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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전태일 평전. 어느덧 전태일 열사 탄생 60주년이 다가오려고 한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이제 환갑을 맞는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덧 그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외침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는 부르짖음과 함께 장렬히 타오른지 40여년이 다가온다는 소리이다.
다시 집어든 전태일 열사는, 학부 1학년때 단지 '뜨거운 가슴'으로만 읽었던 그 책이 아니었다. 노동자 중심주의에 회의하고, 노동운동, 학생운동에 무심하게 되고,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에도 너무 빨리 포기해 버린 내가 '차가운 가슴'으로 읽은 이 책은, 혁명가, 실천가, 사상가로서,
그리고 '사상가'라는 의미가 실천과 혁명에 직결된다는 의미에서, 한 명의 온전한 사상가로서의 전태일 열사의 모습을 내게 드러내 주었다.
당대, 그리고 나아가 후대의 독자들에게 '나 아닌 나'라고 부르는 그의 인간관은 연대의식을 뛰어넘는 철학이며, 계몽적 이성의 폭력성과 대비될 수 있는 공감적 이성이라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인간관 세계관을 통해 그는 '나 아닌 나'가 고통받는 현실과 또다른 '나 아닌 나'가 이에 무심함을 '나' 한 몸 불살라 깨부시려고 했다.
플라톤, 토마스 모어 등 사상가들이 나름의 이상사회를 설계한 것처럼, 전태일 열사 또한 근로기준법을 따르고 소속 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이 마련된 모범적 공장을 구상했다. 이러한 이상 실현이 현실에 좌절되자, 그는 극단적 선택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서, '또 다른 나'에게 외쳤던 그. 우리는 그를 통해서 '타자'에 대한 관심과 그 또한 '또 다른 나'이라는 것을, 우리가 '나'를 찾는 일은 '또 다른 나'의 목소리를 통해서일 수 밖에 없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읽으면서 전태일 열사의 문장력, 사고력, 그만의 독특한 사상에 다시금 놀란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 노동자에 대한 나의 편견과 오류에, 내 삶의 비겁함과 안온함에, 조그만 일에도 힘들어하며 쉽게 포기하려는 태도에 일침을 가한다.
힘이 들 때마다, 이 책을 펴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