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나라의 공장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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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바로 소설가 김중혁의 <메이드 인 공장>이었다.

당연히 이 책이 먼저 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김중혁이 하루키의 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김중혁은 이 책의 영향을 받아서 공장 탐방기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김중혁의 책은 248쪽이었고, 15개의 공장을 다녀온 이야기가 있었다.

그 책도 읽고 나서 감상을 남겼었는데, 기획은 좋으나 내용은 아쉽다는 것.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감상평을 많은 독자들이 남겼었는데, 짧다, 단순하다, 가볍다, 깊이가 아쉽다는 것. 물론 바로 그 면 때문에 좋다는 독자들도 많다. 취향이니까 존중해주시죠.

 

하루키의 이 책은 268쪽이고, 7개의 공장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분량이 두 배는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깊이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무래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결혼식장 이야기.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결혼도 기성품처럼 규격화된 모습에 대해 비난도 충고도 없이, 있는 그대로 유머있게 그려내고 있다.

 

하루키+미즈마루 콤비의 수필집을 차례로 읽어나가고 있는데, 바로 전에 읽었던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이 좋아서인지 이 수필집은 살짝 지겨운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하루키의 성실한 태도가 이 책에서 꼼꼼한 기술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니, 만족스러웠다.

 

 

서문 무라카미 하루키

메타포적 인체모형 교토 과학 표본
결혼식장도 일종의 공장 마쓰도 다마히메 전
지우개 공장의 비밀 래빗
경제동물의 오후 고이와이 농장
사상이 담긴 옷을 만드는 사람들 콤데가르송
하이테크 전쟁 테크닉스 CD공장
한없이 밝은 복음 생산 공장 아데랑스

후기 안자이 미즈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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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하루키가「주간 아사히」에 연재한 50편의 에세이를 모았다. 물론 그림은 안자이 미즈마루 담당. 1986년에 출판되었다. 1949년인 작가가 30대 중후반이던 시절이다.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던 <노르웨이의 숲>은 1987년에 출판되었으니, 이 무렵 하루키는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은행에 갔을 때 집요하게 직업, 보너스, 월급 등을 물을 때마다 난처해진다는 이야기나, 호텔에 블레이저코트를 입고 서 있었는데 호텔 매니저로 오해한 사람들이 자꾸 불러 세웠다거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좀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르바이트 생으로 착각하고 혼을 냈다거나 하는 이야기이다. 노벨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60대의 현재의 하루키와 비교해볼 때, 출판사의 소개 말마따나 젊은 시절의 하루키를 엿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작품집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이 책에서 탈모, 비만 등을 거론하며 스스로를 중년이라 자처하는 부분에서는 좀 어색했다. 최대나이를 잡아도 이 당시는 37살 정도. 요즘 이 정도 나이는 중년에 치지도 않을 텐데. 1980년대에는 다들 그랬던 분위기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평균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같은 나이라도 느끼는 시각이 달랐다는 생각보다는,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여유로웠던 시절과, 젊어 보이는 것에 대한 압박이 사회 전체적으로 넘쳐나는 시대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소박한 낭만은 하루키라서 가능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시대의 특징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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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콜럼 토빈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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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영화 브루클린 때문이었다.

 

애매하게 비어 있는 시간. 날은 흐려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 같은데 비는 오지 않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었다. 나는 며칠째 지쳐 있어서 돌아다니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기분만큼은 한없이 부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춥고,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럴 때는 영화관이 딱이다. 진한 커피 한 잔 들고 들어가 두 시간 동안 캄캄한 곳에서 환한 스크린만 마주하는 느낌. 그 느낌이 그리웠다.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다. 보고 싶은 영화, 지친 내가 갈 수 있을 거리의 영화관, 그리고 이동 거리까지 고려했을 때,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을 다행히 찾아내었다. 그리고 늦지 않게 도착했다.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습하고 추운 기후, 반항, 저항, 잡초, 쓸쓸함, 변방 등.

 

실제로 가보지 못했지만, 그러기에 마음껏 내 머리속으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다.

