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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때문이었다.
첫 방송, 소리나는 책이라는 코너에서 이 책의 일부를 진행자 이동진이 읽었다. 정확한 날짜는 내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해당 방송을 들었던 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오전이었고, 햇빛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따뜻했던 날이었다. 장소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었는데, 내가 워낙 일찍 도착했던 탓인지 처음에는 사람이 없다가 점점 밀물이 차오르듯 사람이 차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 방송 초반이라 진행자는 다소 들떠 있었고, 목 상태는 좋았고, 열정이 넘쳤으나 애써 차분하게 눌러가며 낭독을 하였고, 당시 나는 그 소설의 낭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지금 그 시기는 이제 나에게 과거가 되었다. 내가 그 팟캐스트를 처음 들은 것이 작년 초였기 때문에, 그 방송을 내가 들은 것도 작년 초였다. 뒤늦게 안 셈이다. 이후 힘들었던 시기, 그 팟캐스트 방송을 벗삼아 하루에 두 개, 세 개씩 들어가며, 해당 책들을 전부 도서관에서 빌려보며, 때로는 구매해가며,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은 기록해가며, 그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 그리고 잠깐의 달콤함이 있었고, 이후 다시 힘든 순간이 다가왔다. 지금도 힘들고. 하지만 언젠가 이 시기도 지나갈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 아닐까?
당시는 너무 힘들어 그 시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시기가 그립다. 그때가 지금보다 덜 힘들었기 떄문이 아니다. 힘든 강도는 똑같지만, 이미 그 시기를 벗어난 나는 마음껏 그 시기를 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기 떄문이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렇다면 지금을 추억하여 웃을 수 있으리라.
일본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이 바로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그리고 그 데뷔작으로 감독은 전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자신의 이름을 평단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감명깊게 본 나로서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가 궁금하기도 하고, 어쩌면 그냥 아련한 환상의 빛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방송을 듣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이 소설이 좋았지만, 막상 사서 읽을 떄는 그만한 감동이 들지는 않았기 떄문이다.
어쨋든 당시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이후 절판되었던 이 책은 팟캐스트 덕에 다시 출간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미야모토 테루의 다른 작품도 이어서 출판될 수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른 작품도 전부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과 미야모토 테루의 다른 소설도 전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두 거장 모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이동진의 말이 뒤늦게 요즘 나를 잡고 있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라. 남겨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