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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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달라 보였다. 수염이 사라졌고 눈가에 주름이 늘고 다크 서클이 있었다. 손에는 파인트 잔을 들고 있었는데 짙은 색 맥주가 조금 남아 있었다. 여전히 텔레비전에 나오는 수의사처럼 생겼다. 다만 몇 시즌이 방영된 후의 얼굴이었다.

사람은 도시와 같아서 마음에 덜 드는 부분이 몇 개 있다고 해서 전체를 거부할 순 없다. 위험해 보이는 골목길이나 교외 등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다른 장점이 그 도시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 있는 게 좋았죠. 사소한 것 같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 말을 늘 명심해야 해.

분명 스파이로 활동할 때 가장 큰 고충은 이런 점일 것이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잘못 투자한 돈과 같다. 당신은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훔치는 기분이 든다.

유명해진다는 게 이런 걸까? 숭배와 공격이 뒤섞인, 영원히 달콤 쌉쌀한 칵테일 같은 걸까? 선로가 급격히 바뀔 때 그토록 많은 유명인사가 탈선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키스해주는 동시에 뺨을 때리는 격이었다.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우울증의 기본이며 두려움과 절망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두려움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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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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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고 있던 하루키의 한 단면을 본 느낌이다. 가족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작가도 있고, 잘 이야기하는 작가도 있고, 특정 가족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면서 어떤 가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작가도 있고. 사생활에 대해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구나 싶으면서도 또 어떤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입을 다무는 작가도 있다.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궁금하다. 왜 분명히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야 이야기를 했을까.

 

적어도 나에게는 관조적으로 느껴졌던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과는 이 책은 많이 다르다. 아마 독자 개개인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수필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았다.

 

 

 

사람은 누구나 많든 적든 잊을 수 없는, 그리고 그 실태를 말로는 타인에게 잘 전할 수 없는 무거운 체험이 있고, 그걸 충분히 얘기하지 못한 채 살다가 죽어가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아버지의 그 회상은, 군도로 인간을 내려치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 내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하나의 정경으로, 더 나아가 하나의 의사 체험으로. 달리 말하면, 아버지 마음을 오래 짓누르고 있던 것을-현대 용어로 하며 트라우마를-아들인 내가 부분적으로 계승한 셈이 되리라.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또 역사라는 것도 그렇다. 본질은 '계승'이라는 행위 또는 의식儀式 속에 있다. 그 내용이 아무리 불쾌하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사람은 그거쇼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 같은 갈등의 구체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이글에서는 아주 간단하게만 언급한다.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상당히 길고 그리고 처절한 얘기가 될 테니까. 결론만 말하면, 내가 젊었을 때 결혼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버지와의 관계는 완전히 소원해지고 말았다. 특히 내가 직업작가가 된 후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생겨 관계는 더욱 비틀렸고, 끝내는 절연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이십 년 이상 전혀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고,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대화도 연락도 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나와 아버지는 성장한 시대도 환경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세계를 보는 시각도 다르다. 당연한 일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관계의 재편성을 시도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접점을 찾기 위해 시간과 품을 들이기보다는, 아무튼 눈앞에 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힘과 의식을 집중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젊었고, 해야 할 일이 많았고, 내가 지향하는 목표가 아주 명확하게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혈연의 굴레보다는 그쪽이 내게는 한층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물론, 내가 지켜야 하는 나의 조촐한 가정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나의 핏줄을 더듬는 식으로 아버지와 관계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에 대한 얘기를 조금씩 듣게 되었다.

 

이렇게 개인적인 문장이 일반 독자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손을 움직여 실제로 문장을 쓰는 것을 통해서만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태생이 추상적, 관념적으로 사색하는 것에 서툴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고, 과거를 조망하고, 그걸 눈에 보이는 언어로,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환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쓰면 쓸수록 그리고 그걸 되읽으면 되읽을수록 나자신이 투명해지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에 휩싸이게 된다. 손을 허공으로 내밀면, 그 너머가아른하게 비쳐 보일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다.
만약 아버지가 병역에서 해제되지 않아 필리핀이나 버마 전선으로 보내졌다면…… 만약 음악 교사였다는 어머니의 약혼자가 전사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해가다 보면 정말 기분이 묘해진다. 만약 그랬다면, 나라는 인간은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결과, 당연히 나라는 의식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내가 쓴 책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소설가로서 이렇게 살아있는 나의 삶 자체가, 실체가 없는 덧없는 환상처럼 여겨진다. 나라는 개체가 지닌 의미가, 점차 모호해진다. 손바닥이 비쳐 보인다 한들 이상할게 없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사실을 파헤쳐가면 갈수록 실은 그것이 하나의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진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 아닐까.
바꿔 말하면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우리는 그걸 잊어서는 안 되리라. 가령 그 한 방울이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 개체로서의 윤곽을 잃고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 사라져간다 해도.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가기 때문에 더욱이.
 