 

 

영화 보는 내내 행복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내 머리는 이미지가 꽉 점령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브루클린을 쳐보니, 원작, 소설 등등이 관련 검색어로 뜬다. 바로 구매했다. 이 이미지를 그대로 내 머릿속에 좀 더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책을 읽으면서 매번 그 영상을 떠올릴 수 있게.

 

여주인공 시얼샤 로넌은 실제로 아일랜드 출신이다. 시얼샤란 이름도 아일랜드 어로 자유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일랜드 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천재적인 배우가 수많은 상을 휩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아일랜드 이주민 연기를 하는 모습은 반짝반짝 빛난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1950년대의 아일랜드는 지금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향수병에 시달리는 모습에 공감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치이고, 처음에는 재미있게 느껴졌던 일들도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면서 버겁고 벗어던지고 싶어지다가, 반짝하고 날아든 우연과도 같은 인연에 활기가 돌고, 다시 그 인연조차 고민의 대상이 되어가는 과정. 어쩌면 이렇게도 지금의 나의 상황과 비슷할까. 실제 완성도도 높은 영화이고 평단과 관객 양쪽에서 인정 받고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나는 그 이상으로 이 영화를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 여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내 상황 떄문이겠지. 수십 년 전, 다른 민족,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공감이 갈 줄이야.

 

"에일리스는 이탈리아계 배관공 청년 토니(에머리 코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가까스로 생활이 안정될 무렵 가족에게 닥친 사건으로- <대부>의 마이클 콜레오네가 그랬듯- 고향을 방문하게 되고 거기서 제2의 구애자 짐(돔놀 글리슨)을 만난다. 동향 청년 짐은 흠잡을 데 없지만, 토니는 특별하다. 이탈리아 남자에 대한 선입견을 핸디캡으로 짊어진 이 남성은 에일리스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매너로 점점 나를 안심시켰고, 안도는 감동으로 비약했다. 급기야 에일리스가 짐과 토니 사이에서 흔들리는 대목에 이르자 나는, 실로 오랜만에 한쪽을 편들며 영화 속 삼각관계를 주시했다. 외양부터 환경까지 에일리스와 소위 ‘그림’이 되는 쪽은 짐이다. 토니는 라틴계의 판이한 외모에, 에일리스보다 키가 작으며, 현재 가진 것도 많지 않다. 그러나 토니에겐 연인으로서 반려자로서 황금 같은 미덕이 있다. 이 남자는 결코 사랑을 빙자해 에일리스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야간대학이 끝나길 기다려 에일리스를 만난 토니가 “집에 가서 공부하고 자야 하는 거 잘 알아요. 그냥 집까지 같이 가기만 해요”라고 청하는 장면에서 많은 여성 관객이 감격했으리라. 토니는 에일리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노력하고 그녀의 공부와 일에 관한 수다를 진심으로 재미있게 듣는다. 토니는 에일리스한테 뭐가 유익한지 더 잘 안다는 오만을 부리지 않는다. 또한 한점의 열등감도 없이 육체노동의 보람을 즐기고 인생을 배우자와 공조해 완성하려고 한다. 원작 소설은 이 남자에게 거슬리는 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에일리스가 느끼는 두려움(‘사실일 리가 없어!’)을 묘사하는데 나도 백배 공감하고 말았다. 토니는 에일리스를 변화시켰고 짐은 토니가 변화시킨 에일리스에게 반한 셈이다. 짐에게 잠시 흔들린 에일리스에게 나는 거의 화가 났으나 오래가진 않았다. 시얼샤 로넌의 연기 덕이다. 악의적인 고발로 말미암아, 마침내 가야할 곳을 깨달은 에일리스의 눈은 분노로 파랗게 빛난다. 그리고 그 분노는 무엇보다 본인의 오판을 향한다."

