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의 기술' 이라는 책이 있다. 아마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누구나 겪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똑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하고 공감만 하게 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고, 또 얼마 전에도 여행을 다녀온 나로서는 매번 여행을 갈망하고 다녀올 때마다 만족하지만 똑부러지게 나의 감정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대지 못해 약간 막연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 감정의 정체를, 이유를...

 

어쩌면, 보통은 피곤한 삶을 자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활을 영위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범위보다 훨씬 넘칠 정도의 섬세함, 예민함... 그냥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단순한 삶이 어쩌면 가장 행복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굳이 내 감정의 이유를 똑똑히 알아야만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가 좋을 때, 누군가를 사랑할 때, 특별한 이유를 대지 못 할 때 오히려 더 그 마음이 순수한 것처럼...

 

보통처럼 마음의 정체, 감동의 이유를 똑바로 직시하지 않으면 뭔가 불편해지는 사람, 에게는 딱인 책이지만 어쩌면 이 책으로 인해 더 상념이 많아질 수도 있겠다. 보통의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감탄할 정도의 통찰력과 함께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내 삶에 대한 사색을 뒤따르게 하기 때문이다.

 

기대에 대하여...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화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절은 사람이 늙는 것처럼 서서히 쇠퇴해갔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느새 겨울은 가혹한 현실로 자리를 잡았다.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삶은 모든 환자가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 병원이다. 이 환자는 난방 장치 앞에서 아프고 싶어 하며, 또 저 환자는 창가에 누워 있으면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매혹적인 사람이 이국적인 땅에 가게 되면 자신의 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매력에 그 사람이 있는 장소가 주는 매력이 보태진다.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이 사랑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사랑할 때는 우리 자신의 문화에는 빠져 있는 가치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도 따라갈 것이다.

 

호기심에 대하여...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듦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숭고함에 대하여...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우리는 사막에 있지 않을 때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우리 자신의 결함을 보고 스스로 작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굴욕은 인간 세계에서는 항상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이다. 우리의 의지가 도전받고 우리의 소망이 좌절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따라서 숭고한 풍경은 우리를 우리의 못남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숭고한 풍경이 가지는 매력의 핵심이다.

 

숭고한 장소는 일상생활이 보통 가혹하게 가르치는 교훈을 웅장한 용어로 되풀이한다. 우주는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의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가보았지만 제대로 보지 않았던 곳 또는 무관심하게 지나친 곳들 가운데 어떤 곳들이 가끔 눈에 번쩍 띄면서 우리를 압도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곳들은 서툴게나마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질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곳은 예쁘지도 않고, 안내 책자에서 아름다운 곳을 설명할 때 흔히 꼽는 분명한 특징 같은 것도 없다. 우리가 여기서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그 장소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러스킨은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 다섯 가지 중심적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둘째,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 셋째,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앞서 보았듯이, 기념품이나 양탄자를 산다거나, 자기 이름을 기둥에 새긴다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포함하여].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 [심리적이고 시각적인]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하여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데생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것을 우리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자,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데생을 가르치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것을 가르치려 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두 사람이 클레어 시장에 걸어 들어간다고 해 봅시다. 둘 가운데 하나는 반대편으로 나왔을 때도 들어갔을 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버터 파는 여자의 바구니 가장자리에 파슬리 한 조각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그 아름다움의 이미지들을 간직하고 나왔습니다. 그는 일상적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그 이미지들을 자신의 일에 반영시킬 것입니다."

 

옮긴이의 글...

 

세상에는 비싼 돈 들여 아까운 시간을 쪼개 여행을 하면서 '왜 나는 여행을 하는가'라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며칠만 못 봐도 조바심을 내면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듯이. 그런 질문이 삶을 더 윤택하게 해주는지 피곤하게 만드는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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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네 야채가게 - 맨손으로 세상을 움켜쥔 싱싱한 총각들 이야기
김영한.이영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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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온지가 오래되었구나. 벌써 구판 절판되고 새로 출판사를 바뀌어 나왔다는 것을 보면 나온지 오래되었어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하였으니까.

 

청년실업, 이태백, 경기침체, 자영업자 몰락... 답답한 뉴스만 나오는 시대에 비록 판타지스럽더라도 드문 확률이더라도 이런 실화를 접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기운이 난다.

 

감동스럽고 그러면서도 활기찬 책.

 

우리 집 근처의 총각네 야채가게를 볼 때마다 이 책과 저자의 도전정신을 떠올리게 된다.

 

이영석 사장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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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노래
백성민 지음 / 세미콜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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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고봉밥에 뜨끈한 미역국 올려진 밥상을 받는 기분이랄까?

 

군더더기 없고, 담백하고, 힘차고, 그러면서도 한국적인...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에 파묻혀 자랐고 커서는 웹툰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이 책은 뚝딱 읽으면서도 또 계속 곱씹어 읽게 되고 질리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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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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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루키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의 수필은 좋아할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최근작 1Q84도 그렇고... 그가 과대평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시대의 흐름에 맞추고 있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소설은 나에게 물음표이다.

 

하지만 그의 수필은 확실히 느낌표이다.

 

독특하면서도 생산적인 취미, 거침없어 보이지만 다소 소심한 성격이 있다는 것이 얼핏얼핏 드러나는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하루키는 확실히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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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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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딱 한 번 읽고 나서 더 읽지를 못했다.

 

마음이 너무나 아파서...

 

읽으면서 구절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박히고

마치 작가가 천지와 만지 엄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의 심리가 너무나 생생해 눈물이 나왔다.

 

저자 김려령은 이 책을 내기 전에 완득이라는 소설을 먼저 발표했다.

 

소설은 히트를 쳤고, 나는 영화화되기 전 이 소설을 읽었고 영화화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리고 영화도 보았고, 그 영화를 통해 김윤석과 유아인의 팬이 되었다.

 

이 책 또한 동일한 감독으로 인해 영화화가 되었고

역시 유아인이 나온다. 김희애,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 출연하는 배우들도 화려해서 아마 어느 정도는 수익이 나왔을 것이다. 아직 나는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완득이에서는 다문화가정, 여기서는 집단따돌림.

시의적절한 주제와 깊이 있는 이야기들. 완득이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새드엔딩이었다. 완득이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깔깔댔던 나로서는 동일한 작가가 이렇게나 다른 분위기로 책을 쓸 수 있을까, 놀라웠고 청소년문학이 이렇게도 깊을 수 있구나 하고 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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