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슬로운
존 매든 감독, 제시카 차스테인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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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승률 100퍼센트, 업계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방법이라도 불사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새벽 3시라도 그녀의 전화를 받아야 하며, 지시 사항에 있어서는 군소리 없이 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일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모르고 있다. 큰 그림은 슬로운의 머리 안에만 있을 뿐 공유되지 않는다. 최고의 로비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큰 고객인 총기 회사의 회장에게 제대로 망신을 주며 제안을 거절한 뒤, 그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로비회사의 제안이 들어온다. 지금 있는 회사를 나와 총기 규제 법안 통과를 위해 함께 일해보자고.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수많은 질문에 잠기게 한다.
정의로운 의도라면 방법이 부정해도 될까, 상대가 비열하게 나올 때에도 선한 과정을 추구해야 할까.
슬로운의 마지막 카드는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것일까, 승률 100퍼센트라는 명성에 흠집이 가지 않기 위해 혼자 발화한 것일까, 자신의 건강과 인생이 무너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지 않고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지금까지의 인생의 방향을 튼 것일까.
아니, 무엇보다도 정의란 무엇이고 선악은 무엇일까.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 로비스트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이 영화의 주제 의식도 함부로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무겁지만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특별히 느껴지는 이유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흠잡을 데 없는 열연 덕에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오래 잔상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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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인생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정문정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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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처럼 사람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적은 경험으로 일부의 모습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편견에 사로잡혀서인 것 같다. 다소 차이는 있을지라도, 우리는 교통사고를 당하듯 누구나 1인분씩의 불운을 만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시간이 많이 지나도 흉터에만 집중해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남을 미워하는 데서 헤어나지 못한다. 사랑이나 이성에 대해서 과도하게 경계하는 건 혹시 다친 곳을 또 다칠까 겁나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조울증처럼 '나 좀 괜찮은데?'와 '난 왜 이 따위일까'라는 감정이 반복됐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불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비교와 질투, 나 자신에 대한 반복되는 실망,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어린 날의 상처 등이 자꾸만 울컥울컥 튀어나온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 상처 덜 받고 자존감 높게 살고 싶지만, 그게 가능했던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비슷한 고민들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감기가 몸이 약해질 때 찾아오듯, 우울증도 마음이 약해질 때 찾아오는 감기 정도로 접근할 순 없을까? 그렇게 되면 불현듯 우울감이 찾아오더라도 곧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근육을 키울 일이다.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는 건 감정의 진폭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언젠가 우울함이 찾아오더라도 빠르게 나아질 수 있는 회복력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이 회복력이야말로 사람들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는 자존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책의 본문 중 내용이다. 내가 이 책의 카테고리를 심리학으로 해야 할 지, 수필로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자기계발에 넣은 이유이다. 살면서 무례한 사람을 맞닥뜨릴때마다 불편해지는 상황에 대해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은 왜 특히, 하필 그 때 불편해지는지를 탐색하고, 수필은 이런 저런 단상을 늘어놓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몇 년의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면 언젠가 득도하듯 편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도자도 아니고 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가 아니다. 저자의 처방대로 따라하는 게 좀 더 깔끔하고도 산뜻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일 수도 있다.

