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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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책이다. 평도 좋았고 팔리기도 많이 팔렸고 선물하기도 무난하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그만큼 보편적이고 반면에 논란거리도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추천하는 글에서 이적이 말하듯 엄마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원죄가 있으니까. 

사실상 작가의 이야기로 봐도 무관할 '나'의 이야기를 '너'로 표현한 것은 누군가의 특정한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엄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신경숙의 엄마는 나의 엄마가 아니다. 나의 엄마의 엄마이다. 극 중 '너'로 표현된, 사실상 작가 자신일 신경숙이나, 엄마가 항상 미안해하는 형철이가 바로 나의 '엄마'에 가깝다. 무조건 희생적인 엄마의 모습이 낯선 것은 그 때문이다.  

아마도 요새의 엄마는 못 배우고 가진 것 없어서 자식 앞에서 눈물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학원에서부터 대학 전공까지, 나아가 결혼하고 그 이후까지 책임져 주는 엄마이다. 물론 애들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팽개치거나,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있는 법이다. 중간중간 내가 울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표현은 바뀔지라도, 외양은 변할지라도, 엄마는 변하지 않는다. 엄마는 엄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이 소설을 처음부터 찬찬히 읽고 싶다. 그리고 나의 엄마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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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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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가까운 곳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학습관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다. 

On the Road... 

내가 기대했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내가 예상했던 목적지보다 더 먼 곳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은 느낌이다. 카오산로드가 태국에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방콕과 파타야에 가본 적이 있으면서도... 하긴 그 때는 패키지여행이었지. 괜히 민망해진다. 왠지 여행사의 패키지는 베낭 여행에 비하면 '상품'에 가까운 것 같아서, 특히나 나같은 대학생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베낭을 메든, 캐리어를 끌며 다니든, 내가 여행하는 동안 많이 행복했으면 된 것 아닌가? 힘든 여행 끝에 뿌듯해하는 것은 좋지만, 다른 이들의 여행 방식을 무시하는 것이야 말로 참된 여행이 아니지 않을까? 

태국이면서도 태국같지 않은 카오산로드에 대한 여행자들의 호불호는 엇갈린다. 이 책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여행을 다니는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카오산로드는 여행자들이 늘 흘러 들어가고 흘러 나오는 곳. 여행의 시작이며, 중간 지점이며, 끝이다.  

몇 년씩 여행하는 이들이 대단해 보이면서도 정작 부럽지는 않았던 것은,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나에게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며, 돌아왔을 때 일상에서 더 잘 살기 위해서 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도 카오산로드는 가고 싶다. 나 또한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서 "여행을 하면서 느낀 자유라는 공기가 좀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4년간 꿈꾸고 준비한 세계여행을 덜컥 실천에 옮겨버린 신혼부부가 부러운 것은, 1년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너무나 하고 싶은 부분이 놀랍게도 두 사람이 일치하는 것 때문이다. 

한비야는 계속 여행을 다니면서 물욕이 없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는 말을 했는데, 이 부부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에는 몰랐던 신선한 충격이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듣다가 무작정 짐을 쌌다는 32살의 직장인.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어떨까. 나도 그렇게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결혼에 대한 부담감, 돌아왔을 때 내 기반이 없어지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 

여행을 하고 있는 세 아이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셋 다 나보다는 어린 나이이다. 말랑말랑한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는 자극은 얼마나 새롭고 눈부신 것일까? 

이스라엘 처녀도 있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더더욱 말 한마디한마디가 가슴에 남았던.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하던 그녀가 여행을 통해 어떻게 추진력있고 자신감 넘치는 리더가 되었는지 그녀는 말한다. "모두가 자기 안에 지식이나 성품 등 필요한 모든 소양을 갖추고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이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봤을 때 비로소 또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이다. "여러 곳을 구경하고 다른 문화를 배운다는 차원을 떠나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를 통해 그녀는 이렇게 달라진 것이다. 

"중요한 건 햇수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너무나 많이 말해져 닳고 닳은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실천하고 있는 열일곱 살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가슴에 저린다. 