나는 지금도 때로 슈쿠가와 집의 마당에 서있던 높은 소나무를 생각한다. 그 가지 위에서 백골이 되어가면서도, 사라지지 못한 기억처럼 아직도 거기에 단단히 매달려 있을지 모르는 새끼 고양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저 먼 아래, 눈앞이 어질어질해지는 지상을 향해 수직으로 내려가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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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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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기억에 남아 소설도 보게 되었다.

둘 다 좋지만 그래도 영화 편이 더 좋다. 다른 점도 있고 같은 점도 있다.

영화에서는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 살린 결말이 있었고, 소설에서는 소설이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심리 묘사가 더 자세하다. 영화를 보며 저건 대체 왠 갑툭튀야? 하는 부분도 소설에서는 설명이 되어 있다. 양쪽에서 전부 등장하지 않는 기리시마에 대한 마음도 소설 쪽이 조금 더 명확한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완전히 모호하게 처리한 영화 쪽이 좀 더 마음에 든다.

 

10대들을 보며 좋을 때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커온 것일까? 평범하고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생각이 들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나에게도 중, 고등학교 시절은 아슬아슬하고 아찔하고 불안한 시기였다. 지나와서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박제된 순간들도 많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시기이다.

 

소설이 참 좋았지만, 2프로 부족한 느낌을 받은 독자라면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권한다.

 

 

야구부, 기쿠치 히로키

 

 

아마 기리시마도 그랬을 거다, 그냥 콱 그만둬버릴까 생각했고, 그 생각을 무심코 입에 담았고, 또 우연히 이 녀석이 옆에 있다가 들었고, 그리고 지금 이 녀석이 나한테 서슴없이 툭 던진 것뿐이다.

 

 

배구부, 고이즈미 후스케

 

기리시마는 무엇 하나 틀리지 않았다.

어쩌면 무엇 하나 틀리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스케의 초조감이 멤버에게 옮은 것도 아니고, 히노의 답답함이 전염된 것도 아니다. 아마 하루에 1밀리씩이나, 정말로 느끼지 못할 만큼, 마치 저녁 하늘이 밤하늘로 변하듯, 어느새 기리시마 혼자 붕 뜨고 말았다.

 

감독에게 기리시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삐걱거리며 조금씩 깎여나가는 체육관을 기리시마가 과감히 버린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아무도 진짜 이유를 눈치채지 못한 척했지만,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기리시마까지 포함하여 팀을 가장 잘 볼 수 있었던 건 바로 나였다.

나만이 건넬 수 있는 의견이 있었고, 기리시마는 항상 그 의견을 들으러 왔다.

 

 

브라스밴드부, 사와지마 아야

 

인간관계는 유리 공예를 닮았다. 외관은 예쁘고 아름답다. 태양광을 반사하면 여러 방향으로 빛을 발한다. 하지만 너무 쉽게 깨지고, 또 빛이 닿으면 주위에 일그러진 그림자가 생긴다.

 

 

영화부, 마에다 료야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기쁜 일, 즐거운 일을 큰 소리로 외치면 전부 빨아들여줄 것만 같은 하늘.

이 하늘만큼의 땅이 있다. 세계는 이렇게도 넓은데, 우리는 이토록 좁은 장소에서 도대체 무엇을 겁내는 걸까?

 

세계가 이토록 넓은데, 우리는 이 학교를 세계처럼 느끼며 생활한다.

 

괜찮아, 축구 영화를 찍고 싶으면 나와 함께 규칙을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 그러니 조금만 더 어깨를 펴고 달리자.

세계는 이렇게 넓으니까.

 

 

소프트볼부, 미야베 미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과 꾹 참는 것, 어느 쪽이 어른일까? 이렇듯 좁은 세계에서 살다 보면 알 수 없게 된다. 가스미처럼 “그보다 창작 무용할 때 무슨 곡으로 할까?”라고 슬쩍 다른 이야기로 유도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제일 어른다운 방법일까?

