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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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센과 치히로보다도, 하울보다도, 모노노케 히메보다도 훨씬 일찍 나온 작품이다. 심지어 토토로마저도 이 작품 이후에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1986년에 나온 이 작품을, 그 이후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 정면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영화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는 바로 그 주제, 미야자키 하야오가 평생 동안 줄기차게 다루었던 바로 그 내용이 최근작에 오면서 어떻게 세련되어져 가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프닝이 아름답고 음악은 서정적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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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 (완전판) - 비뚤어진 집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도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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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단다. 그 사람들은 너나 나, 방금 나간 로저 레오니데스처럼 평범한 보통 사람이지. 살인이란 건 어떻게 보면 미숙한 범죄에 불과해. 물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종류의 살인을 말하는 거다. 갱단이 저지르는 살인이 아니라. 그래서 사람들은 살인을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일이라고 느끼기도 하지. 살인자들은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거나, 돈이든 여자든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그것을 얻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 순간에 우리 같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되는 자제력이 살인자들에게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지. 너도 알다시피 보통 아이들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의 욕망대로 움직인단다. 일례로 아이들은 고양이 때문에 화가 나면 '죽여 버릴 거야.'라고 말하면서 고양이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지. 그런 다음 고양이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고 마음 아파한단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애정을 뺴앗겼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놀이를 방해한다 싶을 때 아기를 유모차에서 꺼내 '물에 빠뜨리고' 싶어 해. 하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아주 어려서부처 그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과 그런 짓을 하게 되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배우지. 그 과정을 거치면 그 행동이 정말 잘못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는 거야.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은 살인이 잘못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진심으로 느끼지 못해. 내 경험으로 살인자들은 진정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아마 그게 카인의 특징이겠지. 살인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된다. 그들은 '다른' 존재야. 살인은 잘못이지만, 그 사람들은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아.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피해자들이 죽음을 '자초'했고 그들에게는 살인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거지."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누군가를 증오해서라기보다는 사랑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사랑이 인생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

 

"살인자들이 보이는 자만심은 십중팔구 그들을 파멸로 이끌지. 어쩌면 그들도 잡힐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저지른 범행에 대해 잘난 척하거나 자랑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해. 보통 살인자들은 자기가 아주 영리하기 때문에 절대로 잡히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단다.(중략)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엄청난 고독을 느끼게 된다. 누구에게라도 그 사실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가 없지. 그러니까 더욱더 말하고 싶어지는 거야. 결국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말하지 못하니까, 살인 사건에 대해서 떠들고 토론하고 사건에 관해 이론들을 세우면서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는 거지.(중략) 전쟁 중에 정보부 요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 그들은 적군에 붙잡히더라도 이름, 계급, 소속을 제외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잘못된 정보를 흘려준답시고 입을 열게 되면 대개는 실수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댜. 찰스, 그 집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렴. 그래서 어느 순간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누군지 지켜보아라."

 

어마어마한 갑부가 죽었다. 독살이다. 눈에 넣는 에세린을 매일 주사 맞는 인슐린과 바꾸어 사망한 그 갑부에 대한 살인이 가능한 사람은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 가족과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과 하녀들까지, 그러나 살인 동기를 가진 사람, 즉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은 죽은 부인의 여동생, 10년전 재혼한 젊은 부인, 장남 로저 부부와 차남 필립 부부, 차남의 세 아이들이다. 상속과는 상관없지만 재혼한 부인의 애인이자 손자들의 가정교사 또한 동기는 있다. 그러나 모두가 서명했다는 유언장은 발견되지 않았고, 진짜 서명이 된 유언장이 발견되는데, 그 유언장에는 재혼한 젊은 부인과 장손녀에게 모든 재산을 나누어주기로 되어 있다. 이 유언장에 대해 아무도 몰랐을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살인 동기와 기회를 가진 사람은 장손녀 단 한 명 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이리 저리 사건이 꼬여 있을 때, 의외의 결말이 나타난다.

 

어리석었던 것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인공 뿐만이 아니다.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 저렇게 명확하게도 책 중간에 도달하기도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가 명확하게 단서를 주고 있는데도 이런 저런 일들에 생각을 빼앗기다니. 어쩌면 여기에서 가장 영리하고도 훌륭했던 사람은 이모님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크리스티 소설의 모든 여자들은 참 매력적이다. 가장 현명하기도 하고, 가장 담대하기도 하고, 가장 간교하기도 하고. 다른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대부분 대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분명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이 소설을 추리 소설에 포함시키기에는 여러모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말과 주제는 곰곰히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이지만, 그러기에는 그 부분에 대한 고찰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오히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보다 더 '속임수'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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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 (완전판) - 살인을 예고합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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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이게 꿈인가 생신가?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자 별 네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바로 그 숙녀! 모든 할머니를 능가하는 초특급 할머니!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평화롭게 지내시는 줄 알았더니 마침 살인 사건이 벌어진 때에 맞춰서 메던햄 웰스에 나타나 주셨군. 마플 양을 위해서 다시 한번 살인이 예고된 셈이야."

 

 

 

놀라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마플 양. 재미있는 것은 마플 양은 늘 누군가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촌구석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에 평생을 머물렀지만 사람들의 심리는 다 비슷하다며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며 용의자를 만날 때마다 예전에 만났던 누군가를 연상하며 그것을 열쇠로 삼는다. 물론, 심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증거와 알리바이, 사건 정황 등을 조합하는 능력은 아마 경험이 아니라 타고난 게 아닐까 싶다.

