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iamX > 나는 왜? (2)

계속 이어가죠. 정말로 부드럽게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자본은 출판시장을 잠식해 들어왔습니다. 출판과 유통 양쪽에서 말이죠. 임형욱 대표분 말씀대로 백만부 짜리 베스트셀러가 계속 태어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매대를 사고, 새로 나온 책을 유력 독자들에게 돌려 서평을 받아 그걸 다시 홍보에 사용한 출판사들에 한해서 주어지는 기회일 뿐입니다.(저는 출판계에서는 임형욱 대표 분의 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관계자 분한테서 저런 용기 있는 발언 들을 기회 거의 없습니다.)  매대를 살 수 없고, 많이 팔아야 몇 천부가 고작인 작은 출판사들은 이 구조에 동참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구조는 알라딘에게 있어서 조금도 유리할 게 없습니다. 점점 덩치 큰놈 한테 밀려서 잠식당해 가다가 어느 순간, 합병 당해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알라디너 분들에게 역시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미래일 겁니다. 이 와중에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덩치 큰 놈이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게 고작일 겁니다. 제 생각에 가장 시도해봄직한 것이 인터넷 서점의 차별화입니다. 인터넷 서점 A가 다른 B,C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로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저는 '서평'을 꼽습니다. 가격 경쟁은 곧, 출혈 경쟁이므로 기업의 건전성만 해칠 뿐이고, 그 외 해볼 수 있을만한 건 저 서평 정도가 가능할 겁니다.

서평이 차별화 된다고 해서, 당장 뭔가 크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서평이 활발하게 올라오는 책에 따라 어느 정도 수급 현황이 달라져서 A 사이트는 장르 소설 배송이 빠르다. B 사이트는 역사서 배송이 빠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A와 B 사이트 모두 출간되는 서적들을 모두 장사밑천으로 써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분명 알라딘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가격 요소가 아니라, 다른 뭔가로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업 입장에서는 힘이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SF소설을 보고 싶은데, 잘 모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봤더니 어느 인터넷 서점 쪽에 관련해서 리뷰가 잘 되어 있다. 거기에 가면 당신 취향에 맞는 책을 소개한 서평가가 있을 것이다. 가봐라.…굉장히 단순화 시킨 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것 이상을 바라서도 안될 겁니다.

 자기 사이트 고유의 유력 서평가들을 유치하려는 시도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만들어 줍니다. 혹은 이미 늦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이유로 저는 이제라도 서평이 각 인터넷 서점들마다 차별성을 갖기를 원합니다.

서평가 개개인들이 갖는 취향, 그리고 그런 취향을 큰 범위에서 공유하는 서평가들이 특정 인터넷 서점의 서평을 생산해주고, 그것을 인터넷 서점은 마케팅에 활용하는 그림을 그려보았으면 합니다. 규모의 경제학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각 인터넷 서점들이 이제부터라도 자기네 사이트의 유력 서평가들을 붙잡아 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인터넷 서점 한 군데가 독식하는 것 보다는 두 군데가 양분하고 있는 게 낫고, 또 두 군데 보다는… 가급적 채산성이 맞는 한도 내에서 많은 수의 인터넷 서점들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공존할 수 있으면 합니다. 그 편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각각의 서점들은 자기들이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한도 내에서 자기만의 색을 가진 독자 서평을 유치하려 노력할테니까요.

막말로 말씀드리자면, 책값을 좀 제대로 받아 이윤을 챙기면서도 사이트 고유의 서평 제공으로 덕을 보라는 겁니다. 한정된 시장에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으려면 책 한 권당 얻는 수익을 높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저는 이 방향으로 가야 알라딘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차원에서 보자면, 독자 개개인의 의식의 문제로 볼 수 있겠습니다.(거시적인 차원에서 알라딘과 같은 약간 '큰' 인터넷 서점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어느 시점에 밀리느냐의 문제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직접 중복 서평이 왜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저는 왜 이런 상황에서 독자 분들께서 더 의식적으로 움직이시려 하지 않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매너리스트 님도 자신의 글에서 밝힌 바 있고, 저도 마찬가지 주장을 합니다만, 푼돈 단 몇십 원이라도(중요한 건 이게 책값의 1%라는 가능성을 제시된다는 거죠.)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거나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단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중복서평 문제는 물론, 거시적인 차원에서 조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미시적인, 독자 개개인의 차원에서 역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출판 시장 앞에 놓여진 "자본"의 문제는 우리들의 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만만한 녀석이 아닙니다. 그냥 책 열심히 읽다보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제 판단으로는 독자 쪽에서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보고 있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책을 제값주고 보시라는 겁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자신의 지갑에서 직접 돈이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는 시장 어딘가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인터넷 서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중복 서평에 대해서는 답이 나올 겁니다. 이 문제가 불명확해 보이는 건 개인의 합리성에 따르면 중복서평을 통해 자신의 서평이 타인에게 노출될 기회를 최대한 높이는 게 맞는 데 반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새로 해당 책에 대한 서평을 남길 이의 기회를 빼앗아간다는 점, 두 가지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저는 후자 쪽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독자가 출판시장에서 자본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솔직한" 서평과 책 "제"값주고 사보기, 두 가지 뿐입니다. 적어도 인터넷 시장에서는요. 오프 서점에서 이를 반영시키기에는 무리죠. 생각해 보세요. 오프 서점이 강세일 때 돈 있는 출판사들이 사재기로 책을 사들였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베스트셀러를 단기적으로 조작했죠.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런 식의 불법 행위가 아니라, 책을 당당하게 공짜로 주고 제공한 독자들에게 서평을 요구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출판사들이 이런 식의 행위를 "마케팅"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책을 "많이" 팔고 싶으면 초반에 어느 정도 공짜로 책을 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과 덤핑이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지금  책을 사면 뭘 끼워주겠다는 광고가 홈쇼핑 TV에서 지금 바로 전화하시면 수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상품 광고와 무엇이 다를 바 있겠습니까? 그리고 공짜 책을 읽고 난 서평이 홈쇼핑 TV 속의 "제품 사용기"를 밝히는 광고 모델들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저는 책 광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광고라면, 그 책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해 줄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밝히는 게 기본 아니겠습니까? 정상적인 서평이라면, 출판사에 이용당할 필요없이 곧바로 또 다른 예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독자분들께서 조금만 참으시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활동 영역을 어느 한 곳으로 정해주십사 하는 겁니다. "나는 어느 서점에만 글을 올리겠다. 그러므로 어느 서점이 주는 혜택만 이용하겠다." 이 정도만 해주셔도 상당한 성과입니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분위기가 정착된다 하더라도 중복 서평 문제 역시 인터넷 서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별 소용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라 보여집니다.

제 잘못으로 상당히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토론에 임하는 게 전부일 거라고 봅니다.  위서가님 말씀대로 제가 너무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폭로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문제는 그 폭로가 너무 거칠었고, 그 덕분에 어느 분께도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말있습니다.

일단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참고로 잠은 자고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방 청소 하면서 틈틈이 알라딘 마을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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