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왠지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서른 여섯의 수짱, 부모님이 결혼 화제를 피하기 시작했다.

 

수짱 시리즈 세번째.

첫번째에서는 마이코가, 두번째에서는 사와코가 있었다면

여기에서는 사촌동생인 아카네가 있다.

서른에 접어든 아카네도 수짱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결혼에 대한 압박.

 

직장 내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지옥일 것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의사를 직설적으로 밝히기 힘들고,

연장자와 선배를 우대해주는 문화가 확실한 우리나라나 일본이 더 힘들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혼네'와 '다테마에'의 문화가 있는 일본이 오히려 스트레스는 더하지 않을까.

 

제 3자의 한가로운 소리일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싫은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아카네나 수짱이 답답했다.

 

왜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 걸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 더 많은데,

왜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못하는 걸까.

왜

왜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걸까?

나를 흉보는 것도 아닌데...

나, 무엇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걸까.

뭔가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

'이런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라는 타인의 불쾌감은,

'너는 이런 일로 나를 화나게 하지는 않겠지?'

라는 공기같은 협박.

 

이렇게 크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속시원하다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너무 컸다.

자신의 마음을 분석해서 그 원인을 알아내면 뭐하나,

결국 해결책은 없는데, 아니 해결하려 하지 않고 속으로 참기만 하는데.

 

상관없잖아,

나중 일 따위.

눈앞의 일이

지금의 내게는 중요한 것 아냐?

왠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꼬이고 꼬여서 풀리지 않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싫어하는 사람의 장점을 찾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그러다 그것이 안 되면, 자신이 나쁜 사람 같아서

다시 괴로워져.

도망갈 곳이 없다면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이때는

탈주밖에 없어.

그만두자.

일, 그만두자.

뒷일 따위 알게 뭐야.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나, 나쁘지 않아.

누가 뭐라고 해도

그곳에서 도망가는 내가

맞는 거야.

그 사람을 싫어하는 나도 틀리지 않아.

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여기까지 결론을 내린 후 오랜만에 꽃향기를 느끼는 수짱을 보고,

나도 그제서야, 책을 거의 다 읽고 거의 끝까지 와서야 마음이 후련해졌다.

수짱은 그로부터 세 달 후, 이런저런 거짓말을 해서 유급휴가를 소화해가며

회사 면접을 보러 다녔고 마침내 이직을 하게 된다.

결혼과 동시에 사직을 생각했던 아카네는 전근가는 애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1~2년 후 결혼을 하기로 계획을 바꾼다.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할 것을 종용했던, 아니

결혼 자체에 대해 뜨뜨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애인이,

자신의 전근이 결정되자마자 따라와달라며,

그곳에 가서 파트타임을 찾아보자고 권유하자 정신을 차린 것일까.

마치 장기판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말을 상대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잠시 멈춤을 한 것이다.

언뜻 보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사실 아카네도 수짱도 엄청난 발전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하자, 모두 난처해했지만

그딴 거 알게 뭐야.

'떠나는 새는 머물던 자리를 더럽히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난 새가 아니니까~

 

수짱의 이 독백 부분에서는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일을 그만둔 이유에

'엄마 위독'도 넣었는데......

괜찮아, 괜찮아. 그 정도야.

너를 위해서라면

엄마는 몇 번이라도 죽어줄 테니까.

 

수짱과 엄마의 이 대화 부분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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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묶어둘 필요는 없다.

서른 다섯의 수짱, 싫어하는 말은 자아찾기.

 

수짱 이야기 시리즈 두번째.

수짱은 한 살 더 나이를 먹었고, 카페의 점장이 되었고,

절친했던 마이코는 결혼을 하고 다른 도시로 떠났다.

외로워서 어떻게 할까,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이내 사와코라는 친구를 13년만에 만나게 된다.

13년이라... 참 길고 긴 세월이다. 세월뿐만이 아니다.

사와코씨는 수짱이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의 사원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거리감이 있었을 텐데,

지금의 수짱과 카페의 아르바이트생들만큼말이다.

싱글 여성이라는 공통점은, 이 모든 간격을 묶어주는 것일까.

 

때때로 불안해진다.

이대로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하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는데

할머니가 된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수짱과

 

젊고 탄력 있을 떄의 몸을

아주 오랫동안 남자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아랫배엔 지방이 쌓여갑니다.

