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여수시 화장동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3층 화재 현장에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던 수용자의 손톱과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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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코리안 드림’은 ‘꿈’일 뿐이다. 수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망을 안고 한국을 찾지만 상당수는 사업주의 착취와 사회적 냉대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노예 같은 삶’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에 오는 길도 결코 순탄치 않다. 한국행 티켓을 사기 위해 거금을 브로커에게 건네지만 사기를 당해 날리거나, 밀입국 과정에서 변을 당해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1월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스리랑카인 라싱하는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있다. 라싱하는 경기 화성의 ㄷ사에서 연수를 시작했고 성실히 일을 했다. 하지만 ㄷ사 사장은 업무가 많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라싱하의 산업연수신청을 차일피일 미뤘다. ㄷ사는 결국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시 점검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이 적발됐다. 라싱하 역시 불법체류자가 되어 쫓겨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라싱하의 비자 만료 기간은 2년6개월이나 남아있다. 합법적으로 일하던 선량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주의 태만으로 불법 체류자 딱지를 안게 된 사례다.
경기 안산의 중국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중국인 ㅎ씨는 학원장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한 뒤 근무지에서 쫓겨났다. ㅎ씨는 관할 노동청에 원장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진정을 냈다. 하지만 ㅎ씨 역시 강제출국 위기에 처했다. ㅎ씨는 어학강사용 비자인 E-2비자를 G-1 비자(특별체류비자)로 전환했지만 G-1 비자로는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부당행위가 인정되어 사업장이 변경되더라도 G-1에서 E-2 비자로의 재변경이 되지 않는다.
네팔인 ㄴ씨는 한국에 와서 일한 지 1년 만에 회사가 부도나 사장이 잠적해 버렸다. 반년간 수소문 해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1년 동안 일한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갔다. 대전의 한 금속공장에서 일을 하던 인도인 ㅅ씨는 일 하던 중 손가락이 잘렸으나 산재처리를 받지 못했다. 사장은 도리어 “손가락 잘린 네가 어떻게 제대로 일을 하겠냐”며 해고했다. 불법 체류자인 그는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못한 채 피눈물을 쏟으며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밀입국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6월15일 부산 영도구 남외항에 정박 중인 495t급 제91태백호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9명 등 외국인 선원 14명이 바다로 뛰어들어 육상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 9명은 해경에 검거됐으나 5명은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익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지난해 5월에도 같은 곳에서 원양어선에 타고 있던 베트남인 선원 4명이 해상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1명은 구조됐으나 나머지 3명은 실종됐다. 2000년 1월27일 밀폐공간인 냉동탑차에 남자 25명 등 모두 48명의 밀입국자가 빼곡히 앉아 제주~목포간 여객선에 실렸다가 1명이 산소 부족으로 사망하고, 1명은 호흡곤란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있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류성환 사무국장은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고용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어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체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명재·
김준일·임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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