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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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이 이 책 《죄의 여백》을 본 걸 보니 나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보게 됐다. 어떤 때는 내가 생각한 게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 건 별거 아닐 때가 더 많다. 그런 일은 누구나 여러 번 겪어봤을 거다. 책을 보고 서평은 아니더라도 멋지게 감상을 쓴다면 좋을 텐데, 그건 여전히 어렵다. 이 책 제목 ‘죄의 여백’은 뭘까 싶기도 하다. 죄가 있지만 묻지 못하는 걸까. 그런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 자신은 가만히 있고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죽이게 하는 것. 남한테 뭔가를 하게 했더니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 나도 잘 모르겠다. 맨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안도 가나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때 아버지 안도 사토시는 대학에서 강의를 해서 휴대전화기를 꺼두었다. 그런 일은 나무라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일할 때는 전화 안 받아야지. 학생도 공부시간에는 휴대전화기 쓰면 안 되지 않나. 집에 큰일이 생겼다면 어쩌나 싶기도 하구나. 전화가 왔는데 받지 않는 모습 다른 소설에서도 봤다. 그 전화는 둘 다 아이가 아버지한테 건 전화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딸인 가나가 건 게 아니다. 가나한테 일어난 일을 알리려는 전화였다. 가나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아니 가나는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이 책 ‘죄의 여백’에서는 여러 사람이 말을 한다. 이런 건 미나토 가나에가 자주 쓰는 거구나. 미나토 가나에만 그렇게 쓰는 건 아니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은 몰라도 책을 보는 사람은 그 사람 마음을 조금 알 수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보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 기바 사키는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은 다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기바 사키는 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 이건 다른 사람 마음이 어떤지 잘 알아서 그런 걸까. 그와 반대에 선 사람은 심리학자인 오자와 사나에다. 사나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알기가 어려워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여러 가지를 알아보니 뇌에 문제는 없었다. 실제 사나에 같은 사람 있을 거다. 사나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잘 모르기에 조심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남의 마음을 잘 알아서 배려하기보다 조종하려고 하다니. 조심해도 실수하지만, 잘 몰라서 조심하는 게 나을지도. 이건 좀 상관없는 얘긴가.

 

 세 친구 가나 사키 마호가 친하게 지내다 사키와 마호가 가나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걸 보니, 세 사람은 균형이 맞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는 세 사람이 균형이 맞다고 했던가. 아니다 세 사람이 있으면 두 사람과 한사람이 될 때 많다. 내가 어릴 때 갑자기 두 친구가 말 안 하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다행하게도 두 친구는 날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나 마음 조금은 알겠다. 가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친구 둘이 생겨서 좋아했는데, 그 두 사람이 어느 날부터 자신을 차갑게 대하면 얼마나 마음 아플까. 그런 건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들 테니 말이다. 집단 괴롭힘 당하는 아이가 부모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도 다르지 않을 거다. 창피하니까. 가나도 사키나 마호가 억지스러운 일을 시켰을 때 그만두고 싶었을 거다. 그래도 그러지 못한 건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겠지. 가나가 두 사람에서 벗어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 그러기는 어렵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여기까지 쓴 걸 보고 가나가 사키와 마호한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가나 아버지도 가나가 쓴 일기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괴롭힘 때문인 건 맞지만, 가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 그런 걸 알아도 가나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가나를 괴롭힌 사키와 마호가 반성한다 해도. 사키는 자신이 한 일을 숨기려 했다. 앞으로 연예인이 될 생각이어서. 그거 보니 연예인 학교 폭력 문제로 시끄러웠던 게 생각났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장난이었다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당하는 사람은 정말 싫다. 이런 말 하면 장난도 못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는 친구가 중요하기는 하다.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이 안 좋게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은 마호가 심하게 했구나. 사키가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워했다. 나도 혼자 있기 싫어했던 것 같다. 그나마 내가 알았던 아이에는 남을 괴롭힌 사람은 없었다. 다행이다. 그런 아이가 있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거나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했을지, 내가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었을지. 난 함께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못하고 아무것도 안 했을 것 같다. 부끄럽구나. 아무것도 안 한다고 잘못이 없지는 않다.

