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살림지식총서 52
편영수 지음 / 살림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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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식총서는 여러분야의 항목에 대해 교양적 지식, 또는 입문적 지식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만한 이렇게 작고 얇은 책이 어떠한 항목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만족할만한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항목이 적절히 선택되어야 하고, 선택 후에는 이러한 총서에 알맞은 구성으로 쓰여져야 한다.

그런데, 이 '프란츠 카프카'는 그렇지 않다. 저자가 카프카에 대해 쓴 책이 많고, 석사와 박사 모두 서울대학교 독문과에서 카프카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카프카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 저자에게는 지루한 '반복'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카프카에 대해 자신이 대중에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루한 반복'의 일환으로 이 책이 나온 것 같다는 점이다. 저자는 다른 여러 곳에서 여러 분량과 목적으로 쓴 글을 새롭게 편집해서 이 책을 낸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카프카라는 사람의 삶과 함께 문학을 조명하는 형태를 취한다. 어찌보면 이는 당연하고 정석적인 접근이다. 그런데 문학을 설명하는데 있어 그의 모든 작품을 줄거리 소개일망정 다 다루고 있다. 이것이 300페이지 넘어가는 '일반 책'이라면 이해된다. 예를 들어 그의 다른 책인 '카프카 문학의 이해'에서는 이렇게 서술될 수 있고, 카프카 전문가로서 그의 전작을 다루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 의의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100페이지도 안되고, 작은 책에 이를 다 다루다보니 대부분의 분량은 독자가 읽지도 않았을 단편들을 2~3줄로 요약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책이 소통에의 노력이라면, 그 소통은 해당 독자나 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맥락이 중요하다. 이 책의 목적과 존재에 대해 더 생각하고 카프카에 대해서 이해할만하게, 소개할만하게 책을 '새롭게' 쓰는 노력이 아쉽다.

살림에서는 물론 해당 분야의 권위자도 좋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대중과 소통하기를 열망하는 '젊은 전문가'를 찾는 것이 이 시리즈 목적에 부합하는 책을 내는 데 더 알맞은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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