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유머와 냉소가 적절히 버무려진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진행된다. 홀든 콜필드라는 중상류층 16세 소년이 주인공으로 유명한 사립학교에서 퇴학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까지의 이틀 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자신을 '홀든 콜필드'라고 주장하는 정신병원의 한 소년(?)이 얼마전의 과거를 자신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만 읽으면 그가 왜 정신병원에서 치료하게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소설 중간에 아버지가 정신과 의사인 선배가 그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는 것이나, 그가 학교를 종종 옮겼다는 것, 그리고 그의 서술 자체에서 엿보이는 정신세계의 불안성 등을 그 이유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소설 내에서 홀든 콜필드는 부자집 아들이지만, 친구한테 맞아서 코피도 흘리고, '창녀'와 포주에게 속아서 돈을 빼앗기고, 믿었던 선생님한테는 성추행을 당하는 등, 온 세상이 그에게 상처를 입힌다. 홀든은 온 세상을 부정적으로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거리에 뛰쳐나가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세상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년은 세상에 패배한다.

소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준성인이라는 의미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라고 세상은 인식할지 모른다. 콜필드에게 세상은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지만, 콜필드는 학교의 모든 것이 못마땅할 뿐이다. 그가 하고 싶은 것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호밀밭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그 아이들을 잡아서 안전하게 놀 수 있게 하는 일. 결국 '성인'이라는 것은 직업을 갖고 사회에 '공헌'/'착취'당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콜필드라는 소년/준성인은 그러한 시스템 밖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스템의 밖을 시스템 내적으로 구속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정신병원과 감옥. 콜필드는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또 하나는 '군대'로, 소설 안에서 여동생에게 콜필드가 아마 아빠는 나를 사관학교 같은 곳에 보내겠지 라고 말한다. 작가인 제롬 데이브드 샐린저 또한 중학교를 중퇴하고 사관학교를 가게 되었다.)

읽으면서 콜필드의 냉소와 유머에 즐거웠지만, 그가 결국 정신병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소년은 좌충우돌 서서히 '미쳐간다'. 이 '미친다'는 것은 결국 시스템에서 용인하는 정도를 넘어선다는 것이며, '소년'이라는 것은 시스템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또는 따라서 시스템에 아직은 완전히 편입되지는 않은 존재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순수와 광기, 소년과 성인의 의미를 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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