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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평점 :
글쓰기를 가르치며 입에 풀칠(?)을 하고,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며, 문학을 전공하는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 책은 학자가 쓴 책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내용들이 꽤나 들어있다.
학자들이 쓴 '글쓰기'일반론은 많은 경우 '뻔한'이야기가 많이 들어있고, 책 속에서 동어반복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대상 독자의 설정이 너무 광범위 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쓴 글쓰기 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대상 독자를 엄밀히 설정하여 구체적인 예로 정말 도움이 되게 쓰여있다. (아시모프가 쓴 SF관련 글은 학자가 아니라 소설가로서 쓴 것이다.)
그런데 정희모, 이재성 교수의 <글쓰기 전략>을 포함하여 '글쓰기' 일반론을 펼치는 책들은 대상 독자가 너무 광범위 하게 잡혀있다. 그러니까 '글'이 회사원들 보고문, 학생들 논술문에서 전문가들의 칼럼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광범위하고, 대상 독자의 수준도 오락가락이니, 이 짧은 분량에 어찌 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체적 내용을 담을 수 있었겠는가?
그래도 이러한 일반론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면서, 구체적인 글쓰기 과제를 내주면서 독자를 이끄려는 점은 이 책의 강점이기는 하다. 또 이재성 교수가 작성한 부분인 '우리말 바로쓰기'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틀리고 있는 부분들을 잘 집어주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이 책을 누구에게 선뜻 추천해주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어떤' 종류의 글을 잘 쓰고 싶으냐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훈련과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글쓰려는 사람이 '누구'이냐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교수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정말 열심히 쓰여졌지만, 정작 '글'을 잘 쓰고 싶은 '추상적 독자'에게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어떤 글'을 잘 쓰고 싶은 '누구'에게는 '글'이란 대충 무엇이고 이런 방향으로 써야 겠구나라는 지침만을 제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