저자도 본문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인 하지현 교수는 "불안이란 없애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대상" 이라고 했다. 나는 이 문장이 나온 본문을 읽지 못했기에 어떤 맥락에서 이 문장이 쓰여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불안이 생기면 그 근본 원인에 대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정신분석적 시도와는 달리, 저자는 다이어트에 빗대어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레 보인다. 방심하면 금새 살이 찌듯이, 마음도 비슷한 관점에서 보자고. 정상 체중 유지하는 사람들은 몸과 건강에 관심을 가진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니 약간 체중이 늘거나 과식을 하게 되면 다음 끼니는 가볍게 먹고 정기적 운동을 하는 것이다. 식이장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굶기, 폭식, 구토를 반복한다. 그러니 평소에 마음의 근육을 잘 만들어놓아 마음의 군살을 덜어내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 든 다른 예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상처를 준 게 자꾸 생각나서 힘들다는 고민 상담에 법륜 스님은 되묻는다.길 가다 누가 쓰레기를 준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당연히 쓰레기통에 버리겠다는 대답에 스님은 누가 나한테 쓰레기를 주면 버리면 되는데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자꾸 열어본다며 깨우침을 준다. 저자는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 불쾌했는데 이 문답을 접한 후, 너가 쓰레기를 줬지만 나는 받지 않으니 네 거지 내 것이 아니다, 라고 속으로 되새기며 업무를 함께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휘둘리지 않으려고 마음속에 금을 그어두고 대했다고 한다. 그가 저자를 비난하든 칭찬하든 그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상처를 덜 받게 되었고,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별다른 동요 없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서서 잊었다는, 결과적으로는 그로부터 완전히 편해졌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기 바쁜 우리에게는 저 사람은 왜 나에게 무례한지, 나는 왜 불편한지 숙고해 볼 시간도 여력도 없다. 그리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내 감정과 행동에 이미 상처를 깊게 남긴 후이다. 경험을 통해 터득한 저자의 방법을 습득해서 활용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면, 이 책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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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설국열차 : 초회한정 프리미엄 스틸북 리미티드 패키지 (2disc+188p 초호화 아트북) - 스틸북 + 아트북 + 설계도 + 아웃박스
봉준호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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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기획을 들었을 때에는 할리우드 초특급 배우들이 어떤 면에 끌려서 출연을 결정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 동안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보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이해되는 영화다. 좁은 기차를 사회에 빗대는 것이 납득이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어느새 기차 안 각종 인물에 나를 대입해보는 것이 아무런 장벽 없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도달했을 때의 충격과 공포. 단 한 번의 감상으로도 장면 하나하나가 깊게 새겨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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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재수 글.그림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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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며 그림을 그릴 때에는
'이렇게 그려도 괜찮을까?
이렇게 안 생겼을 텐데...'
하는 의심이 선을 망친다.ㄷ

반면, 직접 보며 그림을 그릴 때에는
말도 안 되는 선의 진행일지라도
생김새가 눈앞에 실재하므로
선에 확신이 생긴다.

이러함을 나란히 두고 보니,
상상하며 그림을 그릴 때에도
확신만 있다면
의심 때문에 선을 망치는 것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중에서

작가는 한동안 구상하던 만화가 진행되지 않아 답답할 때 아침마다 카페로 출근해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 오른손으로 스케치를 하고, 작업실로 복귀해 그 그림들을 보며 왼손으로 다시 그렸다고 한다. 그러기를 한 달, 총 100장 정도의 그림이 나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기에 선이 의도된 대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 또한 오직 작가의 왼손에서만 나오는 선이었기에 그냥 믿고 쭉쭉 그리다 보니 쓸데없는 선이 걸러지기도 하고 평소 아무 생각 없이 긋던 익숙한 선의 방향이 아닌 새로운 선이 그려지면서 그동안의 습관적인 선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그림 그리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슬럼프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슬럼프란 어쩌면 익숙함, 어쩌면 체념, 어쩌면 합리화, 어쩌면 한계의 다른 이름일 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일 수도 있고 이들 뒤에 오는 우울함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쉽게 만나게 되는 이 늪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국 방법을 달리한, 변형된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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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심한 청춘들을 위한 마음충전 에세이
김나훔 글.그림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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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슴이 답답해지며 사방이 캄캄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 열심히 공들였다고 생각했던 관계나 일들이 쉽게 어긋나 버리기도 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오늘따라 유난히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SNS가 활성화된 자기선전(self PR)시대에는 '나와 다른 행복한 그들' 그리고 '그들과 다른 초라한 나'를 끊임없이 인식하기에 더 쉽게 좌절에 빠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애써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하려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다든지 밖으로 나가 친구들을 만나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잊어보려고 하지만, 그런 감정은 얄밉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메랑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럴 때는 그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끌어안아 버리자. 슬픈 노래를 틀고 감정에 몰입되어 노래 속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쓸쓸한 듯 거리를 걸어보기도 하는 거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슬픔을 피하는 방법,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요즘 힘들어", "사실은 외로워"라고 내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솔직하게 인정하고 기댈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솔직해질 때 그러한 외로움과 고통들이 사실은 나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이 없다'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근거리는 모험을 떠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자연스레 우릴 따라오고, 따뜻한 사랑이 시작될 때면 기대와 실망 또한 우리 뒤를 밟는다. 그중 좋은 쪽만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모순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우린 모든 상황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그 나름의 복잡한 감정들을 스스로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가슴이 텅 빈 듯할 때, 사방이 어둡다고 느껴질 때, 그때가 비로소 내 머리 위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을 볼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해보자.
-본문 중에서

몰랐던 이야기가 아니다. 충분히 알고 있던 이야기. 수없이 곱씹고 정리하여 스스로에게 들려줬던 이야기지만 남의 목소리로 듣는 순간 커다란 위로로 다가온다. 이책의 저자의 글과 그림이 그렇다. 알고 있던 이야기,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야기를 다정한 타인으로부터 자상하게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이 책의 감동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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