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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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면 과거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배움을 얻고 과거를 보내는 순간 우리의 현재는 더 나아진다"

 

"현재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잡념을 없앤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 중요한 것에 관심을 쏟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쏟는가에 따라 소중한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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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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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슬픔과 그리움보다 즐거웠던 일들이 무수히 되살아나고, 아무리 복잡한 길거리에서도 그날의 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공기가 싸하게 가슴으로 흘러 들어온다. 마치 기적처럼.

그리고 가슴 언저리가 노르스름하고 따스한 빛으로 채워지고, 행복이 찡하게 온몸으로 번진다.

그립고 애틋한 마음과,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다는 신비로운 감동이 내 온몸을 비추고, 그 빛은 내 안에 쌓여 있던 쓰잘 데 없는 것들을 말끔하게 씻어내 준다.

 

끝나 버린 장소 특유의 쓸쓸하고 호젓한 느낌이 나를 감쌌다.

겨울 하늘과 삼 층짜리 낡은 건물과, 울창한 숲 같은 정원. 메마른 식물의 달큰한 냄새와 톡 쏘는 고양이 오줌 냄새가 섞인 겨울 공기가 이곳에서만 결계 같은 역할을 하면서 싸늘하게 빛나고,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저 너머의 먼 세계에,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 있다. 자동차가 달리고, 집들이 있고, 대형 슈퍼마켓이 있고, 나날의 잡다함이 있고, 시끌시끌함이 있는 세계가.

 

그리움이란, 모든 것이 달라진 후에야 비로소 싹트는 것,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머릿속에는 손으로 만져질 듯 또렷하게 있는데, 이미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눈물이 고일 때까지 마음껏 떠올릴 수 있다. 공상에 젖어 있다가 애처롭게 깨어나도, 혼자가 아닐 수 있다. 다른 생각으로 옮겨 갈 때까지, 차분하게 아픔을 견딜 수 있다.


이 옷에 휘감긴 투실투실한 몸속 어딘가에 아직도 그 시절 그대로인 아이가 남아 있을 텐데, 두 번 다시 만날 수는 없을 테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나 역시 많이 변해 있으리라.

정원에서 말없이 풀숲을 헤치는 동안만, 시간이 사랑스럽게 돌아와 있었다.

 

한없이 먼 이국을 여행하는 것이나 자기만의 유적을 만드는 것이나 그 시도의 근원은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에서 어떤 시대로 여행을 하고, 끝내는 사라진다. 영원 속에 소박한 저항을 새기는 것, 그뿐이다.

 

동생에게 받은 것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없던 사람이 어떤 인연으로 이 세상에 찾아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사람이 왜 유적을 만드는 지 알아? 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일 거야. 그건 인간이 영원토록 지니는 허망한 바람인 거야, 그리고 위에서 보면 목걸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신마저 부러워 매혹당하는 아름다운 빛의 알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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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펫 1~14(완결) 세트
오가와 야요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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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권

 

미안해.. 정말 미안해.. 무인도에 갈때는... 꼭 데려갈게.
응, 그러는게 좋겠어. 스미레는 내가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는걸. 하늘과 바다. 정글밖에 없는 곳이라도 우리 둘이 있으면 틀림없이 행복할 거야. 그러니까 꼭 데려다 줘.


 

언니도 그녀석 그만 두는 편이 좋아요. 그 녀석은 자기밖에 안봐요... 좋아하게 돼도 괴롭기만 할 뿐이에요.
자기밖에 안본다.. 라기 보다는 자기 문제로 정신이 없는거.. 아닐까. 좀 더 어른이 되어 스스로에게 자신이 붙으면, 자연히 상대를 배려하는 연애도 할 수 있을거야.

 

 

#2권

 

넌 누군가를 질투하거나 원망한 적 없니?
으음... 그야 있지. 키 큰 녀석이나... 나한테 없는걸 과시하는 녀석을 보면... 하지만 그런 녀석에게도 나름대로의 아픔이 있을 거고
내가 질투한다고 달라지는건 없잖아.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 아니야?

 

 

#4권

 

우울은 말끔히 날려버려. 바람이 안불면 달리면 되지. 나의 인생을 사랑해.

 

 

#5권

 

눈에 눈물이 고였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스미레~
왜?
스~미~레~
....
스미레.
자꾸 왜...
너무 좋아.

그래, 이런저런 걱정거리는 적지 않지만 이 생활이 최고로 해피하다는 것은 사실이야. 설령 잃는다해도 잊을 수 없을거야.

 

 

#8권

 

무언가를 사랑함으로써 인간이 강해질 수 있다면, 서로 기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면, 별을 올려다 볼 때마다 나는 기도한다. 부디 그녀의 영혼이 외톨이가 아니기를.