 

시네 21 김혜리 기자가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대해서 쓴 글 중 일부이다. 영화 속 에일리스에도, 그 에일리스에 공감한 김혜리 기자의 글에도 미친듯이 공감이 간다. 토니를 보면서, 토니와 비슷한 내 옆의 인연을 떠올렸고, 결말에 안도했고, 다시 한 번 감사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이 모든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의 결말처럼, 나 또한 지금을 떠올리며 훗날 웃을 때가 오리라. 에일리스에게 2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 나도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소설과 영화의 마지막처럼 환하게 웃을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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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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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가「일간 아르바이트 뉴스」에 연재한 90여 편의 에세이를 모은 작품집이다. 주제는 '시티 워킹'. 도쿄와 근교 생활에 대한 단상들을 담았다. 삽화는 안자이 미즈마루. 몰랐는데 하루키와 미즈마루 콤비는 에세이 시리즈를 줄줄이 만들었는데, 국내 정식 출간 계약을 거쳐 문학동네에서 전 5권의 시리즈로 출판했다고 한다. 잠깐 출판사가 제시하는 각 책의 소개를 보자.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의 첫 공동 작업물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와 『랑게르한스섬의 오후』를 함께 수록한 단행본. 재즈와 록, 팝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짤막한 글들과 센티멘털한 도시 일상의 에피소드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컬러풀한 일러스트와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에 연재한 90여 편의 에세이를 모은 작품집. ‘시티 워킹’이란 주제로, 학생 시절부터 작가가 된 지금까지 하루키가 겪어온 도쿄와 근교 생활에 대한 단상들을 담았다. 글의 내용을 재치 있게 살려낸 안자이 미즈마루의 삽화와 부록으로 실린 두 사람의 대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주간 아사히>에 연재한 50편의 에세이를 모았다. 고양이, 야구, 영문학, 두부 요리, 달리기, 맥주 등, 작가가 아닌 생활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루고 있는 갖가지 일상 요소들과 평범하고도 개성 넘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30대 중후반의 하루키를 엿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작품집.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인체 표본 공장, 지우개 공장에 가발 공장까지, 호기심만으로 고른 공장 일곱 군데를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가 습격한다! 어느 날은 소에게 차일 위험을 감수하며 목장을 걷고, 다른 날은 남의 결혼식장을 취재한다. 허를 찌르는 하루키의 독특한 시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유쾌한 공장 탐방기.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노르웨이의 숲』에 해당하는 시기, 잡지 <하이패션>에 약 5년에 걸쳐 연재한 에세이를 모았다. 한층 진중해진 시선으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루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사이사이 엿보이는 반짝이는 상상력과 소년적인 감성이 그 매력을 더한다.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에세이 포함 총 32편이 수록되어 있다.

 

 

책 소개만 봐도 설레는데, 실제 책을 보면 더 설렌다. 까만색 바탕에 형광빛이 들어간 빨, 주, 초, 파, 보라색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문 이름이 책등에 새겨진 표지. 책 정면을 보면 동일한 색으로 책 제목이 새겨져 있다. 이 책에는 흰색 띠지가 둘러져 있는데, 띠지의 경우도 역시 동일한 색으로 하루키의 영문이름과 책 제목이 새겨져 있는데, 반대로 책 등에 책 제목이, 정면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대칭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단정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가물가물 여러 생각들이 조용히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꼭 하루키와 닮았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는 1983년, 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1984년 copyright로 되어 있다. 아마 시간 순서상 시리즈를 구성한 것 같은데,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는 분량 때문인지 1986년 출판된 랑게르한스섬의 오후와 함께 묶여 있다.

 

