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지금까지의 생산과 유통의 모든 관계를 기초부터 전복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활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창조성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따라서 그것은 필수적으로 경제에 바탕한 조직이다."(52쪽)

"Communism differs from all previous movements in that it overturns the basis of all earlier relations of production and intercourse, and for the first time consciously treats all natural premises as the creatures of men... its organisation is, therefore essentially economic."(17쪽)

부분역이긴 하나 국역본 <독일 이데올로기>를 나도 갖고 있는 듯한데 여하튼 지금은 없다(영역본도 박스에나 들어가 있겠다). 해서 그냥 보면, 나는 아무래도 표시한 문장이 껄끄럽다. 물론 movements'를 '활동'이라고 옮긴 것도 특이한 감각이라고 생각되지만, 'treat A as B'(A를 B로 간주하다)라는 구문이 어떻게 해서 'B를 A로 삼는다'가 되는지 이해불능이다. 독어본에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상식적 감각은 "공산주의는 처음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모든 자연적 자산을 인간의 생산물로 간주한다." 정도로 읽는다('premise'는 물론 '전제'란 뜻이지만 복수형일 경우 '토지'란 뜻도 갖는다).

하긴 '인간의 창조성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도 좋은 말이긴 하니까 그냥 넘어가도 대차는 없겠다. 'esssntially'도 여기선 '본질적으로'란 뜻 같지만 '필수적으로'라고 옮긴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에잇,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몇 줄 내려가서 "마르크스는... 모든 인간의 활동은 경제적 관계로 결정된다고 믿었다."에서도 '인간의 활동'이 'human life'의 번역이라는 게 좀 놀랍긴 하지만 뭐 의역이라는 게 있으니까.

겸사겸사 공부도 해야 하니까 정리성 멘트: :"요컨대 마르크스에게 인간의 모든 행동은 서로 다른 계급 사이의,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산층 부르주아와 노동계급 사이에서 벌어지는 돈을 둘러싼 경쟁, 혹은 경제학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부를 창출하는 근원인 공장과 자원 등의 생산수단을 둘러썬 경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53쪽)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59092
 로쟈님 페이퍼 중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영역본

C.J. Arthur Ed., Karl Marx and Frederick Engles, The German Ideology Part One, New York: International Publishers, 1947.(revised edition 1970)의  86면

그리고 김세균 감수, 최인호 번역, <독일 이데올로기>, 최인호 외 번역,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박종철출판사, 1991, 250면

"Communism differs from all previous movements in that it overturns the basis of all earlier relations of production and intercourse, and for the first time consciously treats all natural premises as the creatures of hitherto existing men, strips them of their natural charater and subjugates them to the power of the united individuals.  Its organisation is, therefore, essentially economic, the material production of the conditions of this unity; it turns existing conditions into conditions of unity. "

"공산주의는, 그것이 지금까지의 모든 생산 관계들 및 교류 관계들을 변혁하며, 모든 자연 성장적 전제들을 지금까지의 인간들의 창조물로서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간주하여 그 전제들에게서 자연 성장성이라는 옷을 벗기며, 그 전제들을 연합된 개인들의 힘에 복속시킨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운동들과 구별된다. 그러므로 공산주의의 조직 Einrichtung은 본질적으로 경제적이며, 이러한 연합의 조건들의 물질적 창출이다; 공산주의의 조직 Einrichtung은 기존의 조건들을 연합의 조건들로 만든다."

최인호 선생의 번역문과 로쟈님의 번역은 일치.

결국 영어를 그대로 읽는 사람과 한국어로 바꾸어 읽으면 그 '의미'의 강조점이나 흐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아래는 대충 영어로 읽는 사람들의 방식; (완전 직역으로 해보려다가 힘들어서 포기; )

공산주의는 구분된다(다르다) 기존 모든 운동들과. [어떻게] 변혁시킨다는 점에서. [무엇을] 모든 생산과 교류 관계들의 기반을. 그리고 이로써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무엇을] 모든 자연적 전제들을 지금까지의 존재하는 인간들의 창조물로. [이로서 모든 자연적 존재들에게서] 자연적 특성을 벗기며[그 신비화된 것을 탈신비화하며?] 이를 연합된 개인의 힘에 복속시킨다는 점에서. [이러한 공산주의의] 조직은, 따라서, 본질적으로 경제적이다. [이 조직은 이 조직의] 연합 조건의 경제적 생산이다. [이 조직은] 존재하는 조건을 연합의 조건으로 만든다.

한국어의 구조로 변화시키면 강조하는 부분들이나 문맥이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번역을 해야 한다는 것. 정말 힘든 문제다. 그래도 로쟈님의 지적처럼, 무엇보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창조성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는 대목은 의역이 꽤나 들어간 부분이다. 맑스가 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역사에 대한 탈신비화의 맥락.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나가는 것. (헉; 여기 글자만 왜 이렇게 큰 것인지;;;; )

이를 맑스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원문과 대조해보면 번역자가 어떤 의도로 저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만. 독일 이데올로기에 대한 번역도 아니고, 이것이 영어 원서에 번역되어 있는 것을 재번역 한 것이기 때문에 곤란하다. '인간의 창조성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는 말을 저 문맥에서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창조성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따라서 그것은 필수적으로 경제에 바탕한 조직이다'로 이어지면 정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인간의 창조성을 기본 전제로 삼는 것과, 공산주의 조직이 경제에 바탕한 조직이다는 어떻게 연결될까?

사실 이 문장을 읽으면, 토대의 과학성과 상부구조의 자율성의 문제가 떠오르고, 그렇다면 인간의 '창조성'이라는 것이 상부구조의 자율성의 문제인가? 라고 반문되면서 의문이 증폭될 수 있다. 보통 '창조성'이라고 하면 자율성과 같이 가게 이해되기 때문.

그래도 이렇게 원서와 대조하면서 읽어나가고, 번역자가 수정해서 2판을 찍을 수 있다면 좋겠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는 번역서를 읽다가 눈물을 삼키며, 역시 '너무 어려워 OTL'하면서 공부를 접게되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일 것인가.

나도 '공식적인' 번역을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 내가 번역할 부분에서 이미 한국어로 번역된 부분이 있으면 꼭 참고했다. 그것이 얼마나 수고를 더는지! 특히 내가 번역한 것은 사이드가 "미메시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미메시스" 출간 몇주년 기념 서문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미메시스'에 대한 인용이 수다했기 때문. 이렇게 아티클 하나도 번역하고나면 힘들어 죽겠고, 후회와 부끄러움 때문에 몸둘바를 모르겠는데, 하물며 책 한권이야! 그래도 번역 또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며 엄정한 번역을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수정판을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내 최초이자 마지막인 번역문이 실린 잡지. 생각할수록 번역 힘들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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