이제 곧, 나의 30대가 끝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와코의 고민을 결은 다를지라도 결국 모양은 똑같은 것 아닐까.

 

책을 읽다가 단기요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돌보던 노인을 가끔 며칠씩 요양시설에 머무르게 하는 것으로

수발을 드는 주변 사람이 덜 지칠 수 있게 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일본에는 이런 것이 있나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이니까.

만약에 없다면 곧 우리나라에도 생길 수 있겠지.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즐거움

어른이 되어서야 겨우 손에 넣었다. 그래서

더이상,

잃고 싶지 않다.

결혼을 하더라도

이런 시간은 확보하고 싶어~

 

생활 속에서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꼭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같지 않은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책은 끝난다.

다만 결혼한 여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앞으로 노인이 되었을 때 예상되는 삶을 보여주고,

이 책의 결론은 결국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충실히 살라는 것.

하지만 싱글의 삶을 절대 예찬하고 있지는 않다.

'화려한 싱글보다 초라한 더블이 낫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더블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놓지는 못한다.

아마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생각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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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변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직장에서 '씨'가 붙는 나이. 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수짱 시리즈 첫번째.

서른 네 살의 수짱.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행복해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마음도 이해한다.

 

수짱 일기 한 부분이다. 아... 공감된다.

 

계속 '키슈'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프랑스 북동쪽 알자스로렌 지방의 음식으로

달걀, 크림, 향신료, 양파, 조개, 버섯, 햄 또는 허브등으로 만들고 커스터드 크림등으로 채운

파이의 일종이라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이들 먹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사람에게 '젊음'의 우월감을 안겨주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젊었을 때

그렇게 대해주면 기뻤으니까.

누군가 젊음을 부러워해주는 건 기쁘다.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래서 사실은 특별히 부럽지도 않지만 젊은 사람에 대한 서비스.

나는, 젊은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좋다.

그것은, 지금도 좋다는 뜻?

나, 변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려는 것뿐인지도.

'지금이 좋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세상에는 흐르고 있으니까~

 

아, 이 부분 정말 공감된다.

나는 스스로 만족하고, 더 어려지고도 싶지 않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지만, 더 젊어 보이지 않으면,

여기에서 더 어려 보이지 않으면, 마치 내 자신에게 미안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암묵적인 강요?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기쁜 일도 괴로운 일도 서로 나누며

함께 살아갈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한다는 건 그런 식으로 약속하는 것이구나.

바람 피는 남자도 처음에는 약속했겠지~

그래서 결혼 따위 쓸데없다.

결혼 따위 무의미하다.

라고...생각하지 않는 내가, 아직 있다.

하지만 이대로 질질 끌다보면

언젠가는 결혼을 우습게 여기게 될 듯하다.

'평생 함께 하자',

라는 맹세를 하다니

그것만으로

굉장한 일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행여 그 맹세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수짱의 친구 마이코의 생각 부분이다.

많이 사랑하지는 않지만 외로워서, 정으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고 있는 그녀는

결국 스스로 그 관계를 끊어내고, 결혼중개소의 맞선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보는 사람이 다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시기를 놓치지 않고 더 질척이는 곳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결혼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잣대 속에서

상처받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결국, 노력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서도 참 다행한 일이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해서의 고민은 새롭게 또 생겨날 것이지만

행여 그 맹세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결혼식에서의 약속이 굉장한 일인 것처럼

그 또한 그럴 것이다.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결혼의 신성한 부분은 존중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스스로 그 공범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것과

행여 그 맹세가 깨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일단 그 굉장한 일을 마음에 품고 결심한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응원해주고 싶기도 했다.

 

이런 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는 안 된다.

수다 떨면서 기분을 풀기에는 이르다.

상처받은 자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자.

상처받는 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아, 이 부분은 또 얼마나 와닿았는지.

짝사랑했던 가게 매니저가 1년이 넘도록 동료와 연애 중이었고 곧 결혼한다는 소식에

상처받은 수짱의 생각이다. 남들이 보면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하겠지만

그조차도 마음이 아파 의기소침해진 대목.