 

 

다시 야구부, 기쿠치 히로키

 

멋진 남자랑 예쁜 여자가 나란히 걸으면 누구라도 보겠지? 게다가 고등학교라는 좁은 세계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두려웠다.

열심히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깨닫게 될까 봐.......

 

괜찮아, 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라고 기리시마에게 말해주자.

 

 

배드민턴부, 히가시하라 가스미(14세)

 

내가 좋아하니까.

 

틀림없이 즐거울 것이다. 그렇게 단순한 일인데, 왜 여태까지 한 걸음 나서지 않았을까?

신발 끈을 단단하게 맨다. 내일 방과 후로 하자, 말 거는 것. 발이 조이면서 머리를 스친 자그마한 결의도 확실한 형태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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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운 - 여배우가 삼재를 건너는 법
고바야시 사토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씨네21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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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카모메 식당에서 처음 보고 단단하면서도 야무진 모습이 아름다운 배우라고 생각되어 계속 어른거렸는데 태풍이 지나가고, 종이달 에서의 모습은 처음 보고 반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러니까 이른바 삼재라고 하는 삼년 동안 재수가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그 시기에 배우 스스로 쓴 에세이다. 미신이라고 무시하거나 반대로 맹신하지 않고 아, 이런 시기에는 밖으로 발산하기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기록하기로 하자, 고 결심한 것 같은데 글을 읽다 보면 정갈하고 침착해서 다 읽고 나면 꼭 맑은 생수를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같은 방에서 한 달쯤 지내게 되면 자연스레 내가 살기 좋게 공간이 재배치되면서 내 체취로 채워질 것이다.

 

평생 털가죽을 덮어쓰고 사는 동물들은 그 상태가 이미 나체인 셈이니 더 이상 어찌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정말로 가여울 따름이다.

 

도쿄에서는 거의 잠만 자는 아이라 틀림없이 무척 졸릴 텐데도, 제가 잠든 사이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어둑하게 해가 진 뒤 모닥불을 피우자 다시 '뭐야, 뭐?'하고 참견하듯 일어나더니만, 태어나 처음 보는 모닥불의 모습에 전생의 기억이라도 돌아왔는지 불 옆에 앉아 물끄러미 불을 들여다보거나 그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토비는 서툰 아역이 자는 연기를 할 때처럼 눈을 감고 움찔거릴 뿐 잠들지 않았다.

 

조금은 자랑거리가 되는 도끼다.

 

일은 그게 무엇이든 다 제각각 힘들게 마련이라, 내가 모르는 곳에서 고생한 스태프도 많았겠지.

 

나는 5월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5월을 무척 좋아한다. 거리가 온통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왠지 나까지 의욕으로 뒤덮이는 기분이다.

 

같은 투어에 참가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우리 부모님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걸 보자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어엿한, 아니 그러니까 뭐랄까, 누가 봐도 확실한 노인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면허증 사진도 내 손에 들려졌을 당시에 상상하던 내 모습과 실상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는 걸, 그러니까 하늘과 땅 사이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딱 좋은 날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요즘은, 쾌적하고 기운이 넘치며 상태가 좋은 나날이다. 다음에 다가올 커다란 풍랑에 대비해 조용히 원기를 북돋우라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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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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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쪽이 넘는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고 술술 읽힐 줄이야.

소설의 가장 큰 덕목이자, 사실상 유일한 덕목은 재미이다.

소설은 교과서도 아니고 문제집도 아니다.

작가가 어떠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든 어떤 주제를 독자에게 던지든 어떤 설을 풀고 싶든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소설의 재미 안에 감동도 있고,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다.

소설의 재미 안에 역사가 흐르고 사람이 살고 나의 감정도 춤을 춘다.

 

제정 러시아에서 소련, 다시 러시아로 이어지는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물론 알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이 소설을 읽는 데에 큰 지장은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슷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닥터 지바고가 떠오르기도 했고,

역사적 파도에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그 파도를 타며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다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 영원과도 같이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는,

무의미해 보이는 삶에 의미있는 점을 점점점... 찍어서 앞뒤와 좌우가 구별되는 것처럼

로스토프 백작에게 소피야는 어느새 삶의 희망이자 이유이자 목적이 된다.

이 부분은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가 연상되기도 했다.

 

내 의지나 노력과는 상관없이 삶이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라도 위엄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러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백작에 매료되지 않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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