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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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명의, 삼국지에서 관운장을 수술한 화타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환자가 아프기도 전에, 병을 예감하고 치료하고, 둘째는 아주 미미하게 아플 때 병을 치료한다. 김승섭 선생님의 이 책을 읽으며, 화타의 첫째 형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기존의 우리가 '명의'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화타와 같은 의사이다. 큰 병이 났을 때 그 병을 최신 기술로 치료하는 의사. 물론 이 또한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그런데 김승섭 선생님은 화타의 첫째 형과 같은 의사이다. 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아서, 이에 대해서 고민하는 '역학'을 전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낮은 곳의 약한 자들의 '아픔'의 사회적 원인을 고찰한다. 이로 인해, 세월호 유가족, 트렌스젠더, 범죄자 등의 '아픔'이 조명되고, 이 아픔의 사회적 원인을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를 통해, 사람들이 아프기 전에 그 병을 고치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김승섭 선생님은 화타의 첫째 형과 같은 의사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늘, '술담배 줄이고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푹 쉬라'고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든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기에 견디고 견디다가 탈이 나서 의사를 찾게 된다. 김승섭 선생님의 책은 이 부분에서 시작한다. 왜 우리는 술담배를 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고, 쉴 수 없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무엇이 문제일까? 실제로 사회적 관계도가 높을수록 면역력이 높다는 연구도 있고, 공동체가 굳건할수록 심장병도 덜 걸린다는 연구도 소개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국종 같은 의사도 필요하다. 그러나 김승섭 같은 의사도 정말로 필요하다. 아니, 이국종 센터장도 결국에는 사회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추울 때 추운 곳에서,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위험한 환경에 일하는 사람들이 외상센터의 주환자이고,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사회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한국이 선진국인가 아닌가는 단지 GNP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었는가, 얼마나 행복하게 자기의 꿈을 각자가 실현하고 있는가, 우리는 서로에게 어떠한 뒷받침을 하고 있는가. 이 책은 그러한 '공동체'에 관해서 묻고, 공동체가 겪은 '아픔'이 하나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이 아픔을 사회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모든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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