나의 경우에는, 고민이 있으면 이리저리 이야기하지 않고

늘 혼자 가만히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적이 대부분이었는데

오히려 결정적인 선택에 관련된 일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을 읽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고민을 가볍게 여기기 싫어했었구나,

내 자신이 어느 정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누구로부터이든지 무방비 상태로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 보호하려고 무진장 노력했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이 부분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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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소셜 네트워크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빗 핀처 감독, 앤드류 가필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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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뭐 저런 놈이 있나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마크 주커버그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영화다. 특히 도입부에 여자친구와의 대화는 짜증이 날 정도였는데, 오히려 뒤에 가면 마음에 없는 가식적인 말은 하지 못하고, 술수를 쓰지 못하고, 한 번 몰입하면 주변을 다 잊어버릴 정도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세계 최고의 천재들만 모인 곳, 모두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신경쓰는 곳에서 자칫하면 상처만 받고 낙오될 수도 있는 곳에서 마크 주커버그가 묵묵히 자기 길을 밀고 나가는 장면을 보면 처음에 얄미웠던 생각은 없어지고 그를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실제로 영화 개봉 전에 굉장히 불쾌해했다던 마크 주커버그는 영화 개봉 후 여자친구와의 일화만 빼놓으면 사실에 근접하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성공담이 아니다. 역시 데이빗 핀처 감독은 대단하다. 아마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감독의 역량의 문제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 문제도 아니다. 태생적으로 이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일 뿐이다. 사실 이 사건 자체가 크게 극적인 소재는 아니다. 뷰티풀 마인드처럼 천재적인 능력의 주인공이 정신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행복을 찾아서처럼 노숙자로 전락한 싱글대디가 굴지의 투자사를 설립할 정도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난 경우도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하버드생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타고난 센스로 20대에 세계적 갑부가 되었다는 이 이야기에는 타고난 핸디캡을 극복했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스토리도 없다. 아직 30대 초반인 주인공의 인생을 평가하기에는 사실 내용이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이만한 이야기를 최고의 감독과 훌륭한 배우들이 살려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제시 아이젠버그,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정말 탁월한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젊은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를 해냈고, 그 열정은 부가 영상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것 또한 감독이 이끌어낸 거라고 물론 생각은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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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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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원미동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은 중고등학교 때 문학 시간 덕분이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양귀자의 한계령이 교과서에 있었고,

그 한계령은 이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중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주입식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

당시 교과서를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보니 세월이 꽤 흐른 지금도,

한계령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고, 몇몇 문장들은 아직도 그대로 생각이 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때 소설 때문에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고

아직도 양희은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시큰거리기도 한다는 것.

 

그러고 나서 다시 나에게 원미동이 다가온 것은

잠깐 부천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주소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바로 이 소설의 무대이다. 얼핏 소설이 처음 나왔을 당시의 원미동이 행정구역상 원미구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거주할 당시 들었었고, 근거 없는 낭만에 젖어서 원미동 사람들 이라는 양귀자 연작소설집을 구입했다.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처음에 교과서로 접했을 때는 원미동이라는 곳이 실제로 있는 곳인지 전혀 몰랐다. 더구나 연고도 전혀 없던 내가 그곳에 잠시나마 먹고 자고 생활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생은 참 모를 일이다.

 

이 책 속에서 원미동은 누군가에게는 비싼 서울 집값을 피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동네, 누군가에게는 젊은 시절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동네, 또 누군가에게는 땅값이 오르건 말건 마지막을 소중히 보내고 싶은 동네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에게는 얼른 돈을 모아서 뜨고 싶은 동네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최종 목적지가 아닌 잠시 거쳐가는 동네이기도 하겠지. 실제로 작가는 한 때 원미동에 거주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 동네에서 몇 년 동안 살면서, 동네 특유의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데에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책 속에서도 얼핏 묘사되듯이, 아마도 이 당시 부천은 조금씩 개발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고, 그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감있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그려져 있다.

 

실제 소설의 무대가 되는 원미동 일대에 원미동 사람들의 거리라는 곳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매년 문학행사도 열린다고.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기도 힘들게 되었는데 왜 그곳에 거주했을 동안 한 번도 안 가보았을까 후회된다. 가공의 도시가 아니라 실재하는 곳의 이야기,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완전히 창조적인, 그렇지만 사실적인 사람들의 삶.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 군데 붙박이로 살기보다는 꽤 여러 번 이사도 많이 다니고 여러 도시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는데 과연 그 도시 어디에도 내가 정을 준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좀 아쉽다. 답답해하지만 말고 당시 그 고장에 살면서 최대한 그 지역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아는 안타까움이 자꾸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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