 

 친구가 있으면 좋지만, 그 친구가 자신을 싫어하면 그만 사귀는 게 낫겠다. 학생 때는 그게 좀 어렵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도 난 잘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힘을 기르면 나이를 먹고 혼자여도 견딜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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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30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때는 혼자 다니는게 싫던데 나이 드니까 혼자 다니는게 편하더라구요 😅 뭔가 미스터리 추리 소설 같은 느낌이 드네요~!!

희선 2021-12-31 02:07   좋아요 1 | URL
학교 다닐 때는 왜 혼자 다니면 안 좋게 본다고 여길지... 저도 그때 다르지 않았네요 지금은 혼자 다니네요 같이 다닐 사람도 없지만, 혼자 다니는 게 편하죠 미스터리예요


희선

서니데이 2021-12-30 21: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보는 작가라서 소개를 읽고 왔어요. 일본 소설에서는 가끔 등장하는 소재지만, 작가마다 쓰는 방식은 다르니까, 나중에 조금 더 찾아봐야겠어요.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희선님, 어제보다 조금 더 날씨가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희선 2021-12-31 02:10   좋아요 1 | URL
아시자와 요 소설 몇권 나왔는데, 다 김은모 님이 한국말로 옮겼더군요 저는 이것만 보고 다른 건 못 봤어요 호러도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도 책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며칠 전보다 많이 추워요 눈도 왔어요 다른 때는 눈이 왔으면 했는데 31일에는 안 오는 게 더 좋은데... 서니데이 님 2021년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새해 즐겁게 맞이하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2-31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 제목도 저거인거죠?? 죄의 여백이라니. 표지도 제목도 강렬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건 쉽지 않은 듯해요. 근데 아무리 힘이 생겨도 새파랑님 말처럼 나이 먹을수록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희선님 혼자만 있지 말기요~~~^^

희선 2021-12-31 02:14   좋아요 0 | URL
제목 같아요 가끔 처벌하기 어려운 죄가 있기도 한데, 그런 걸 나타낸 듯합니다 생각하는 힘 기르기 어릴 때는 더 어렵겠습니다 그때는 더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르면 따돌리기도 하니... 그런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나기는 하는군요 한국 학교도 시험이나 입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걱정입니다 바뀌어야 할 텐데... 이런 생각만 하는군요


희선
 
드립백 알라딘 블렌드 하프카프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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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새 2021년 알라딘 마지막 커피예요. 이번 거 알라딘 블렌드 하프카프를 마셔볼까 말까 하다가 마셔 보기로 하고 샀습니다. 그림이 겨울 분위기 나죠. 지난번에는 가을이었군요. 하늘은 보라색이지만 밤이겠지요. 구름에 보름달이랑 별도 보이는군요. 보름달이 뜨면 달빛이 환해서 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런 걸 생각하다니. 별자리 잘 모릅니다. 여기 있는 별자리 겨울에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있으세요.

 

 

  

 

 

 

 곧 마지막 날이어서 그전에 마시고 써야 할 텐데 했습니다. 어제는 저녁에 다른 걸 하다가 마시지 못했습니다. 며칠 동안 본 책을 어떻게 쓸까 하다가 겨우 썼습니다. 미루지 않고 바로 썼다면 더 좋았을 텐데, 며칠 전에는 하기 싫어서. 잘 쓰지도 못하고 대충 썼습니다. 그거 하다가 커피를 마시지 못했습니다. 오늘이 가면 하루밖에 남지 않는데 어떡하지 하다가 그냥 마시지 말고 쓸까 했어요. 마시고 쓰나 안 마시고 쓰나 비슷할 테니. 카페인이 반만 들었다는 걸 보고 마셨습니다.

 

 구운 아몬드의 고소함은 냄샐까요. 드립백을 꺼내니 고소한 냄새가 나던데, 메이플 시럽 같은 단맛이라 했는데 저는 조금 쓴 느낌도 듭니다. 단맛은 나중에 느껴지는 건지. 산미는 없군요. 이런 커피도 괜찮네요. 산미가 있는 알라딘 커피 마시다 산미가 없는 걸 마시면 좀 이상하기도 했어요. 이건 산미 없어도 괜찮군요. 식으니 조금 산미가 나네요.

