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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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익숙하면서도 다른 곳으로 가면 어떨까. 시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익숙해도 시간 차이가 많이 나면 낯설겠다. 사람은 지금 삶이 힘들면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한다. 난 딱히 그런 생각은 없다. 책을 보는 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도 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마음 따듯해지는 이야기 좋아한다. 어릴 때는 책을 몰랐지만. 학교 다닐 때 책을 알고 봤다면 좋았을걸. 아직도 이 생각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책은 내 피난처일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난 책, 이야기가 좋은 걸 거다.


 이 책 《크로노토피아》에서 다섯살로 보이지만, 어느새 아홉살인 소원이는 늦은 밤 엘리베이터를 탄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현우를 만났는데, 현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집으로 간다. 혼자 남은 소원이는 이상한 일을 겪는다. 본래 현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난날로 가서 전세 사기 당한 지금을 바꾸고 싶어했는데. 현우가 아닌 소원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난날로 갔다. 소원이도 처음엔 몰랐지만, 현우한테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세계로 가는 방법을 듣고 알았다. 소원이는 딱히 지난날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처음엔 우연히 한주 전으로 갔다. 한주가 지나고 같은 날 2023년 7월 17일이 되자 소원인 다시 진정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 그 뒤 소원이는 시간여행이랄까 그런 걸 되풀이한다. 앞날은 아니고 지난날로만 가는구나.


 소원이는 그림자 같은 아이였다. 한국에도 호적 없는 아이가 있겠지. 소원이는 엄마와 함께 살았는데 엄마는 소원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소원이한테 말도 못하게 했다. 집에 손님이 오면 소원이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 소원이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난날로 가게 된 걸까. 한번은 엄마가 진정아파트에 막 이사왔을 때로 간다. 그때 소원이 엄마는 당연히 소원이를 몰랐다. 남자친구가 전세 얻을 돈을 가지고 달아나고 우연히 알게 된 경찰과 사귄다. 엄마와 아빠 정지훈은 소원이를 자신들 아이로 기른다. 하지만 소원이는 죽 거기에 살지 못한다. 지진이 일어나는 날 소원이는 엄마를 살리려고 밖에서 밥을 먹는데 아빠는 그때 아파트에 있었다. 아빠는 죽고 만다. 소원이는 다시 엄마와 정지훈이 결혼하고 자신이 아들인 세계로 가려고 한다.


 아홉살 소원이가 살던 세계 엄마는 그리 좋지 않았는데, 소원이 엄마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걸 잘 넘어가면 좋을 텐데. 소원이는 지진을 막고 진정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으면, 자신이 가고 싶은 세계로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건축가가 되거나 자산가가 되거나 이런저런 삶을 산다. 하지만 소원이는 2023년 7월 17일이 되면 엘리베이터로 돌아갔다. 뭔가 시간에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원이가 갇힌 건 엘리베이터인가, 아니면 진정읍에 전해지는 인당수에 사람을 제물로 바친 이야길지. 그 아이도 아홉살이었다고 한 것 같은데. 아홉살, 뭔가 뜻이 있는 것 같구나. 아직 십대가 아닌. 십대 전은 뭐라 하나. 어린이.


 실제 나이는 아홉살이지만 이런저런 삶을 살아서 많은 걸 알게 된 소원이는 더는 어리지 않았다. 소원이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알게 되고 만난다. 그 사람을 만났다 해도 소원이가 되풀이하는 삶은 끝나지 않았다. 이름은 소원이어도 다른 사람 삶을 산 걸까. 그러다 소원이 이른 답은 그냥 사는 거다. 어떠한 삶이든.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다행이랄까, 소원이가 진정아파트 마지막 문을 열자 2023년 7월 17일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 뒤 소원이는 자신이 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런저런 삶을 살았을까 생각한다. 그걸 소설로 쓰기도 한다. 소원이가 겪은 걸 소설로 쓰는 걸 보니, 소원이가 그동안 산 삶 하나하나가 책 한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책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 삶을 간접경험하는 것도 떠올랐다.


 정말 소원이는 왜 여러 삶을 살았을까. 소원이가 마지막으로 가게 된 곳은 처음 소원이가 살던 곳은 아니었다. 훨씬 좋은 곳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있고 지진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소원이가 여러 삶을 살았기에 거기에 이른 걸지도. 현실을 사는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구나. 그냥 살아야지. 소원이가 이런저런 삶을 사는 건, 힘들고 괴로운 시련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 시간이 가면 지나가기는 한다. 힘들고 괴로워도 잘 지나가자. 여러 삶을 살지 못해도 살면서 바뀌는 것도 있겠지. 여기에는 호적 없는 아이뿐 아니라 부실공사나 전세 사기 같은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나온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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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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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는 엘리베이터나 시간에 갇힌 듯했다. 문을 열고 다른 여러 사람 삶을 살고 마지막에 이른다. 삶에는 시련이 따르는 법인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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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네


