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을 찾아나선 당신에게
센다 다쿠야 지음, 이혁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굉장히 쇼킹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직장내 패거리 문화 및 갑을관계, 눈치 싸움에 지쳐 있었던 때라 한편으로는 속이 뻥 뚫리는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냉정히 이성을 가지고 보면, 사실상 우리네 직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막나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는 나는 이 길을 가지는 못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길도 가는구나, 이런 길도 있구나 하고 마지막 보루처럼 한가지 위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도움은 될 것이다.

 

인생에서는 옳고 그름보다 좋고 싫음이 훨씬 높은 가치를 가진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평생 옳은 일을 하며 살아온 사람은 궁핍하고 얼굴이 어둡다. 반면 즐거운 일을 하며 살아온 사람은 부자에다가 피부에 윤기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옳은 인생을 살아온 인생의 정점은 대법원장 정도다. 기껏해야 연봉 5천만 엔. 반면 즐거운 일을 관철한 인생에는 정점이나 상한선이 없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세계의 거부들처럼 구름 위를 노니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회의실이라는 곳은 회사원이 일제히 모이는 최악의 장소다. 그냥 패거리로 뭉치기만 해도 가난해지는데, 전원이 한방에 모이니 대책이 없는 것이다. 방대한 인건비와 시간이 낭비된다.


나 자신 신입사원 시절부터 호텔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왜 그렇게 분수 넘치는 짓을 거리낌 없이 했느냐 하면, 커피값보다 가치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보내는 한두 시간은 마치 영화를 감상하듯 인간 드라마를 관찰할 수 있었다. 또 최상의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요즘 쓰는 글의 소재가 된 것들도 많다.
 커피 맛은 2차적인 얘기고, 호텔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
 특별히 권하고 싶은 것이 평일의 낮 시간대에 가보는 것이다. 외근 중에 과감히 땡땡이를 치고 가보는 것도 좋고, 유급 휴가를 내고 평일 오후의 호텔 커피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지금까지 지내던 공간에서 만나오던 사람과는 질적으로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그곳에 있음을 알게 된다.
 잠시나마 지금 만나는 무리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의 공기를 마셔보는 것은 거대한 자극이다. 회사원이라는 무라 사회의 고민 따위, 한 줌의 먼지 따위로 여겨질 것이다.


지금까지 3천 명 이상의 임원들과 교류해왔는데, 일류 인사들은 대부분 남의 일에 참견하길 좋아했다. '참견'이란 단어가 나쁜 어감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애정이 깊고,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일류들은 이미 지위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을 얻었기 때문에 이제 자신의 성공보다는, 남을 성공시키는 것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자신의 성공 방정식이 정말로 옳은지, 타인에게 전수함으로써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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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1disc) - [초특가판]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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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화양연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1960년대 홍콩. 서민아파트의 옆집에 나란히 세들어 사는 두 부부가 있다. 장만옥이 연기하는 리첸 부부, 양조위가 연기하는 차우 부부. 이들은 같은 날 이사를 왔고, 맞벌이 부부이며, 비슷한 나이로 보인다. 어느 날, 리첸의 남편과 차우의 아내가 서로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되고, 리첸과 차우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다가 어느새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우리 나라 영화 '외출'과 매우 흡사하다. 외출 뿐 아니라,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 난 후 남은 상대방이 거기에 대응하는 내용이나 결혼한 남녀가 육체적인 선을 넘지 않고 사랑을 이어가는 내용 등은 사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반복되어 왔던 주제이기도 한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은 '아름답다'는 것. 그야말로 제목에 딱 들어맞는다. 장만옥이라는 배우의 영화를 다 보지도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아마도 가장 아름답게 나온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 속 치파오를 입은 리첸은 너무나 아름답다. 어쨌든 이 영화는 2000년에 개봉된 영화. 21세기에서 바라본 1960년대 홍콩의 모습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싶다. 왕가위 감독이 기억하는 홍콩의 화양연화는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시간이 아닐까. 영화 속 마지막에서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후의 남녀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영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실 정작 그 순간에는 모르고 있다가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배우자의 외도로 가장 바닥을 쳤고, 당시에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두 남녀가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꼽는다면 그 떄로 꼽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이러니다. 또 정작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리첸이라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양조위가 연기한 차우의 기억에 전적으로 기인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나서 차우는 캄보디아를 찾게 되고, 거기에서 절절한 사랑의 기억을 봉인하는데, 그만큼 차우의 기억 속에 리첸은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떄 정말 궁금하고 보고 싶었는데, 그떄가 아닌 지금 보아서 더 좋은 영화 가같다. 10년 후에 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어쩌면 가슴 아파질 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서 양조위의 작지만 다부진 체격과 우수어린 눈에, 장만옥의 치파오와 미소에, 익숙한 음악에, 배경인 홍콩에 설레고 또 설레었다. 아, 그리고 국수 먹는 장면이 참 자주도 나오는데, 결국 보다가 국수 대신 컵라면을 끓여서 주인공들과 함께 먹으며 영화를 봤다. 새삼 궁금해졌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지. 어쩌면 지금인데 지금은 모르고 먼 훗날 지나야 알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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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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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읽은 책인데... 글쎄...