 

 

#12권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마법에라도 걸린 듯,
꿈을 꾸듯,
당신만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그 돌은 토르말린인데 치유의 효과가 있대.
내가 없어도 괜찮도록 부적이야.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주에 벨기에로 가.
지금까지 그 집에 살게 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에게..거긴 방공호나 마찬가지였어.
너무나 편안하고 안락한 곳..
아마 몇 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런 곳은 찾을 수 없을 거야.
도망치는게 아니야.
독기 시퍼런 세상에서 당신을 지키기 위해 먼저 나가는 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그래, 난 좀 더 커야 한다.
밟히고 채여 기진맥진해서 돌아올지도 몰라.
하지만 그 사람을 받아주기 위해
날 지탱해준 사람들을 내가 지탱해주기 위해
피를 나눠준 사람.
사랑해주었던 사람
가르치고 이끌어 주었던 사람
마음을 허락해주었던 사람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날 만들었으니까


 

 

#14

 

보통 사람보다 배로 의심이 많은 건
그만큼 순수하고 믿기 쉽기 때문.

신랄한 말로 무장하는 건 상처받기 쉽기 때문.

 







 

제목보고 이상한 내용인 줄 알았다가 친구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가 완전 반해버렸다~ 처음엔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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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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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일 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일 수가 있었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우린 태어나기 전부터 서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만나게 되는 것이지.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이 여행에서 아름다움으로 나를 찾아온 것들, 진실한 것들, 그리고 순수한 기쁨들, 그런 것들만 기억하자고.

 

삶의 중요한 것들은 직접 경험해야만 자신의 것이 되는 법이니까.

 

어디로 가든 당신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신은 지름길로 가게 하려고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것.

삶을 사랑하고,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행복은 때때로 놀라움과 함께 찾아오며, 자기 자신이 완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곧 행복임을 기억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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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너는 자유다 -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난 낯선 땅에서 나를 다시 채우고 돌아오다, 개정판
손미나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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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작가로서 첫 도전장을 낸 손미나 아나운서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면서 재기발랄한 ‘미나 공주’로 시청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손미나 아나운서가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년 후, 단정했던 단발머리를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새까맣게 탄 얼굴에다 한층 더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사이 그녀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이런 변화가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 때문이라고 말한다. 텔레비전의 사각 틀에 갇힌 단정한 아나운서 손미나가 아닌 ‘자연인 손미나’로 보냈던 1년의 기록을 빼곡하게 담은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아나운서 생활 10년의 터닝 포인트며, ‘빛나는 30대’로 들어서기 위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 스페인에서의 ‘자유로운 젊은 날’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꾸준히 일기를 써왔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늘 책 선물을 하며, 휴일에는 서점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대학에서도 서반아 문학을 전공할 정도로 작가의 세계를 동경해왔다고 한다.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아나운서에서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작가로의 변신은 실로 고통스런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 글 쓸 시간을 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녹화 대기 중에 한 줄, 메이크업을 하면서 한 줄,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음악이 나가는 동안 또 한 줄의 글을 써나갔다. 방송이 없는 날이면 아예 머리를 질끈 묶고 도서관에 가, 개관시간부터 폐관할 때까지 열 시간 넘게 줄곧 앉아 글을 쓰는 바람에 심지어 그녀를 고시생으로 착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한 노력을 거듭해서 써내려간 글이 드디어 8개월 만에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작가로서 첫 도전장을 낸 손미나 아나운서. 자신감으로 충만한 또 다른 자신을 만나게 해준 스페인의 생생한 경험이, 떠나고자 하는 갈망을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 늘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담아냈다.




◎ ‘언젠가는 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떠나기 좋을 때란 없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지금, ‘지금’이 바로 떠날 때다!

졸업을 하고 직장을 얻고 8년 남짓을 치열하게 달려왔다.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방송국 생활은 더 바빠지고, 대학 시절을 몽땅 좋아하는 외국어 공부에 바쳤건만 그 열정이 무색하게도 쉬운 단어조차 떠올리기 힘들 정도가 됐다. 너무 쉬고 싶었고 너무나 간절히 공부를 하고 싶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도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방송을 접고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만류했다. 아나운서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점에 그렇게 일을 다 접고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 돌아왔을 때 그 위치에 다시 서지 못하면 어쩔 거냐, 시집은 안 갈 거냐, 그 나이에 공부는 해서 뭐하냐…….

그런 그녀가 아나운서로서 화려하고 탄탄한 길을 뒤로한 채 스페인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마흔을 넘기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갖고 있는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알기 위해 떠나는 일’이란 결론을 내리고 그의 나이 서른일곱에 모든 것을 정리해 이탈리아로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그는 《상실의 시대》를 탄생시켰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하루키처럼 그녀 역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스페인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떠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안정과 최고를 찾다가 더 이상의 도전도, 실패도, 변화도 없는 ‘죽은 삶’을 사는 것은 더 싫었다.

