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본 순간,
사라지는 거리의 소음
속도감 없이 빠져드는
아득함
백 년에 한 번 쓸린
비단에 돌산이 닳는다는
겁(劫)의 한가운데
함께였던 생생함
그런 골목이 있었지
풍경이 탈색되는
적요의 대낮
어린 내가 튀어나오던
깊은 모소리
우리는 뚫어지게 응시한다, 서로의
눈부처 속에서
나인 너를
너인 나를
오래고 짧은 찰나(刹那)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는
각자의 연인을 향해
등을 돌렸네
한 번의 뒤돌아봄도 없이-82-83쪽
운명적 만남. 전생. 하루키라면 이를 가지고 유쾌하고도 쓸쓸한 소설을 하나 쯤 썼을 j한 소재. 그리고 또 쓴 소재.
시인은 대중적인 감수성 또한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독 연애시가 눈에 띄는 시집. 연애하듯 시를 쓴다면, 연애의 첫 느낌처럼, 두근거리는 첫 느낌처럼 시를 쓴다면. 소녀같지만, 그런대로 귀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