 

 

 

블랙록양이 조카 남매와 친구와 살고 있는 집에 10월 29일 6시 반에 살인이 일어난다는 예고가 지역뉴스의 동정란에 실리고 예정대로, 어쩌면 예상이 빗나가서 살인이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물(등장하는 순서대로)

스웨트넘 부인과 아들 에드먼드, 이스터브룩 대령 부부, 힌클리프 양과 머거트로이드 양, 하먼 목사 부부, 블랙록 양과 버너 양, 블랙록 양의 조카 패트릭 사이먼스와 줄리아 사이먼스, 정원사 필리파 헤임스, 가정부 미치.

 

 

 

이들 중 누군가가 범인인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새롭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밝혀지고, 점점 사건은 꼬여가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가여운 한편으로 아주 위험한 존재거든. 샬럿 블랙록처럼 나약하고 정이 많은 살인범일수록 특히 위험하지. 나약한 사라일수록 궁지에 몰리면 두려운 나머지 잔인하게 변하고 절제를 전혀 못하니까."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고, 대체 왜? 하고 다들 의아해하며 살인자들의 심리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마플 양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샬럿은 '실제로' 다정다감한 성격이었어. 아무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부엌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도 진심이었고. 그런데 자기 몫이 아닌 돈을 탐낸 게 문제였지. 돈에 대한 욕망 앞에서 모든 게 무너진 거야.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면서 집착 비슷할 정도로 발전했거든. 항상 보면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참 위험하단다.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샬럿 블랙록보다 훨씬 고생을 많이 했어도 자기 인생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행복과 불행은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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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세계를 홀리다 -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대중음악을 만든 사람들
김학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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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안 좋은 쪽으로 낚이기 딱 좋은 책이다.

 

마치 최근의 한류 열풍에 편승한, 그저 시류에 휩쓸리고 말 그런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강의 장들만 살펴보면, 아이돌, 1970년대, 1980년대,1990년대, 2000년대, 2010년 으로 구성되어 각 시대의 명반과 가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회적 의미와 뒷이야기까지 마치 백과사전같았다.

 

이쪽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소장할 만한 책.

단연 한국 대중 가요에 대한 개론서이자 참고서이다.

단순히 재미만으로라도 한번은 읽어볼 만한 책.

어디 가면 대화의 주제를 풍부하게 할 수 있고 인기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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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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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딱 맞는 사람이 바로 저일 거예요. 당신의 실제 삶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왠지 가깝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에미라는 여자가 있다. 레오라는 남자가 있다.

어느 날 둘 사이에 이메일이 오고 가기 시작한다.

잡지의 정기 구독을 취소하기 위해 에미가 이메일을 보내는데, 주소를 잘 못 치는 바람에 레오에게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 후, 에미가 한 번 더 고객 단체 메일을 발송하면서 레오의 주소까지 포함시키게 되며 둘 사이에 이메일 교환이 시작된다.

 

영화 유브 갓 메일이 생각나기도 하고, 말랑말랑한 로맨스가 기대되다가, 에미는 남편과 아이 둘이 있는 여성이라는 대목에 가서는 좀 의아해졌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레오가 선을 그으려는 행동을 보이자, 오히려 에미는 더 적극적으로 이 활동을 이어 나가려고 하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개방적인 유럽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아니면 두 아이가 자신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편이 데려온 아이라서 이럴 수 있는 것인가, 혹은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낀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고, 결국에는, "어? 혹시 이 여자 결혼했다는 것은 거짓말 아닐까? 일부러 자신을 보호하려고 연막을 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부족할 게 없는 결혼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되는 권태 때문에, 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딱, 자신의 지루함을 없애는 정도까지만 이 관계를 허용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깝다는 것은 거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거리를 극복하는 거예요. 긴장이라는 것은 완전함에 하자가 있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완전함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완전함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서 생기는 거예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라는 책 제목은 은은하면서도 열정적인 감정이 묻어 있다. 메일을 주고 받은 두 사람에게는 암호이기도 하고 열쇠이기도 한 말일 것이다. 편지라는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인지, 중간 중간 소위 말하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감정이 흘러 넘치는 부분도 있었다. 냉정하게 서술함으로써 오히려 뜨거운 것이 부각되는 소설의 흘러가는 모습을 보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소 견디기 힘이 들었다. 서간 형식의 소설에서는 보통 한명의 화자만 일정하게 등장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번갈아가면서 화자가 바뀌어서 따라가기가 좀 힘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화자가 두 명이 등장할 경우 그 두 명의 구분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의 경우는 그냥 한 사람이 각각 성별을 달리해서 두 개로 쪼개진 느낌, 그러니까 두 인물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가 않았다. 아무리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는 명확하게 구분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처럼 혹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처럼, 두 명의 남녀 작가가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각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자 작가라서의 한계랄까, '에미'의 캐릭터가 종잡을 수가 없었고, 분명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입장에서 바라본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패착은, 후반부에 돌입하여 제 3자의 개입인데, 그것이야말로 작가의 역량 부족이 아닐까 싶었다. 좀 더 완벽해지려면, 끝까지 이 소설은 둘만의 메일로 남았어야 했다. 누군가가 이 관계에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직접 메일 수신 과정에 끼어들거나 하지 않고, 철저히 소설 밖에서 존재해야지 그 목소리가 직접 들렸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깊은 관련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어쨌든 당사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해서 두 남녀의 방향이 틀어졌고, 남자가 결단을 내렸고, 그 과정이 한 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한 기교와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를 떠올렸다. 정체를 모르는 사람과의 서신 교환, 점점 사랑을 느끼는 남녀,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소설이 훨씬 못 미쳤다. 고전이 왜 고전이 되고 오랫동안 읽히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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