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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30/pimg_7987151333251494.png)
다른 사람이 이 책 《죄의 여백》을 본 걸 보니 나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보게 됐다. 어떤 때는 내가 생각한 게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 건 별거 아닐 때가 더 많다. 그런 일은 누구나 여러 번 겪어봤을 거다. 책을 보고 서평은 아니더라도 멋지게 감상을 쓴다면 좋을 텐데, 그건 여전히 어렵다. 이 책 제목 ‘죄의 여백’은 뭘까 싶기도 하다. 죄가 있지만 묻지 못하는 걸까. 그런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 자신은 가만히 있고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죽이게 하는 것. 남한테 뭔가를 하게 했더니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 나도 잘 모르겠다. 맨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안도 가나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때 아버지 안도 사토시는 대학에서 강의를 해서 휴대전화기를 꺼두었다. 그런 일은 나무라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일할 때는 전화 안 받아야지. 학생도 공부시간에는 휴대전화기 쓰면 안 되지 않나. 집에 큰일이 생겼다면 어쩌나 싶기도 하구나. 전화가 왔는데 받지 않는 모습 다른 소설에서도 봤다. 그 전화는 둘 다 아이가 아버지한테 건 전화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딸인 가나가 건 게 아니다. 가나한테 일어난 일을 알리려는 전화였다. 가나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아니 가나는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이 책 ‘죄의 여백’에서는 여러 사람이 말을 한다. 이런 건 미나토 가나에가 자주 쓰는 거구나. 미나토 가나에만 그렇게 쓰는 건 아니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은 몰라도 책을 보는 사람은 그 사람 마음을 조금 알 수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보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 기바 사키는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은 다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기바 사키는 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 이건 다른 사람 마음이 어떤지 잘 알아서 그런 걸까. 그와 반대에 선 사람은 심리학자인 오자와 사나에다. 사나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알기가 어려워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여러 가지를 알아보니 뇌에 문제는 없었다. 실제 사나에 같은 사람 있을 거다. 사나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잘 모르기에 조심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남의 마음을 잘 알아서 배려하기보다 조종하려고 하다니. 조심해도 실수하지만, 잘 몰라서 조심하는 게 나을지도. 이건 좀 상관없는 얘긴가.
세 친구 가나 사키 마호가 친하게 지내다 사키와 마호가 가나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걸 보니, 세 사람은 균형이 맞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는 세 사람이 균형이 맞다고 했던가. 아니다 세 사람이 있으면 두 사람과 한사람이 될 때 많다. 내가 어릴 때 갑자기 두 친구가 말 안 하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다행하게도 두 친구는 날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나 마음 조금은 알겠다. 가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친구 둘이 생겨서 좋아했는데, 그 두 사람이 어느 날부터 자신을 차갑게 대하면 얼마나 마음 아플까. 그런 건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들 테니 말이다. 집단 괴롭힘 당하는 아이가 부모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도 다르지 않을 거다. 창피하니까. 가나도 사키나 마호가 억지스러운 일을 시켰을 때 그만두고 싶었을 거다. 그래도 그러지 못한 건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겠지. 가나가 두 사람에서 벗어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 그러기는 어렵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여기까지 쓴 걸 보고 가나가 사키와 마호한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가나 아버지도 가나가 쓴 일기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괴롭힘 때문인 건 맞지만, 가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 그런 걸 알아도 가나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가나를 괴롭힌 사키와 마호가 반성한다 해도. 사키는 자신이 한 일을 숨기려 했다. 앞으로 연예인이 될 생각이어서. 그거 보니 연예인 학교 폭력 문제로 시끄러웠던 게 생각났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장난이었다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당하는 사람은 정말 싫다. 이런 말 하면 장난도 못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는 친구가 중요하기는 하다.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이 안 좋게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은 마호가 심하게 했구나. 사키가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워했다. 나도 혼자 있기 싫어했던 것 같다. 그나마 내가 알았던 아이에는 남을 괴롭힌 사람은 없었다. 다행이다. 그런 아이가 있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거나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했을지, 내가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었을지. 난 함께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못하고 아무것도 안 했을 것 같다. 부끄럽구나. 아무것도 안 한다고 잘못이 없지는 않다.
친구가 있으면 좋지만, 그 친구가 자신을 싫어하면 그만 사귀는 게 낫겠다. 학생 때는 그게 좀 어렵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도 난 잘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힘을 기르면 나이를 먹고 혼자여도 견딜지도.
희선