 

 십이월뿐 아니라 2021년이 가는군요. 새해가 오면 아직 음력으로는 새해가 아니다 생각할 듯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했는데 2021년에는 별로 안 한 것 같기도 하네요. 다음에는 어떨지. 다른 일 없어도 달력 장수가 늘어나는 건 좋습니다. 새날 새주 새달 새해 이런 게 있어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모두 마지막 날까지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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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30 0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1년도 이제 오늘하고 내일이면 안녕이네요 ㅠㅠ 희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희선 2021-12-30 01:31   좋아요 3 | URL
한해 그렇게 짧지 않은데, 지나고 나면 짧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를 잘 못 살아서 그럴지도... 미니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han22598 2021-12-30 0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산미가 있는 커피도 좋아하고, 산미가 없는 것도 좋아해요 ㅎㅎ
별자리는 잘 몰라서, 인터넷 이것저것 별자리 지도를 찾아서...저기 세개의 별자리 찾아봤는데, 모르겠네요....아마도 그냥 그린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희선님, 한해도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잘 지내보아요 ^^
해피 뉴이어!!

희선 2021-12-31 01:54   좋아요 0 | URL
별자리 찾아보셨군요 그냥 그려넣은 건가 보네요 겨울에 보이는 별자리일까 했는데... 저도 산미 있는 것도 괜찮고 없는 것도 괜찮아요 처음에만 좀 다르구나 해요 더 마시면 괜찮습니다 커피맛 잘 모르지만 이런 커피 가끔 마시면 괜찮더군요

han22598 님 고맙습니다 오늘이 가면 새해네요 마지막 날이니 잘 지내야 할 텐데...han22598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12-30 0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커피 표지가 너무 멋지네요. 희선님 22년 즐거운 한해 보내세요~!!

희선 2021-12-31 01:56   좋아요 0 | URL
다른 때도 예쁜데 이번에도 멋지죠 새파랑 님 한해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건 새해에 말하는 게 더 좋을지...


희선

페넬로페 2021-12-30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 표지는 전혀 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그러네요.
진한 커피 싫어 이 커피도 연하게 내려마시니 좋았어요~~
희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희선 2021-12-31 02:02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연한 커피 좋아하시는군요 연하게 마시기에 좋은 커피네요 카페인이 적어서 커피 마시고 잠 못 자는 사람한테 괜찮겠습니다 그래도 늦은 시간에는 안 좋겠네요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니... 빨리 쓰려고 했는데 또 늦었어요 페넬로페 님 2021년 마지막 날 편안하게 보내시고 새해 반갑게 맞이하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2-31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 표지 넘 예뻐요. 저 보라색 젤 좋아해요. 게다가 별자리까지. <새날 새주 새달 새해 이런 게 있어서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말에 공감 꾸욱!! 희선님 2021년 수고 많았고 새해에도 자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눠요.^^

희선 2021-12-31 02:05   좋아요 1 | URL
알라딘 커피는 그림이 다 예뻐요 거기에서 더 예쁘게 보이는 게 있기도 하네요 예전에 밤하늘이 있기도 했는데, 그것도 밤하늘이 보라색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어느 곳에선 밤하늘이 보라색으로 보일지도 오로라가 보이면 그럴지... 행복한책읽기 님 고맙습니다


희선
 

 

 

 

내가 잠이 들면

나와는 다른 내가 깨어나지

다른 난 여기저기 쉽게 다녀

 

내 마음 깊은 곳엔

자유로워지고 싶은 내가 있나 봐

 

내가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잠이 깨고 나면 편하지 않을까

나와 다른 난 이어져 있겠지

우린 둘이면서 하나야

서로가 없으면 안 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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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30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나면 뭔가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기억에서 금방 사라지고. 그리고 꿈에서 막 돌아다니다 잠이 깨면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