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중국행 슬로보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쓰고 난 후에 나온 수필집이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빵가게 재습격, 노르웨이의 숲보다는 이전에 나온 수필집이다. 물론 이 수필집은 잡지에 1년 넘게 연재가 된 글들을 모았기 때문에 정확한 순서를 따지는 것은 좀 어려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는 하루키의 책을 상당 수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구분은 더욱더 무의미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의 글들을 쓰고 있을 무렵의 하루키는 젊디 젊었다는 것. 1949년 생인 작가가 35살에 나온 책이니 작가 데뷔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절, 그리고 30대 초반에 쓴 글이다. 거장이 되기 전, 젊은 하루키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시티 워킹
아르바이트에 대하여
메밀국숫집의 맥주
삼십 년에 한 번
이혼에 대하여
여름에 대허여
지쿠라에 대하여
페리보트
문장을 쓰는 법
앞날의 일에 대하여
택시 기사
보수에 대하여
청결한 생활
야쿠자에 대하여
또다시 진구 구장에 대하여
이사 그라피티(1)
이사 그라피티(2)
이사 그라피티(3)
이사 그라피티(4)
이사 그라피티(5)
이사 그라피티(6)
분쿄 구 센고쿠와 고양이 피터
분쿄 구 센고쿠의 유령
고쿠분지 이야기
오모리 가즈키에 대하여
지하철 긴자 선의 어둠
더플코트에 대하여
체중 증감에 대하여
전철과 전철표(1)
전철과 전철표(2)
전철과 전철표(3)
전철과 전철표(4)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생일에 대하여
무민 파파와 점성술에 대하여
'대박' 고양이와 '꽝' 고양이
로멜 장군과 식당칸
비프커틀릿에 대하여
식당칸과 맥주
여행지에서 영화를 보는 일에 대하여
빌리 와일더의 <선셋 대로>
개미에 대하여(1)
개미에 대하여(2)
도마뱀 이야기
송충이 이야기
두부에 대하여(1)
두부에 대하여(2)
두부에 대하여(3)
두부에 대하여(4)
사전 이야기(1)
사전 이야기(2)
여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에 대하여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뭐가 그리 좋단 말이냐!(1)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뭐가 그리 좋단 말이냐!(2)
산세도 서점에서 생각한 것
대담에 대하여(1)
대담에 대하여(2)
내가 만난 유명인(1)
내가 만난 유명인(2)
내가 만난 유명인(3)
내가 만난 유명인(4)
책 이야기(1)
책 이야기(2)
책 이야기(3)
책 이야기(4)
약어에 대하여(1)
약어에 대하여(2)
경찰 이야기(1)
경찰 이야기(2)
신문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하여
그리스에서 정보를 나누는 법
미케네의 소행성 호텔
그리스의 식당에 대하여
편식에 대하여(1)
편식에 대하여(2)
편식에 대하여(3)
또다시 비엔나 슈니첼에 대하여
속편 벌레 이야기(1)
속편 벌레 이야기(2)
고문에 대하여(1)
고문에 대하여(2)
고문에 대하여(3)
카사블랑카 문제
베트남전쟁 문제
영화의 자막 문제
<황야의 7인>문제
더티 해리 문제
이 칼럼도 드디어 이번 주가 마지막회
번외편 설날은 즐거워(1)
번외편 설날은 즐거워(2)

· 무라카미 하루키 & 안자이 미즈마루
지쿠라의 아침식사
지쿠라의 저녁식사
지쿠라 서핑 그라피티
남자에게 '이른 결혼'은 손해인가 이득인가

부록(1) 카레라이스 이야기
부록(2) 도쿄 거리에서 도덴이 없어지기 얼마전 이야기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자신이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언급하기도 했고, 여러번 다루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의 사생활이 상당히 드러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즐겼던 이유는, 사소해 보이는 것을 가지고 유머 있게 글을 써 나가는 하루키의 재치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단 2번 이사했을 뿐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이사를 즐기는 상황에 대한 이사 그라피티 시리즈나, 두부를 즐기는 생활에 대해 4편의 글을 쓴 것도 모자라 편식에 대하여 3편의 글을 연속해서 쓴 부분은 사소한 이야기들로 피식피식 거리다가 마침내 쿡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다. 특히나 표제작으로도 꼽힌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작가가 밸런타인데이에, 심지어 아내에게조차도 초콜렛을 받지 못하고 무말랭이를 만들었다는 네용이, 요즘말로 하자면 '웃프게' 묘사되어 있다.

 

웰컴 투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 라고 책의 띠지 뒤편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 밑으로는 이 출판사에서 나온 하루키의 책들과 함께. 글쎄,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서서히 하루키의 월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일까? 빨리 나머지 수필집들을 읽고 싶은 마음과, 지금 읽은 이 수필집의 감상을 좀 더 음미하고 싶다는 두 생각에서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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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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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의 수필은 좋아할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최근작 1Q84도 그렇고... 그가 과대평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시대의 흐름에 맞추고 있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소설은 나에게 물음표이다.