그래도 나는 아직 많이 망설여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스스로 비겁하다고 느끼면서도 두려워지는 것도. 나같은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내려치듯이 저자는 여행 중인 스님과 만난 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누구나 한번쯤 막다른 길에 이르러 출가와 수행을 꿈꾼다고 생각했다. 삶이란 늘 불안한 것으로 여겼다. 수행이란 말에는 나를 숙연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었고 현실과 수행은 다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행은 생활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도, 별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출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만약 출가를 한다면 가족들에게도 출가를 권할 수 있었을까? 스님은 보통 사람들이 싫다고 하는 어려운 길을 일부러 찾아나선 게 아니다. 어쩌면 단순히, 나를 제대로 알고 싶어 출가한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모양이었던 내가 사람들 속에서 닳고 닳아 모난 네모가 되어가는 게 참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머리를 깎는 건 무슨 결단 같은 게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출가와 여행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결국 출가나 여행에는 '나는 나이고 싶다'는 욕망이 배어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뤄내는 과정이나 힘은 다르겠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것을 찾으려 한다는 면에서 같다. 사람들은 흔히 장기여행을 떠난 사람이나 출가한 사람이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단순하게 좋으니까 장기여행을, 출가를 해보라고 권한다. 이거 맛있으니까 한번 먹어보라는 식이다." 

"여행을 하면서 나쁜 경험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쁜 일을 잊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나쁜 일을 경험하면서 그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면서, 내가 좀 컸구나, 잘 참았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어디 여행뿐일까, 인생이 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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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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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들 있는 것 같다. 가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하면서 비꼬곤 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거짓말하면 안 된다, 솔직해야 된다'라고 가르치지 말고 차라리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의심하는 기술''사람 등치는 술책'을 가르치는 편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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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의 천일야화 1~6권 박스 세트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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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읽고 이렇게 감동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원작인 천일야화를 한 차원, 아니 두 차원, 세 차원 업그레이드 시킨 느낌이다. 

웹툰으로 봤지만, 정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힘들었다.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지만, 특히나 마지막 화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던 부분. 

그리고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하지만 가슴 먹먹해지던 반전. 

여태까지 본 만화 중 최고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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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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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섯 명의 요리사들은 내가 없을 때 내 이야기를, 내가 다시 자리에 돌아왔을 때 딱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했다. 나는 그들 틈에 끼어 있는 나를 K라는 사람으로 한번 가정해 보았다... K의 삶은 이렇게 몇 문장으로 일목요연하게 요약되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나라도 K가 없으면 K 이야기를 했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도리어 안도가 되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K는 최소한 아무도 화제로 삼지 않는 그런 삶을 살지는 않은 모양이니까.




이것은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체념에 가까운 관조적 자세일까. 나는 처음에 이 부분을 읽고 묘하게 마음이 탁 놓이면서 슬며시 미소도 지어졌다. 조경란의 소설은 약자, 정확히 말하면 패배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는 점에서 나에게 늘 힘이 된다. 이 부분을 보니 삶의 실패들은 모두 훈장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도, 최소한 아무도 화제로 삼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소설로 치면 최소한 읽다가 책을 던져버리지는 않을 성장 소설쯤은 될 게다. 조금 지루해도 끝까지는 일단 읽어볼만한 정도라면 괜찮지 않은가. 원래 실패를 겪고 난 타인의 이야기만큼 정감 가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나를 H라고 가정했을 때, 나라도 H 얘기를 별 생각 없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정말 묘하게 마음 편해진다.




삶이란 게 다 이런 것일 게다. 지원이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워도 ‘죽여주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또 삼순이가 매번 상처받으면서도 이렇게 다짐한 것처럼.




하지만 미리 두려워하진 않겠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 김삼순을  사랑하는 것.




책을 읽으면서 내내 삼순이가 떠올랐다. 요리사와 파티시에. 30대의 노처녀. 무엇보다도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까지 집어던지지는 않은 씩씩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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