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득 찬 책 - 제2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137
강기원 지음 / 민음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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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다 씻은 거 아닌가요
맹물로도 모자라 당신은
약물로 나를
씻고 또 씻기는군요
내가 마치 오물 덩어리인 듯

죽음으로
다 벗은 거 아닌가요
그 거친 천으로 당신은
나를 싸고 또 싸는군요
한 점의 맨살이라도
드러날까 두려운 듯

이리 깨끗하게
이리 많은 옷을 껴입고
신방에 든 신부처럼
눈 곱게 내리깔고
숨도 못 쉬는 채
나는 누굴 또
맞아야 한답니까
얼마나 기다려야 한답니까-84-85쪽

작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둘둘 감긴 염한 고인을 뵈었다. 어머니가 오열하고 계셔서 부축하고 있어서, 염하는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해서. 못내 죄송스럽기도 하고, 내심 맘이 놓이기도 한다. 부끄럽고 또 죄송스럽다.

그 염하는 과정에 대해, 기실 그 문화적 의미에 대해 시인은 시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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