라는 다 틀려요. 그래도 이 때는 통치자의 얼굴도 있고, 어느 가문 출신인지 다 드러나죠. 하지만 다국적펀드에 국적이 있나요? 가문이 있나요? 원래 자본의 속성이란 자본가도 소외시키는 법이죠. 지금 이건희 잘 나가죠. 하지만 그 사람도 소외당하고 있는 거죠. 다만 우리랑 틀린 건 그래도 그는 자본을 소유는 하고 있다는 건데, 몇 %죠? 하여간 이걸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는 거죠. 안 보호하면 안 되게 되어 있는 건 맞아요. 지금 삼성공화국 어쩌고 하잖아요. 그런 흐름이 그냥 온 것도 아니고, 민중이 돌대가리라 그걸 참고 넘기는 것도 아닐 겁니다. IMF 직후 괜찮은 은행, 기업 죄다 넘어갈 때, 보고 배운 거죠. 잘못하면 X된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서 그나마 괜찮은 기업들 인수해서 결국 다 우리에게 되팔고 나갔죠. 그 사이에 거기에서 일하던 사람들 죄다 정리해고 되고... 그래도 그 자본들은 다 돈 벌었어요. 세계화 어쩌구 해도 국민기업인지 나발인지는 살려야겠구나. 왜? 자본은 환치기해서 되팔고 나가도 돈 벌지만 기업이 없어지면 우리만 쪽박차니까. 그런 거죠. 그게 강화되어서 지금처럼 된 거죠.

하여간 그러다보니까 세계화란 건 기존의 은폐된 자본주의를 더욱더 이해하기 어렵고,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겠금 현실을 더욱더 은폐하게 됩니다, 저도 몇 군데 다국적기업의 사례를 주워섬기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것도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죠. 따라서 세계화론자들이 주장하든 진보론자들이 주장하든 세계화라는 혼돈의 과정은 그 은폐과정에 대한 연구 없이는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FTA협상이 진행중인 서울 남산 후암동 쪽 하이야트 호텔 근처를 지날 일이 있었죠.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전경 방패로 겹겹이 에워쌓인 채 저 산 꼭대기 위에 자리 잡은 높은 콘크리트 건물, 호텔 안에서 한미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더랬지요. 이건 너희들과는 관련없는 일이라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는 전경들의 얼굴, 시대는 바뀌어서 민주주의라고 합니다만 저는 이게 민주주의란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요새 제게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이 누군지 아세요?

민주주의 말하는 사람들이죠. 어쩌다 우리 사회에서 최장집, 백낙청 교수가 가장 뛰어난 민주주의 이론가, 우리 지식사회의 가장 윗자리를 내어준지 모르겠지만... 이 두 분의 차이 아닌 공통점은 바로 민주주의의 시대에 가장 많은 말들을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거겠지요.

80년대 이후 90년대 들어서 대한민국 지식사회의 가장 큰 맹점은 현장과 연계된 활동을 하는 지식인들, 그것도 큰 어른 지식인이 부재하다는 겁니다. 불나비 김진균 선생이 안 계시다는 거, 리영희 선생이 연로해지셨다는 거...

그러다보니 현장과의 연계가 끊긴 지식인들이 여태도 맨날 고담준론 늘어놓으며 민주주의 타령만 하고 있는 거죠. 가만 생각해보세요. 이번 정권 사라지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요? 민주화 세력이 다음 정권 차지하든, 못하든 뭐가 그리 달리지죠? 미국이랑 북한이랑 짝짜꿍해도 문제요, 안 해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가장 큰 문제가 민주주의일지도 모르지만 이때 문제가 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민주화 담론이 정작 잊고 있는 문제, 그것이 우리 시대 진보의 목줄을 죄고 있는 상황이죠. 절차적 민주화, 다음 정권 창출, 책임있는 양당체제 어쩌구저쩌구 떠들면서 최장집 교수의 주장과 백낙청 교수의 주장에 휩쓸려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아젠다인 줄 착각하는 동안에 진보는 유리잔 안에 갇히게 된 겁니다.

민주주의가 뭐가 중요해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보가 반체제민주화운동을 했던 것인데, 반체제는 어느샌가 사라져버리고 민주화만 남았다는 겁니다. 낮술 마실 일이 있어서 취해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간만에 지랄 한 번 하자면 그런 겁니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는 그랬어요. 80년의 수많았던 당신들, 나랑 어깨걸고 나갔던 당신들, 내가 언제 민주화만 하자고 그랬어요? 난 반체제민주화하자고 그랬던 건데, 이것들이 어느새 말을 싹 바꿔서 민주화만 하자고 그랬던 것처럼 반체제 말은 쏙 빼버린 거죠. 진보요? 좋지요. 하지만 반체제를 생각지 않는 진보가 무슨 힘이 있어요.

그 지식인이 누구든 지금 자신을 조금이라도 진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반체제민주화운동에서 민주화만 말하면 지금 시점에선 결국 아무 말도 안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민주화란 말로 모든 가치가 일원화된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파쇼해도 좋으니까 박정희를 살려내라! 두환이를 살려내라! 안 살려내면 어깨 스크럼 짜고 나가리라. 외치는 거겠죠.( 이 구호가 불경스럽게도 종철이를 살려내라, 한열이를 살려내라와 겹쳐도 하는 수 없죠. 바로 그 작자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올초에 박종운인가 하는 작자가 지 블로그에 그렇게 썼다죠. 지금 종철이가 살았다면 친북좌파 정권 때려잡자는 운동을 했을 거라고... 이런 코미디가 있나? )

하여간 민주화 이후 모든 민주주의는 민주화란 한 마디로 정리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이며 국민이란 범주를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모든 국민의 정치적 염원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가? 생각해봐야죠. 최소한 전 아니거든요.그래서 저는 지금 우리나라의 지식인들, 진보, 좌파가 우파보다 덜 솔직하거나 최소한 정직하지 않다고 느껴요. 이런저런 걸 다 고려에 넣더라도 최소한 엄청 소심한 거죠. 국가보안법이 그냥 살아있는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무슨 얼어죽을...

그런데 저보고 어떤 반체제 하자는 거냐고 묻지는 마세요. 그건 아직 저도 모르죠. 게다가 모든 천국이 그러하듯 추상적일수록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법이죠. 또 한 가지 저는 어차피 석유 떨어지면 원튼 원치 않든 세계는 달라지리라 봅니다. 요새 쿠바를 하나의 대안으로 말하는 이들 많은데... 하이하바에 살든, 인더스트리아에 살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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