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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편의점 하면 차가운 느낌이 든다. 스물네시간 동안 불을 밝히지만 누가 오고 누가 가는지 모르지 않을까. 그저 물건을 사고 계산하면 끝인 가게. 값이 비싼 것도 있어서 난 편의점에는 안 간다. 어쩌다 한번 택배를 거기에서 받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한다. 몇해 전에는 택배 빨리 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빨리 안 오고 왔다고 되어 있어서 찾으러 가니 아직 안 왔다는 말을 들었다. 왜 내가 택배 받는 편의점에 배달했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을까. 참 이상도 하다. 예전에는 물건이 안 오면 전화라도 해서 알아봐주기도 했는데, 몇달 전에는 택배 언제쯤 오느냐고 물어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런 건 거의 비슷한 시간에 오지 않나. 집에서 받는 택배도 비슷한 시간에 오는데. 어쩌면 이제는 비슷한 시간에 안 오는지도. 난 그저 물건만 받는 사람이니 다른 말은 안 했다. 왔다고 한 날 없으면 다음 날 저녁에 가 봤다(문자메시지가 아니고 인터넷에 배달했다는 말이 있었다). 다음 날에는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산 책이 어디론가 사라진 건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는데. 난 휴대전화기 없어서 택배가 편의점에 와도 연락 못 받는다. 휴대전화기 없는 내 잘못인가. 이제는 택배 편의점에서 잘 안 받는다. 지금은 택배를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왔나 보다 하고 나가서 가지고 온다. 편의점에서 택배 이야기가 되다니.
난 가게에 가도 주인이나 일하는 사람과 친해지지 못한다. 이제는 나 같은 사람이 더 많겠지. 시골에 있는 가게에서나 거기 사는 사람과 이야기도 하겠다. 편의점이 생기고 그런 가게는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마트도 있구나. 내가 사는 곳에도 편의점 많다. 다른 곳보다 G로 시작하는 곳이 많다. 편의점도 살아남기 어려울 텐데. 그곳은 좀 나은가. 이 소설에 편의점이 나온다. 제목이 《불편한 편의점》이구나. 여기에 나오는 편의점 이름은 ALWAYS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정년을 맞은 염영숙은 교사 연금으로도 괜찮았는데, 남편이 남긴 돈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 편의점을 하게 된다. 이런 거 조금 부러웠다. 그동안 일했으니 그렇게 된 거지만. 염영숙이 편의점 사장이 되고는 자신이 돈을 벌기보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이런 사장이라면 일하기 괜찮을 것 같다.
염영숙이 사장인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세 사람이었는데(주말에 일하는 사람도 있구나), 야간에 일하던 사람이 다른 일자리를 구해서 그만두었다. 다른 때보다 야간에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었다. 염영숙은 중요한 게 든 파우치를 찾아준 노숙자 독고 씨한테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이름도 모르고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걸 하게 하다니. 독고 씨는 알코올성 치매여서 예전 기억이 없었다. 이건 술 안 먹으면 나을까. 염영숙은 자신이 사람을 볼 줄 안다고 여기고 독고 씨 행동을 믿었다. 공무원 시험 공부하는 시현과 아침에 일하는 오선숙은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독고 씨는 처음에는 말을 더듬었는데 시현이 알려주는 걸 잘 익히고 일도 잘했다. 담배는 하룻밤에 다 외웠다. 한주가 지나자 혼자서도 일할 수 있게 됐다. 노숙자에는 예전에 돈 많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나. 독고 씨도 잘 나갔던 사장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겉모습이나 지금만 보면 안 될지도.
독고 씨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고 아침 매출이 오르기도 했다. 동네에 사는 할머니가 편의점에 왔다. 손주한테 과자도 사주었다. 편의점에서는 ‘원 플러스 원’이라는 게 있기도 하다. 그건 편의점이 살아남으려고 한 걸지도 모르겠다. 독고 씨는 시현한테 자신을 가르친 것처럼 포스기 쓰는 법을 유튜브에 올리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 덕분에 시현은 다른 편의점 점장 자리로 스카웃 된다. 오선숙은 아들 때문에 안 좋았다. 어느 날에는 독고 씨한테 아들 이야기를 다 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풀렸다. 오선숙 말을 들은 독고 씨는 오선숙한테 아들 말을 들어주라고 한다. 가장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건 가까운 사람인데, 많은 사람이 그러지 못한다. 차라리 남이 편하기도 하다. 식구여도 예의를 지키면 더 좋을 텐데, 그게 참 힘든 일이다. 오선숙은 아들과 사이가 나아진다. 독고 씨가 알려준대로 삼각김밥과 편지를 놔두고 아들이 하는 말을 들어줬다. 두 사람 사이가 더 나빠지기 전에 괜찮아져서 다행이다.
사람은 다 뭔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편의점 사장인 염영숙도 아들이 사업한다느니 하고 돈을 달라고 해서 그리 좋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식구와 소통을 잘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구나. 편의점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경만도 자신이 혼자다 느꼈다. 경만은 괜찮아진다. 바로 이렇게 말하다니. 독고 씨를 만나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독고 씨는 경만한테 혼자 술 마시기보다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한다. 경만이 그렇게 했더니 식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생겼다. 어쩐지 작가 자신과 비슷한 듯한 희곡 작가 인경은 독고 씨를 만나고 글을 쓰게 된다. 자신이 잘못된 걸 다 남 탓만 하는 건 별로 안 좋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잘 안 되는 게 다 남 탓이기만 할까. 염영숙 아들이 남 탓만 했다. 그 사람은 언제쯤 괜찮아질지. 아무리 아들이 편의점을 팔라고 해도 염영숙이 팔지 않기를 바란다.
어딘가에 이렇게 따듯한 편의점 있으면 좋겠다. 난 그런 데 가서 말 못하겠지만. 편의점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이어도 거기에는 사람이 드나든다. 독고 씨도 조금씩 기억을 찾고 자신이 갈 길을 간다. 그런 건 좀 아쉽지만 잘됐다고 해야겠다. 독고 씨는 마주해야 할 지난날이 있었다. 거기에서 달아나지 않게 되었다.
희선
☆―
‘사장이 직원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직원도 손님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53쪽)
희수 샘은 잠시 골똘한 얼굴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밥 딜런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게 아니고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니 친절해야 한다고.” (밥 딜런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 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