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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데이비드 하비 지음, 김병화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결국 결론-결말에 가서 이 책의 집필(구성) 의도가 드러난다고 했을 때, 독자로 하여금 ‘파리 꼬뮌’이라는 시공간은 도대체 어떠했고, 그것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집필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파리의 1848년 2월 혁명부터 1871년 파리 코뮌까지의 시기에 파리의 공간적 구조의 변모에 따른 산업 구조, 노동 방식, 거주민들의 (근본적/구조적)변모를 상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근대성’을 함축한다.
하지만 하비가 진짜 묻는 것은 1848혁명으로 인해 집권한 부르주아와 이의 반동적 선택으로서의 루이 나폴레옹이라는 제정의 근대화는 왜 또 다시 ‘파리 꼬뮌’이라는 노동자 계급의 혁명을 발발하게 했는가, 또 왜 ‘그런 모습’으로 발발하게 되었는가이다. 여타 역사학자들과 다른 면모라면 ‘지정학적’인 중심틀과 문화-상징적 텍스트들에 대한 관심으로 미시사적인 접근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
프로이센과의 전쟁으로 패퇴하던 프랑스의 국제 정치적 상황과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와 대규모 봉기로 이어지자, 부르주아들은 “내부의 적”에 대한 두려움에 프로이센에게 항복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 와중에 시민에게 발포하려던 프랑스의 군대 장군에게 거부하던 병사들과 함께 프랑스 시민은 그 장군을 총살하는 일이 발생한다. 1871년 3월 18일. 파리 꼬뮌의 탄생이다. 이에 대해 당시 프랑스 대통령 티에르는 파리에서 군대와 정부 요원들을 완전히 철수시키며 파리의 침공과 탈환을 준비했다.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파리를 진압하는데 필요한 프랑스 군대의 재조직을 허락하고, 대규모 프로이센 군대를 파리 주위에 주둔시킨다. 그들은 파리 코뮌과 프랑스 군대의 자국민 학살을 침묵 속에서 바라본다.
파리 시민들은 철수된 행정 기관을 모두 접수하고 빠르게 이를 다시 운영하며 3월 26일 선거를 치르고, 3월 28일 파리 코뮌을 선언한다. 부르주아들은 당혹해 했고, 상당수가 파리를 ‘탈출’했다. 파리는 프랑스 군대에 의해 ‘진압’당하며 2만에서 3만 명 사이의 코뮌 가담자들이 그 과정에서 죽고 또 처형당했다.
이러한 ‘파리 꼬뮌’에 대해서 정작 하비는 많은 장을 할애하지 않고,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결말 부분에 한 장을 에피소드 식으로 배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하비가 말했듯, ‘배치’가 의미를 결정한다. (하비의 ‘지정학적’ 관심과 통한다!) 결국 1848-1871년까지의 ‘공간관계, 화폐, 신용, 금융, 임대료와 부동산 이권, 국가, 추상적 구체적 노동, 노동력의 판매와 구매, 여성의 여건, 노동력의 재생산, 소비자중심주의, 스펙터클, 여가, 공동체와 계급, 자연적 관계, 과학과 감정, 근대성과 전통, 수사법과 표현, 도시 변형의 지정학’을 다룬 것은 총체적으로 어떠한 변모들이 이 시기에 파리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파리 꼬뮌’이라는 ‘사태’로 이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인 것이다. 이는 ‘맑시스트’라는 그의 꼬리표(?)가 보여주듯, 결국 역사의 과정에 있어 혁명은 왜 일어나고, 또 어떻게 일어나고, 또 이의 과정에서는 어떠한 위험성들이 있는가를 보이는 것이 궁극적인 이 책의 목표다.
이 책을 읽으며 2007년에 한국의 한 독자로서 역사는 끊임없이 차이와 함께 반복된다는 것을 새삼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인식 주체의 한계 때문에 '반복‘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행위 주체들의 공통점들도 간과할 수는 없다. 19세기 중반 노동자들의 비참한 상황은 1970년대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게 했고, 오스망과 그의 ’근대화‘는 박정희와 현대건설로 상징되는 이명박을 바로 연결시킨다. 또 파리 꼬뮌은 1980년 우리의 ’광주‘를 상기시킨다. 파리 꼬뮌에 대한 연구는 은연중에 프랑스 학계에서 배척당하고, 파리 꼬뮌을 연구주제로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진보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프랑스 학계에서 조차!)하비 또한 이 때문에 책의 말미에 이렇게 적어놓은 것이 아닐까.
(파리 꼬뮌 당시 정부에 의해 학살당한 사람들의 묘지 위에 선) 건물은 무덤 같은 침묵으로 그 비밀을 숨기고 있다. 오직 산 자, 이 역사를 알고 있는 자, 그 지점에 빛을 더하기 위해 혹은 그에 반대하여 투쟁한 이들의 원칙을 이해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그곳에 매장된 신비를 캐낼 수 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무덤의 죽음 같은 침묵에서 풍부한 경험을 구해내고, 그것을 시끌벅적하게 시작하는 요람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484)
시끌벅적하게 시작하는 요람으로, 파리 꼬뮌으로의 초대. 이 책은 혁명으로의 초대장에 다름이 아니다.
ps. 번역은 읽을 만하지만, 답답한 부분이 분명 있어 원서와 함께 읽는 것이 요구된다. 아주 매끄러운 번역은 아니고, 3~40페이지 마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나와서 원서를 참고하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