희선 2021-12-31 02:03   좋아요 1 | URL
꿈에서는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죠 꿈을 꿔서 그런 건지 다른 자신이 경험하는 건지... 꿈이 더 잘 생각나면 좋겠지만, 꿈으로 남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반짝이는 것만 별은 아니지

하늘에만 있기 어려워진 별은

땅으로 내려와

여러 가지가 됐지

 

어떤 별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어떤 별은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어떤 별은 별모양 나뭇잎이

어떤 별은 누구나 웃게 하는 꽃이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고 하지

 

모습은 달라도

모두는 하나에서 시작했어

밤하늘 별을 보면

어쩐지 그립기도 하잖아

 

언젠가 다시 돌아갈 별

그곳으로 돌아가면 누군가 반겨줄까

별에서 왔다 별로 돌아가는 길이

즐겁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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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9 08: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 하니까 백만송이 장미 노래가 생각나네요 ^^ 우주에는 사람 수 만큼 별이 있다고 합니다~!!

희선 2021-12-30 01:01   좋아요 2 | URL
장미 백만송이는 아주 많겠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될지... 별에서 왔으니 그 별이 남아 있는 거겠습니다


희선

scott 2021-12-29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별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어떤 별은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어떤 별은....
코로나를 박멸 시켰으면 졸겠습니다

백신을 맞고 또맞아야 하는 우리 지구인들 ㅜ.ㅜ

희선 2021-12-30 01:03   좋아요 0 | URL
우주에서 뭔가 와서 코로나를 없애주면 좋을 텐데, 2022년에는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안 좋아 보여도 그것만은 바라기도 합니다

scott 님 앞으로 이틀 남았네요 이틀이 가면 새해예요


희선

페넬로페 2021-12-29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에서 온 우리들이, 비록 땅에 있지만 세상의 모든 걸 밝히는 등불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등불이 꺼지지 않고
찬란히, 행복하게 비추기를 바래봅니다^^

희선 2021-12-30 01:07   좋아요 1 | URL
사람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면 훨씬 좋은 세상이 되겠습니다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고 우주에서도 보인다면 멋지겠습니다 한번에 좋아지지 않아도 조금씩은 나아지겠지요


희선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문학동네 시인선 152
장수양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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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본 만화영화에 이런 말이 나왔어.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이건 눈이 녹으면 뭐가 되느냐는 물음에 한 대답이야. 봄이 온다고 했는지, 봄이 된다고 했는지.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 어떻게 말했는지 찾아보고 말해야 했는데, 귀찮은 난 안 찾아봤어. 그래도 예전에는 ‘눈이 녹으면 물이 되지’ 했을 텐데, 그 만화영화를 보고 나서는 나도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생각하게 됐어. 봄이 온다고 하는 게 자연스럽겠지. 이 시집 제목 보니 그때 들은 말이 떠오르더라고.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이 말에는 봄이라는 말도 들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내 멋대로 상상하기도 했어.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극장에서는 그래.  (<연말상영>에서, 20쪽)

 

 

 

 이 시집 제목은 <연말상영>이라는 시 맨 앞에 나오는 말이야. 극장에서 그렇다니. 그런가 봐. 연말에 하는 영화여서 그럴까. 연말에는 바깥은 추워도 극장 안은 따듯할 것 같은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잘 몰라서지. 시를. 그래도 이 시집 제목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는 어쩐지 따듯해. 그렇지. 억지로 동의를 구하는 것 같군.

 

 내가 시집을 보면 늘 하는 말이 있지. 시 잘 모르겠다고. 이번에는 더하네. 몇달 전에 시집 《희망이 사랑을 한다》(김복희)를 보면서도 자꾸 어렵다 생각하면서 봤는데. 이번에는 더 어려웠어. 어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어. 여기 담긴 시는 길기도 하고, 알 듯한 말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어.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걸 텐데, 내가 그걸 알아듣지 못했어. 시에 쓴 말을 다른 걸로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 처음에는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더군. 두번째에는 조금 나았지만. 본래 그렇지. 처음은 낯설어도 두번째는 조금 익숙한. 그렇다 해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모르겠다’했어. 여기에는 해설도 없어. 그걸 본다고 시집에 담긴 시를 아는 건 아니지만.