번지점프를 하듯 운명에 자신을 맡기고 떠난 스페인, 그때 그녀 앞에 놓인 인생의 갈림길에서 지금 선택하지 않은 길을 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했던 길이 앞으로 그녀를 어디로 이끌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스페인에서 돌아와 그녀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고 전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한 길을 감으로써 자신의 꿈과 자신의 인생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떠나고는 싶지만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엔 늦었다고 느껴졌던 그때야말로, 실패한다 하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기였음이 분명하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다시 새롭게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 또 다른 나로 살아보는 즐거움

텔레비전 속의 아나운서가 아닌 ‘자연인 손미나’로 살았던 스페인 생활.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진정한 자신과 마주설 수 있었던 경험이었고, ‘교양 있는 아나운서’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보는 것,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은 여행이 주는 특별한 선물일 것이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풀어놓은 그녀의 이야기보따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꿔보게 되는 믿기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능숙한 스페인어 실력과 스페인 사람보다 더 낙천적이고 정열적인 ‘자연인 손미나’였기에 가능한 모험이었다. 첫 스페인 유학 중에 지독한 향수병으로 고생을 하던 그녀는 선배에게 파리 행 비행기표를 얻었다. 그때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세네갈 흑인 신사는 지쳐 보이는 그녀에게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넉넉한 여비도 마땅히 갈 데도 없던 그녀는 그를 따라가게 되었고, 그는 아무런 조건 없이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을 칠 때마다 누군가가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줬던 호의가 자신을 지금 위치에 서게 했다면서, 그 세네갈 신사는 힘들어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답을 원하지 않는 그 호의 덕분에 꿈을 향해 가는 길에 늘 고난의 순간이 있기 마련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배가 뒤집혀서 바다에 표류하다 다행히 지나던 배에 구출이 되었던 일(후에 들은 바로는 큰 배가 지나갔다면 배의 모터에 휘말려 꼼짝없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클럽에 갔다가 캐나다에서 온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깜짝 놀라서 도망쳤던 일, 경찰서 실습을 나갔다가 총격전이 벌어져 경찰차 바닥으로 숨었던 일, 세 살짜리 꼬마 악동 호세를 돌보는 고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그녀의 경험담이 책 속에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한국에 있었다면 겪지 못했을 경험들을 통해 손미나는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내면과 맞대면할 수 있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후 그녀가 더욱 생동감에 넘쳐 방송 활동을 해나가는 것은 바로 이런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 태양의 나라 스페인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한두 달 스페인을 여행하고 와서 쓴 여행기가 아니다. 바르셀로나 대학 언론학 석사 과정을 밟는 1년 동안 자기보다 어린 라티노 친구들과 치열하게 공부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면서 직접 만나고 경험한 진짜 살아 있는 스페인의 모습이 담겨 있는 책이다. 축구, 투우, 플라멩꼬, 돈 키호테 등 한국에는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알려진 스페인, 그 이미지 너머 스페인의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난다.

피카소가 즐겨 찾았다는 식당 ‘네 마리 고양이’, 까딸루냐 광장 한 귀퉁이에 있는 유명한 악보 가게 ‘까사 베토벤’, 몬주익 언덕 위의 ‘기적의 분수’, 가우디가 설계를 하고 그가 죽은 후에도 계속 지어지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쇼팽이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와 머물렀던 발데로사의 수도원, 흥겨운 꼬르도바의 축제, 열정적인 투우 경기, 돈 키호테의 도시 똘레도, 메노르까의 아름다운 바다, 포르멘떼라 등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곳곳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살사, 플라멩꼬와 같은 전통 춤을 출 줄 아는 스페인 젊은이들의 모습이나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보다는 자신들의 토종 브랜드가 더 각광을 받는 분위기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것을 지켜나가는 스페인 사람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또한 스페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바스크 지방의 숨겨진 역사를 통해 화려해 보이는 외양 속에 숨겨진 아픔을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 약속에 철저하지 않은 고집불통의 모습이지만 그만큼 낙천적인 성격이라든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더라도 열정적으로 인생을 즐기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뜨거운 심장을 지닌 자유롭고 열정적이만 한편으로 유럽 내에서 이혼율이 가장 낮고 가장 늦게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을 정도로 보수적인 면도 있는 스페인 사람들의 특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준다.

또한 까딸루냐 광장에서 펼쳐진 한국 농악대의 공연을 취재했던 일, 바르셀로나 국립대학에서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 특강을 해주던 일, 한국은 달마시안까지 먹는다고 비웃던 친구를 비빔밥으로 굴복시켰던 일, 비오는 날 투우 경기를 구경하던 모습이 스페인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일, 안익태 선생의 미망인 로리타 여사를 만나 젊은 시절 그들의 로맨스를 들었던 일 등 스페인 속의 한국의 모습도 보여준다.




자료 제공 : 인터파크
 

 

사람에 따라서는 이 책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며, 

여행서란 이미 다녀온 사람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아직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언젠가는... 하며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한번쯤 지나간 시간에, 혹은 다가올 시간에 설렌다면 좋은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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