 

그러니까 이게 요약을 하자면 인생이란 마치 추리소설처럼 인과응보 명확하고 촘촘하게 짜인 플롯으로 구성된 것 같지만 실은 우연과 우연의 연속이며 사소해보이는 우연이 한 사람의 일생을 뒤흔들수도 있다, 이런 것 같은데 이미 이런 이야기는 너무 많이 봐서 신선하지는 않았는데...혹시 내가 놓치는 뭔가 다른 게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작고한 이 작가가 최초로 내어놓은 아이디어가 워낙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것이기에, 후대의 많은 작가들이 이 테마를 가져다 썼고 그 이후로는 오히려 이런 테마가 식상하게 느껴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독일어권 특유의 건조하고 담담한 서술은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것도 국민성을 닮아가는지, 끝없이 묘사가 이어지고 장대하게 펼쳐지는 프랑스 소설(물론 내가 읽은 소설에 한해서다, 나는 소설을 아주아주 적게 읽었으니까 잘은 모른다.)에 비해 이 소설은 단조롭다 못해 퍽퍽한 부분은 있다. 크림과 과일로 장식된 케이크를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한 느낌은 없지만, 딱딱하고 소금기 가득한 프레첼을 묵묵히 다 먹고 난 느낌.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나 형이상학적인 고민을 다루는 담담하고 건조한 스타일의 독일어권 소설을 나는 청소년기 때부터 사랑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서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면 먹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강한 향이나 달콤한 맛이 그리울 떄가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달콤한 과자와 믹스 커피를 마셨던 것은 아마 그 떄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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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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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에 나온 소설이다.

 

40년대 출생한 일본 남자 작가.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나는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너무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 모든 것이 나의 업이고 운명이라는 태도. 물론 살면서 우리의 인생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은 연이어 일어나고, 그것을 설명하거나, 이해하거나, 극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고 이 소설 속 인물들, 그리고 작가가 지향하는 방식이 뭔지는 알 것 같고 그 또한 존중하고픈 마음이 들지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공감도 가지 않고.

 

문장은 참 아름답다. 수십 년 전의 사랑 이야기. 은근하면서도 절절한, 이런 사랑 이야기를 볼 때마다 이제 이런 사랑은 현재에는 완전히 죽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 한 번의 우연한 만남과 둘 사이에 지속되는 편지 교환, 그리고 나서 서로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아픔을 극복하고, 각자의 길을 살아가려는 것. 단 한 번의 만남, 그리고 이어지는 편지 교환, 그리고 억지로 재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로 편지가 종결되는 것. 마치 일종의 정신치료같다는 느낌도 들고. 어떻게 보니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혼네와 다테마에로 구분될 정도로 자신의 속마음을 까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일본의 문화가, 어떤 의미에서는 문학적으로, 영화적으로 더 아름다운 작품을 낳게 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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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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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때문이었다.

 

첫 방송, 소리나는 책이라는 코너에서 이 책의 일부를 진행자 이동진이 읽었다. 정확한 날짜는 내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해당 방송을 들었던 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오전이었고, 햇빛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따뜻했던 날이었다. 장소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었는데, 내가 워낙 일찍 도착했던 탓인지 처음에는 사람이 없다가 점점 밀물이 차오르듯 사람이 차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 방송 초반이라 진행자는 다소 들떠 있었고, 목 상태는 좋았고, 열정이 넘쳤으나 애써 차분하게 눌러가며 낭독을 하였고, 당시 나는 그 소설의 낭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지금 그 시기는 이제 나에게 과거가 되었다. 내가 그 팟캐스트를 처음 들은 것이 작년 초였기 때문에, 그 방송을 내가 들은 것도 작년 초였다. 뒤늦게 안 셈이다. 이후 힘들었던 시기, 그 팟캐스트 방송을 벗삼아 하루에 두 개, 세 개씩 들어가며, 해당 책들을 전부 도서관에서 빌려보며, 때로는 구매해가며,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은 기록해가며, 그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 그리고 잠깐의 달콤함이 있었고, 이후 다시 힘든 순간이 다가왔다. 지금도 힘들고. 하지만 언젠가 이 시기도 지나갈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 아닐까?

 

당시는 너무 힘들어 그 시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시기가 그립다. 그때가 지금보다 덜 힘들었기 떄문이 아니다. 힘든 강도는 똑같지만, 이미 그 시기를 벗어난 나는 마음껏 그 시기를 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기 떄문이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렇다면 지금을 추억하여 웃을 수 있으리라.

 

일본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이 바로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그리고 그 데뷔작으로 감독은 전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자신의 이름을 평단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감명깊게 본 나로서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가 궁금하기도 하고, 어쩌면 그냥 아련한 환상의 빛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방송을 듣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이 소설이 좋았지만, 막상 사서 읽을 떄는 그만한 감동이 들지는 않았기 떄문이다.

 

어쨋든 당시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이후 절판되었던 이 책은 팟캐스트 덕에 다시 출간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미야모토 테루의 다른 작품도 이어서 출판될 수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른 작품도 전부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과 미야모토 테루의 다른 소설도 전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두 거장 모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이동진의 말이 뒤늦게 요즘 나를 잡고 있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라. 남겨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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