 

 

 

 언니는 어렸을 적 플루트를 배웠다. 난 플루트를 만져 본 적이 두어 번 있었다. 몹시 아름다운 악기였는데 난 그게 필요 없었다. 집에 돈이 떨어지자 언니도 플루트가 필요 없어졌다.

 플루트는 어떤 일에도 슬퍼하지 않았기에 그 악기를 보는 일이 우리에겐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순리대로 플루트는 창고에 박혔다. 사라지고 있다.

 

-<플루트>, 18쪽

 

 

 

 앞에 옮긴 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같다’고 말하다니. 시 <플루트>는 여기 있는 말 그대로겠지. 플루트는 예쁜 악기야. 본래는 나무로 만들어서 지금도 목관악기라 하지 않던가. 소리도 참 좋지. 다른 악기보다 플루트 배우는 건 돈 많이 안 들 것 같은데, 전문가가 되려면 많이 들지도. 이건 어떤 악기든 그렇겠어. 플루트는 슬퍼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을까. 난 플루트도 슬퍼했을 것 같아. 아무도 자신을 불지 않고 창고에 넣고 잊어버렸잖아. 지금 그 플루트는 어떻게 됐을지. 시 마지막에 쓰인 말처럼 사라졌을지도.

 

 여기 담긴 시에는 이름이 나오기도 해. 그건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 다른 건지. 사만 이고 싱 아니스타 아니불빛 미 김상 미치 치리 모자키스 티라 오브. 내가 쓴 게 다가 아니질도 모르겠어. 이번에도 자신없는 말을 했군. 시를 보면서 사람 이름처럼 쓴 걸 적기는 했는데 놓친 게 있을지도. 사람 이름 같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 시 <미>는 미가 누군가한테 주사 같은 걸 맞는데, 그건 진짜 일어나는 일인지, 꿈인지. 김상이 나오는 시를 볼 때는 이상이 생각나고 ‘미’는 이상 소설에 나온 사람 같은 느낌도 들었어. 그런 걸 썼다면 뭔가 말이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그런 말은 없어. 이상은 진짜 이름이 김해경으로 일본사람이 이 씨라 여기고 이상이라 했다지.

 

 

 

 티라와 오브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만났다 우리는 그들을 모른다 그들이 있던 세계는 멈췄고 풀 한 포기도 죽거나 새로 태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가 발붙인 지상에는 그 세계에서 날아온 민들레씨 하나 발견 되지 않았다

 

 티라는 발레리나였고 오브는 발레리노였다 그들은 언젠가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다시금 세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무대를 가진 건물은 무너졌고 무너졌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들의 기대도 함께 무너졌다

 

 티라와 오브는 그들이 입을 맞추는 동안 세계가 멈추기를 바랐다 그것은 절실하지 않고 실낱같은 기대에 비해서도 실없었으나 조금의 장난기도 없는 소원이었다 그 세계는 원래부터 그런 소원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만날 수 없다 그것만은 증명할 수 있다

 발음해보라

 

 “티라”

 대답이 없다

 

 “오브”

 대답이 없다

 

 “티라, 그리고 오브”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다

 

 역시, 그 세계는 멈춘 것이다 더이상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영원히 입맞춤을 했다

 

-<티라와 오브, 그리고 티라와 오브의 아름다운 세계>, 174쪽~175쪽

 

 

 

 티라와 오브가 사는 세계는 멈추었어. 그게 좋을지 안 좋을지. 사람이 아주 좋으면 그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 시간이 가고 살다보면 좋은 일뿐 아니라 안 좋은 일도 일어나지. 그런 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 있을지도. 이 시에 나온 티라와 오브는 사람일까.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라 했지만. 둘은 전장 한가운데서 만났다고 했는데, 그건 정말 전쟁이 일어난 곳일지 사는 게 전쟁이다는 걸 나타낸 걸지. 엉뚱한 생각인가. 그럴지도. 시를 마음대로 보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난 그저 조금이라도 뭔가 잡아보고 싶은데 잘 안 되는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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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8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