하지만 그의 수필은 확실히 느낌표이다.

독특하면서도 생산적인 취미, 거침없어 보이지만 다소 소심한 성격이 있다는 것이 얼핏얼핏 드러나는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하루키는 확실히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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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내가 처음으로 이 수필을 읽었을 때 쓴 내용이다.

 

확실히 소설보다는 수필이 좋다고 달아놓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한 여전한 의문부호가 있다는 것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글이다.

 

참 흥미로운 일이다. 일정한 시간의 간격을 두고 내가 읽은 책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봄과 여름 사이. 밖은 무덥지만 내가 있는 안은 쌀쌀한, 그런 곳에서 나는 때로는 냉수를 마시고, 때로는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세탁기를 돌리면서, 중간중간 잠도 들었다가, 하면서 하루키를 읽었다.

 

2년 전과 지금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책은 1983년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와 1986년의 수필집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가 함께 엮인 책이다. 안자이 미즈마루와는 처음 작품을 함께 하게 된 작품들이라고 하는데, 직접적으로 그림과 글이 관련이 없는데도, 묘하게 맞아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가 있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가 소설로 옮겨지기 직전의 습작 같은 느낌이 든다면,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는 그야말로 수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필인 만년필도 그렇고, 마이 스니커 스토리도, 거울 속의 저녁노을도, 마치 한 편의 짧은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수많은 하루키의 팬들이 이 수필을 인용하며 자신의 소확행을 이야기하는 글을 몇 번이나 보았다. 이것을 살짝 뒤집어, 작지만 확실한 불행을 이야기하는 글도 두 편 본 것 같다. 어쩌면 이 수필 전체의 태반이 소확행에 관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커피를 마시는 것, 존 업다이크를 읽는 것, 스니커즈를 신고 걷는 것, 재즈 음악을 듣는 것, 레스토랑에서 책을 읽는 것, 브람스를 듣고 프랑스 요리를 먹는 것, 여행하는 나라의 셰이빙 크림을 사는 것, 이미 어른이 된 상태에서 고등학생들의 등교 모습을 지켜 보는 것, 지갑 속에 누군가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것, 지도를 그리는 것, 백화점에 가는 것, 포도를 먹으며 문고판 책을 사서 읽는 것, 사람이 거의 없는, 텅텅 비다 시피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그리고 학교를 땡땡이 치고 화창한 봄날을 즐기는 것. 그러고보니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라는 제목은 얼마나 귀엽고, 재치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웃음짓게 만드는 제목인지! 아마도 소확행에는 오늘 같은 날, 잔업에 시달려 체력은 고갈되고 미세 먼지 때문에 실내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머물러야만 하는, 이런 날 하루키의 수필을 읽는 것도 분명히 포함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낀다.

 

 ·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커티삭 자신을 위한 광고
크리스마스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존 업다이크를 읽기에 가장 좋은 장소
FUN, FUN, FUN
만년필 
스파게티 공장의 비밀
마이 네임 이즈 아처
A DAY in THE LIFE
쌍둥이 마을의 쌍둥이 축제
마이 스니커 스토리
거울 속의 저녁노을
사보이에서 스톰프를

화가와 작가의 해피엔드

·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안자이 미즈마루 끼―서문을 대신하여
1 레스토랑에서 책 읽기
2 브람스와 프랑스 요리
3 셰이빙 크림 이야기
4 여름날의 어둠
5 여고생의 지각에 대하여
6 지갑 속의 사진
7 모두 함께 지도를 그리자
8 ONE STEP DOWN
9 세면실에서의 악몽
10 시계는 어떻게 늘어가는가
11 트레이닝셔츠
12 CASH AND CARRY
13 UFO에 대한 성찰
14 고양이의 수수께끼
15 철학으로서의 온더록스
16 백화점의 사계
17 BUSY OFFICE
18 뉴스와 시보
19 소확행
20 포도
21 8월의 크리스마스
22 워크맨을 위한 레퀴엠
23 '핵겨울' 영화관
24 지하철 긴자 선의 원숭이의 저주
25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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