가면 아쉽고

오면 반가워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네


어서 와,

“봄”





*봄은 멀었지만, 일월이 가고 이월이 가면 다시, 봄이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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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비를 써야죠


오랜만에 온 비는

세상을 촉촉하게, 아니

세상을 축축하게 만들었어요


모든 게 축축해진 느낌이에요


나무나 꽃은

실컷 물을 마셨겠지요


비가 만나면 안 좋은 친구보다

만나면 좋은 친구면 좋겠네요


비는 그저 비인가요

맞는 말이네요

사람 형편에 따라

비를 반기기도

비를 원망하기도 하네요


비는 고마운 자연현상일 뿐이에요




*언젠가 하루 내내 비가 온 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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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가고 하루가 오는 건 같은데

해가 바뀌는 날은 신기해


지나간 한해 잘 보내주고,

새해 잘 맞았지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


한달 두달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한해가 끝나가겠어


아니아니

새해가 오면

좋은 것 즐거운 것만 생각해


새해 복 많이 받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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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1-02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4-01-02 00:57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 님 고맙습니다 새해 첫날 잘 보내셨지요 저는 게으르게 지냈습니다 꼬마요정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2024-01-02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4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4-01-02 0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 차이이고 어제의 다음 날인데도 의미가 새로워 신기한 것 같아요.
희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길요^^

희선 2024-01-04 00:20   좋아요 1 | URL
하루 차이로 해가 바뀌다니 여전히 신기합니다 음력은 아직 십이월이에요 음력으로도 새해가 와야 정말 새해가 온 듯도 합니다

페넬로페 님 늘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좋은 생각 많이 하기... 제가 해야 하는 거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01-02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달력 한장 뜯는다고 새해가 되었네요^^ 올 한해 건강하시고 하는 일 모두 잘 이루어지시길 소망합니다.

희선 2024-01-04 00:22   좋아요 1 | URL
어느새 사흘째예요 해가 바뀌어서 조금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야지 했지만, 그건 잠시뿐이고 다시 그대로 돌아가네요 그래도 이제 시작입니다 거리의화가 님 늘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겨울호랑이 2024-01-02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보면 큰 의미없는 시간의 구획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작은 경계를 통해 잠시 자신을 돌아본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희선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바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

희선 2024-01-04 00:24   좋아요 1 | URL
시간은 멈추지 않고 죽 흘러가는군요 그러면서도 시간은 앞으로만 가지 않는다고도 하네요 그런 건 소설에서... 달력이라는 걸 만들어서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군요 그런 거 괜찮은 듯해요 죽 이어지기만 하면 지루할지도... 겨울호랑이 님 2024년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4-01-02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차저차 하니까 벌써 2일...
하루 하니까 하루키 생각이 나네요 ㅋㅋ
희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4-01-04 00:25   좋아요 1 | URL
여차저차 하다 어느새 4일... 한국말로 하루는 1일을 나타내지만 일본말 하루(春)는 봄이군요 새파랑 님 2024년에도 건강하게 즐겁게 책 만나시기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24-01-02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 나이만큼의 속도로 가는 게 세월이라더군요. 왜 그런 말을하는지 알것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속도로 가든 잘 살아야한다는 거죠. 우리 올해도 잘 살아 봅시다.^^

희선 2024-01-04 00:33   좋아요 1 | URL
좀 다른 걸 하면 천천히 간다고도 하더군요 그런 말 들어도 잘 안 하는군요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시간이 아주 안 가요 별 일 없는 하루하루가 더 좋을 듯합니다 stella.K 님 2024년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미미 2024-01-02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새해에 웃을 일 많으시길
평온한 시간이 더 많으시길 바랍니다. ^0^

희선 2024-01-04 00:35   좋아요 1 | URL
미미 님 고맙습니다 같은 날일지라도 새해가 오니 조금 낫기도 하네요 미미 님 건강 잘 챙기시고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하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4-01-02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새해 첫 날 잘 보내셨나요.
2024년 갑진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4-01-04 00:36   좋아요 2 | URL
새해 첫날은 늦게 일어났네요 여전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자려고 해야겠습니다 해가 조금씩 길어지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감은빛 2024-01-03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님.

말씀처럼 그저 똑같은 하루가 지났을 뿐이데,
그게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오는 거라고 하니,
엄청난 의미로 다가오게 되네요.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나이가 들면서 그 숫자가 자꾸 늘어나는 것이 두렵기는 해요.

희선 2024-01-04 00:41   좋아요 1 | URL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건 하루가 가는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지만, 뜻은 크군요 해가 바뀌는 거니... 새해 며칠은 기분이 조금 좋기도 합니다 그건 한주 정도밖에 안 갈지... 좀 짧을지도...

숫자는 숫자일 뿐이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나는 걸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은빛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