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다 씻은 거 아닌가요맹물로도 모자라 당신은약물로 나를씻고 또 씻기는군요내가 마치 오물 덩어리인 듯죽음으로 다 벗은 거 아닌가요그 거친 천으로 당신은나를 싸고 또 싸는군요한 점의 맨살이라도드러날까 두려운 듯이리 깨끗하게이리 많은 옷을 껴입고신방에 든 신부처럼눈 곱게 내리깔고숨도 못 쉬는 채나는 누굴 또맞아야 한답니까얼마나 기다려야 한답니까-84-85쪽
작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둘둘 감긴 염한 고인을 뵈었다. 어머니가 오열하고 계셔서 부축하고 있어서, 염하는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해서. 못내 죄송스럽기도 하고, 내심 맘이 놓이기도 한다. 부끄럽고 또 죄송스럽다. 그 염하는 과정에 대해, 기실 그 문화적 의미에 대해 시인은 시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