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하루키가「주간 아사히」에 연재한 50편의 에세이를 모았다. 물론 그림은 안자이 미즈마루 담당. 1986년에 출판되었다. 1949년인 작가가 30대 중후반이던 시절이다.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던 <노르웨이의 숲>은 1987년에 출판되었으니, 이 무렵 하루키는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은행에 갔을 때 집요하게 직업, 보너스, 월급 등을 물을 때마다 난처해진다는 이야기나, 호텔에 블레이저코트를 입고 서 있었는데 호텔 매니저로 오해한 사람들이 자꾸 불러 세웠다거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좀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르바이트 생으로 착각하고 혼을 냈다거나 하는 이야기이다. 노벨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60대의 현재의 하루키와 비교해볼 때, 출판사의 소개 말마따나 젊은 시절의 하루키를 엿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작품집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이 책에서 탈모, 비만 등을 거론하며 스스로를 중년이라 자처하는 부분에서는 좀 어색했다. 최대나이를 잡아도 이 당시는 37살 정도. 요즘 이 정도 나이는 중년에 치지도 않을 텐데. 1980년대에는 다들 그랬던 분위기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평균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같은 나이라도 느끼는 시각이 달랐다는 생각보다는,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여유로웠던 시절과, 젊어 보이는 것에 대한 압박이 사회 전체적으로 넘쳐나는 시대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소박한 낭만은 하루키라서 가능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시대의 특징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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